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아쉽다” vs “유연함으로 선방했다”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지난 13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유일호 경제팀의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유 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던 구조개혁은 빛을 보지 못했고, 경제지표에서도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무색무취의 이미지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각종 대내외 악재 속에서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1년간 그가 보여준 행보는 무색무취만큼이나 존재감이 미미했다는 평가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유 부총리는 취임 당시부터 각종 악재와 돌발 변수에 시달렸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수출 급감, 가계부채 급증 등이 차례로 덮쳤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선 및 해운업계의 구조조정,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북한 5차 핵실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예측하지 못한 사건들이 뒤따랐다.

구조개혁 성과 실패
관련 법안 통과 요원

사실상 유일호 경제팀은 현상 유지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각종 현안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경제 컨트롤타워인 유 부총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유 부총리는 취임 직후 “구조개혁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시스템 전반의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한 노동·교육·금융·공공 등 4대 부문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산업개혁 등 ‘4+1’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앞선 일련의 악재 등으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은 국회 통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노동개혁법의 경우 쉬운 해고를 양산하는 법이라는 반발에 부딪혔고, 서비스법은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밀려 국회 통과가 요원한 상황이다. 규제프리존법(각 지방자치단체의 역점 신산업에 대해 획기적으로 규제를 줄여주는 법안)은 언제 통과될지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속도로 전개된 조선·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라는 지적에 부딪혔다. 구조조정에 필요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놓고 한국은행과 이견을 드러내면서 팀 내 엇박자까지 노출됐다.

저조한 성적의 경제지표 역시 유일호 경제팀의 한계로 지적된다. 유 부총리 취임 직전(2015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1%(전년대비)에서 지난해 3분기 2.6%로 하락했다. 곧 발표되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더욱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4%, 민간 연구원들은 2%대 초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 부총리 역시 이런 한계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5일 신년회를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초기부터) 리스크가 많았다. 취임사에서 백병전을 불사하겠다고 했는데 진짜 백병전을 한 것 같다”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는데 경제지표들이 뚜렷하게 좋은 것이 없어서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하지만 겹겹이 쌓이던 악재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유 부총리 특유의 유연함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쏟아지는 위기설에도 경기 불씨를 꺼뜨리지 않은 건 비판을 스폰지처럼 흡수한 그의 유연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연함 큰 역할
정책 대응 유효

유 부총리는 1년 내내 이어진 비상 상황에서 적시에 정책대응에 나섰다. 취임 3주 만이던 지난해 2월 3일 처음으로 경기 부양책을 가동했다.

당시 발표된 2016년 1월 수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18.5% 감소해 6년 5개월 만에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더구나 북한이 4차 핵실험 단행 직후 놓이게 된 상황이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우려가 확산되고 있었다.

유 부총리는 곧바로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시행에 나섰다. 이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조선·해운업 주력 지역 위주로 실업 문제가 불거졌고, 지난해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1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20조 원 이상의 재정 보강을 단행해 경기 부양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다양한 소비 유도정책과 함께 지난해 4분기 10조 원 이상의 재정 추가 집행을 결정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성장률을 2%대 중반대로 추정하고 있지만 유일호 경제팀의 재정 보강이 없었다면 이것마저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올해 유 부총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 거시정책 ▲구조조정 ▲가계부채 관리 ▲기업지배구조 개선 ▲미래 대비 등의 정책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401조 원 규모의 2017년 예산과는 별도로 20조 원의 경기 보강을 하는 한편 1분기 조기집행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3단계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하고 신속한 구조조정 노력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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