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공모부터 관피아로 ‘시끌’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제주도가 감사원 감사에서 골프접대 등 비위 혐의가 적발된 김영철 제주도개발공사 전 사장(사진) 후임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그런데 공모 과정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낙하산·관피아 등 요직에 있던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알려지자 지역민과 시민단체 등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10대 사장 공개 모집…낙하산·관피아 자리 수싸움 중
매출과 이익, 두 마리 토끼 한 손에…노다지 사업권 혈투

제주도개발공사가 제10대 사장을 공개 모집한다. 제주도개발공사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오는 20일까지 15일간 사장을 공개 모집하기로 의결했다.
임추위는 지원서 접수 후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임명권자인 제주도지사에게 복수 추천하게 된다.

사장 지원 자격으로 지방공기업법 및 공사 정관의 ‘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자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투자기관에서 상근 임원으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상장기업체 등에서 상근 임원으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공무원 3급 이상으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지방공기업에 관한 지식 및 마케팅과 시장에 대한 경영전략이 풍부하고 최고 경영자의 능력이 있다고 임추위에서 인정하는 자다.

측근이냐, 관련 전문가냐 촉각

사장의 임기는 임용일로부터 3년이며, 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문제는 공고가 나자마자 후임 사장 후보 선정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 도민 사회에서는 고위공직자 출신과 대기업 임원 출신 등 5~6명의 이름이 회자된다. 거론되는 인사들의 배경에 관해 뒷말이 무성하다.

도내 복수에 매체에 따르면 우선 고위공직자 출신으로는 A씨가 거론된다. 김태환 전 지사의 측근으로 도정이 바뀔 때마다 롤러코스터를 탔다. 일각에선 공직자로서 누릴 것 다 누렸으면서 퇴임 이후에도 각종 인사 때마다 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지적한다.  

B씨의 이름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경제 분야 국장을 맡았던 만큼 실물경제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원 도정 들어 승승장구하다 지난해 일선에서 물러났다.
민간기업 출신 중에는 대기업 IT계열사 CEO를 역임한 C씨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원 지사의 고교 선배로 지난해 모 출자출연기관장 공모 때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이와 함께 민간기업 임원 출신으로 현재 모 기념관장을 맡고 있는 D씨도 하마평에 오른다. 역시 원 지사와 고교 동문으로, 재경 인사들의 대부로 불리는 양원찬 김만덕기념사업회 공동대표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들 의지와는 상관없이 현재 개발공사 임원 가운데 Y·K씨의 이름도 종종 거론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직자 출신이라고 해서 경영을 못하고 전문가라고 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제주사회를 지배해 온 관피아·낙하산 문제는 이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혈세만 빼먹는 천덕꾸러기?

또 다른 인사는 “공기업의 공통된 문제는 능력·전문성 따지지 않고 날아드는 염치없는 낙하산들이다. 상층부 대부분이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선거공신과 정권과의 특정한 연고를 통해 알뜰하게 챙겨진다. 그들만의 게걸스러운 감투 잔치는 도민의 불신을 사는 지름길이다. 민간 영역을 침탈하며 사업 확장을 노리는 개발공사 C의 미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라고 씁쓸한 심사를 표출했다.

그렇다면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자리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6000억 원을 돌파했으며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11%에 달하는 생수시장을 점령하기 위해 기업들이 앞다퉈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제주삼다수(삼다수)가 여전히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다수는 전체 생수시장의 43.9%의 매출을 기록할 만큼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

식음료업계에서는 삼다수 판매권을 ‘노다지’에 비유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삼다수 판매권은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이라며 “판권만 따내면 매출과 이익을 쉽게 올릴 수 있어 대부분 식품업체가 탐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는 광동제약이 1년 계약을 해 오는 12월까지 판권을 소유한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해 6월부터 7월까지 제주도개발공사를 비롯해 비리 개연성이 높은 기관을 중심으로 공직비리 기동점검을 실시하고, 지난해 12월 8일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김영철 전 사장은 복리후생비 부당 수령 및 직무 관련 향응 수수 등으로 적발됐다. 김 사장은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계약업체와 거래은행 등 직무관련자들과 3차례에 걸쳐 61만원 상당의 골프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4년 12월부터 2015년 5월 사이 대학 강의 등 4차례의 개인적인 용무를 보면서 ‘도외 업무 협의’ 출장으로 품의해 여비 200여만 원을 지급받았고, 기본 연봉 외에 별도로 지급받아서는 안 되는 가계안정비 700여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도 적발됐다.
이에 지난해 12월 12일 김 전 사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김 전 사장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해 도민 사회에 우려와 걱정을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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