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지지율 고전하자 민심 이동하나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겨간 호남 민심을 되찾아야 한다.”

최근 국민의당 호남 지역 국회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간 안 전 대표는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에 안주하지 않고 전국적인 세력 확장에 우선순위를 뒀다. 하지만 일부 호남 의원들은 이를 두고 안 전 대표 지지율 하락의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들이 호남의 민심을 끌어안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 정권교체의 대안으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거론된다.

손학규 전 대표의 ‘국민의당행’ 기류가 형성되면서 당내 호남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 ‘손학규 대안론’이 감지되고 있다. 호남 민심이 국민의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이 지역의 지지를 기반으로 성장한 당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과 맞물리면서다.

이런 가운데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민심을 손 전 대표가 충족시켜줄 것이란 기대감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확전되고 있다.

호남 출신의 국민의당 한 의원은 “얼마 전 한 의원의 말처럼 제3지대론이 의미를 가지려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 정권 교체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사실 ‘손학규 대안론’이 회자되는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대안론이 불거진 바 있다. 최근 손 전 대표와 국민의당의 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당 내부에서도 손 전 대표의 영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오는 15일 열리는 국민의당 전당대회의 당대표 후보 중 다수는 손학규 전 대표의 영입에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 12일 서울 상암MBC에서 열린 지상파 3사 공동 ‘국민의당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5명의 후보(김영환·손금주·박지원·황주홍·문병호) 가운데 4명은 “당 대표가 되면 누구를 가장 영입하고 싶은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손 전 대표를 꼽았다.

안철수 지지율↓
손학규 대안론↑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빠른 시일 내에 우리가 (손 전 대표를) 영입하면 안철수 전 대표와 손 전 대표의 경쟁으로 (대선 경선이) 흥행할 수 있다”며 “능력있는 손 전 대표를 안 전 대표에게 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후보들은 대선  후보로는 대부분 안 전 대표를 꼽았다. 손 전 대표나 반 전 총장을 영입하더라도 결국은 ‘불쏘시개’ 역할만 할뿐 결국은 안 전 대표가 최종적인 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안 전 대표를 두고 문병호 후보는 ‘승리의 아이콘’, 김영환 후보는 ‘영혼이 맑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박지원 후보는 “미래를 위한 지도는 김대중과 안철수밖에 없다”고 했다. 황주홍·손금주 후보는 “국민 편이 후보가 돼야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안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심(心)이 안 전 대표에 있다는 점을 확인한 후보들의 전략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당 대표가 선출되고 손 전 대표가 영입되면 의견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정대웅 기자>

최근 호남 지역 의원들과 안 전 대표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실시한 국민의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안 전 대표가 지원한 김성식 의원이 호남 출신 주승용 의원에게 패배한 게 단적인 예다. 당내에서 박빙을 예상했지만 큰 격차의 패배였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호남의 지지를 이끌어내 정치권에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 의석수 총 28석 가운데 23석을 거머쥐며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졌던 호남을 국민의당이 탈환했다.

안철수 vs 호남
양측 갈등 격화

하지만 전세가 역전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한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지역 정당 지지율은 더민주 40.9%, 국민의당 23.8%순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이후 더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은 크게 올랐고 최근에는 국민의당과의 격차를 크게 따돌렸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호남지역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 결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25.8%로 1위에 올랐고 안 전 대표는 9.8%로 3위에 머물렀다. 2위는 이재명(19.1%) 성남시장이 차지했다.

지지율 하락은 최근 국민의당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됐다. 여기에 외부 세력과의 연대를 두고 안 전 대표와 호남 중진 의원들이 이견을 보였다. 안 전 대표는 연대에 대해 “정치공학적 연대 시나리오를 완전히 불사를 것을 선언한다”는 ‘자강론’으로 연대를 일축했다. ‘국민의당이 먼저 강해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연대를 주장하던 의원들의 적잖은 반발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특히 오는 5월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지지기반이 흔들리는 모양새여서 갈등 심화의 조짐을 보였다.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호남그룹과 안 전 대표 간 결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 대표 경선에서 호남그룹의 승리가 점쳐지던 상황이어서 이 같은 설에 더욱 힘이 실렸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반 전 총장 등 충청권과의 ‘뉴DJP(김대중·김종필)연합’에 관심 있다”고 밝혔다.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론이 반 전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복잡한 양상을 보였다. 호남 중진들의 향후 예상 행보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됐다.

첫째는 박지원 원내대표나 호남중진들이 말하는 반 전 총장과의 제3지대 결집 가능성, 둘째는 제3지대 연대가 어렵게 되고 호남 민심이 야권 단일화를 요구할 경우 민주당과의 복원 가능성이다. 셋째는 ‘자강론’을 통해 독자노선을 걷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만찬 회동을 통해 양측은 ‘선(先) 자강, 후(後) 연대’로 합의했고, 갈등은 일단락됐다. 안 전 대표와 광주 4선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전남 4선 주승용 원내대표는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당 대선 전략 기조를 논의했다.

주 원내대표는 만찬 직후 “연대나 통합은 일단 하지 않겠다”며 “우리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우리가 제3지대로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며, 외부에서 대권 꿈을 가지신 분들이 우리 당에 들어와 우리 당의 텐트 안에서 경선을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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