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각축장이 되어왔다. 우리는 고구려의 전성기처럼 국력이 강했을 때는 드넓은 만주 땅에서 한족과 자웅을 겨뤘지만, 국력이 약했을 때는 940여 회의 외침을 받았다. 대륙에서 통일국가가 형성되면 어김없이 전쟁(한무제-수양제-당태종-요나라-몽골-홍건적-청태종의 침략 등)이 일어났다.

일본은 통일(풍신수길의 천하통일)과 개혁(명치유신)을 통해 국력을 비축한 후 임진왜란을 일으켰고, 을사늑약을 밀어붙였다. 냉전 구도의 산물인 한국전쟁 때는 자유진영과 공산진영 간의 전장(戰場)이 되기도 했다. 그 시점마다 우리 내부는 주전파와 주화파로 갈라지고, 매국노가 득세하고, 좌우익이 갈등하는 적전분열(敵前分裂)이 일어났다. 그 이유는 열강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원인과 지도자의 역사의식 부족과 국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지금 미·중·일 3국과의 관계가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 매우 위태롭다. 시진핑과 아베는 과거 자신의 선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한반도를 ‘사드문제와 위안부 합의 문제’로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국(自國) 언론들도 광분하고 있다. 우리는 1907년 이준 열사가 고종 황제의 밀지를 갖고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려다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회의장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분사(憤死)한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 의원 7명이 중국을 방문해 사드 문제를 논의한 것은 ‘굴욕외교’요, ‘매국행위’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대선주자들 중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의 심각성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쟁적으로 ‘위안부 합의 재협상·백지화’ ‘사드배치 연기·철회’를 주장하면서 그 대책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처럼 국익에 대한 성찰과 전략 없이 ‘촛불’ 정서에 편승해 외교합의를 뒤집는 안보 포퓰리즘은 국가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세력에게 국가안보를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다.

세계 경제는 성장률이 둔화하고, 불평등이 증가하며, 정치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빈부격차 문제는 미국이 우리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경제가 성장하고, 생산성이 오르더라도 일자리가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 4차산업혁명에 대비하고 경제 구조개혁을 단행하고 서비스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한 개헌과 정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무능한 국회가 경제개혁 입법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개헌 시 국회해산권을 신설해 의회독재를 막아야 한다.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이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적 과오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새우 콤플렉스’를 벗어 던지고 새 역사를 창조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대통령을 제대로 뽑으면 가능할까? 지금 거론되는 예비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혼돈과 불확실성의 세계경제위기 파고를 넘기가 쉽지 않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최소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후보를 뽑지 않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가 쇠망하게 된 원인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펠레폰네소스 전쟁 이후 ‘데마고그(demagogue, 대중을 선동하는 정치꾼)’로 인해 중우정치(衆愚政治)로 흘렀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경제위기 시에는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하는 데마고그가 판치기 마련이다. 고대 그리스를 망친 데마고그가 현대 그리스에서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정치인들은 집권을 위해 헛된 공약을 남발했고, 정부의 방만한 재정지출, 무책임한 복지 포퓰리즘 실시 결과 그리스는 ‘유럽의 문제아’로 전락했다. 우리도 포퓰리즘의 광기에 흔들리면 ‘3등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때문에 그리스의 사례를 남의 일로 치부할 게 아니다.

2016년 총선 때 ‘공정 사회와 상생 경제’(새누리당), ‘더불어 성장론’(민주당), ‘공정 성장론’(국민의당) 처럼 여당은 진보에, 야당은 보수에 구애하는 언어의 유희가 판을 쳤다. 경제정책의 좌(左)클릭은 실패가 예정된 퇴행이다. 이것은 이미 노무현 정부가 충분히 입증했다. 경제난을 이겨내는 길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혁파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시장친화적 정책과 ‘경제 자유도’를 높이는 길밖에 없다.

대선주자들의 경제정책도 좌(左)클릭 한탕주의로 흐르고 있다. 법치를 짓밟고 광장의 촛불을 민주주의라고 우기는 데마고그들이 정권을 잡는다면 그리스처럼 나라를 망치게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 경쟁인데, 야당은 법인세를 인상 못 해 안달이다.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하고, 대기업을 강제로 분리하는 ‘기업분할 명령제’ 도입이 제기되고 있다. 이것은 바로 ‘경제할 자유’를 억누르고 기업을 옥죄는 극단적인 포퓰리즘이다. 2017년 대선은 ‘자유냐, 포퓰리즘이냐’ ‘태극기냐, 촛불이냐’의 불퇴전(不退轉)의 싸움이 될 것이다. 선택은 자명하다. 포퓰리즘과 반시장주의와 끝까지 싸우겠다는 후보를 뽑아야 대한민국이 그리스가 되지 않는다.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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