▲ <뉴시스>
-뜨거운 감자로 전락한 오승환…김 감독의 주장에도 반대 여론 거세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오는 3월 열리는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참가하는 16개국이 속속 전력 구상에 나선 가운데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도 최종 엔트리를 완성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하지만 국내외 리그 주력 선수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속속 이탈이 확정되면서 한국팀은 이대호 정도만이 확실시돼 팀 전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에 김 감독은 오승환 카드를 만지작거리지만 반대 여론도 거세게 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오승환은 소속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불펜으로 시작해 마무리투수로 자리매김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전력 약화로 대표팀이 사면초가임에도 불구하고 도덕성 논란에 발목이 잡혀 WBC 코칭스태프의 결과만을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이에 오승환은 지난 6일 개인훈련을 위해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로 떠나기 직전 인천공항에서 WBC 대표팀 승선 문제에 대해 앞서 “대표팀과 KBO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다. 선수가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다만 오승환은 “선수는 언제든 던질 준비를 해야 한다. 일단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겠다”고 전해 불러준다면 합류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WBC 코칭스태프도 지난 4일 야구회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오승환 발탁 여부를 두고 격한 공방을 이어갔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흠집 난 도덕성에
대표팀 자격 논란

이처럼 오승환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핵심 전력의 이탈로 다급해진 WBC 대표팀을 두고 수장인 김 감독이 오승환을 거론하면서 비롯됐다.

김 감독은 “여러 가지로 골이 아프다. 현재로선 오승환을 대체할 마무리 후보는 없다. 굳이 대안을 찾자면 임창용 정도인데 나이도 있고 예전에 비해 자신감도 없다고 봐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멤버가 너무 약하다. 그나마 오승환이라도 넣으면 숨통이 트여 투수진을 어떻게 꾸려볼 수는 있겠는데”라며 하소연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실력으로 따지자면 이번 대회에 당연히 오승환이 합류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지난해 터진 해외원정도박 논란이 오승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해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지난해 1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에 복귀하면 해당 시즌 정규시즌의 50%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다.

더욱이 오승환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건 징계절차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피해 미국 메이저리그로 도피성 진출을 감행하면서 이미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나 있는 상태다. 이에 감 감독이 주장하는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오승환을 품고 가기에는 쉽지 않다는 게 야구계의 반응이다.

물론 오승환이 국내 리그에 대한 징계만 있을 뿐 국가대표 선발 등과 관련된 징계사항은 언급되지 않았다. 또 소속팀인 세인트루이스에서도 본격적인 논의는 안 됐지만 WBC에 보낼 수 있다는 의사를 넌지시 밝힌 바 있어 WBC 대표팀으로 합류하는 데는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

다만 이 같은 논란을 하루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어 김 감독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감독에 대해 오승환을 둘러싼 불필요한 시간 끌기를 하고 있어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또 최근 엔트리 명단에서 강정호에 대해 음주운전 파문으로 제외한 점을 고려할 때 재고의 가치가 없다는 반대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WBC 대표팀은 타격을 입게 됐다. 전력누수를 감내하든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든 피할 수 없는 선택지만 남게 됐다.

전력누수 이중고,
훈련조차 빨간불


WBC 최종엔트리는 오는 2월 7일까지 제출해야 해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전력 누수가 가속화 되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당초 WBC 대표팀은 제1회 대회(해외파 8명) 때에 이어 가장 많은 해외파 5명의 출전을 계획했다.

하지만 현재 이대호 한명만이 해외파 명목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우선 추신수와 김현수는 구단의 반대로 출전이 쉽지 않다. 추신수는 고액 연봉에 수술 경력이 있어 구단 반대 입장이 거세다.

여기에 김현수의 경우 본인 고집으로는 출전할 수 있지만 아직 팀 내 입지가 확고하지 않은 게 문제다. 또 강정호는 얼마 전 음주파문으로 제외됐고 오승환 역시 해외원정도박으로 반대여론에 부닥쳤다. 여기에 류현진은 부상으로 리그 복귀조차 못한 상황.

국내파도 전력누수는 심각한 상황이다. 김광현은 이미 부상으로 이탈했고 양현종은 합류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재활로 복귀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우완 류제국도 어깨 수술로 재활중이고 포수 강민호 역시 무릎 수술 위기에 처해 WBC 대표팀은 시작 단계부터 삐그덕 거리고 있어 김 감독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WBC 대표팀은 오는 11일 선수단 소집을 필두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 대표팀은 오는 2월 12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합숙훈련에 돌입한다. 단 미국으로 스프링캠프(2월 1일 시작)을 떠나는 투수들은 특별히 괌에서 미니 캠프를 갖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국을 포함한 A조 4팀은 돌아가며 상무 또는 경찰야구단과 시범경기를 치른다. 이 외에도 김 감독은 국내 귀국 이후 일본이 속한 B조에 포함된 2팀을 초청하는 등 연습경기를 추가할 계획을 잡고 있어 WBC 이전 여러 번의 모의고사로 대표팀의 기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이 같은 김 감독의 구상도 쉽지 않다는 데에 심각성이 담겨 있다. 메이저리거들은 규정상 소속팀 스프링 캠프에 합류한 다음 대회가 임박해서야 대표팀에 올 수 있고 국내파 선수들도 미국에서 스프링 캠프를 시작할 경우 시차적응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어 어려운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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