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냉난방, 승객 스스로 대비하라고?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평년보다 높지만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큰 요즘,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 안이 너무 덥고 답답하다”, “담요를 덮고 싶을 만큼 추워서 항상 떨고 있다” 지하철 운영기관은 승객들의 민원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메트로 ‘2016년 지하철 고객 불만 민원 현황’에 따르면 전체 민원 중 47%(2만5876건)가 객차 냉난방 문제다. 난방으로 인해 덥고 불편하다는 민원이 73%(1만8950건), 냉방으로 춥다는 민원이 22%(5천803건)이다. 기타는 4%(1천123건)에 그쳤다. 일요서울에서는 ‘민원전쟁’이 펼쳐지는 지하철 내부 상황에 대해 살펴봤다.

정부-지자체 간 예산 떠넘기기… 국민 불편 가중
1~4호선 전동차 중 60% 이미 20년 이상 경과

서울메트로는 내부 기준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객실 내 온도를 18~20도로 유지한다. 6~9월은 냉방을 가동해 객실 온도를 24~26도에 맞춘다. 객실 내 온도가 28도 이상일 경우 계절과 상관없이 냉방을 한다. 하지만 적정 온도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 권장하는 지하철 객실 온도는 여름 26~28도, 겨울은 18도다. 지하철 운영기관들은 냉난방을 통해 객실 내 적정 온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승객 혼잡도나 출입문 개방 횟수 등에 따라 온도 변화가 심하다.

또 전 객실 온도를 맞춰놓는 현재 지하철 시스템으로는 적정 온도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많은 승객들이 이용하는 만큼 개인별 체감온도는 ‘천차만별’이다. 덥다는 동시에 춥다는 민원까지 발생해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모든 승객들
기호 맞추기엔 무리

서울메트로 측은 “승객들의 개인차, 환경, 의복과 막 전동차에 올라탄 승객, 머물던 승객들 모두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모든 승객들의 기호를 맞추기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지하철 냉난방으로 인한 불편은 승객 스스로가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하철을 매일 이용하는 회사원 장필수(33)씨는 “주 5일 이상 같은 호선, 같은 문 위치, 같은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지만 대부분 온도 변화가 있다. 이것을 체감할 정도면 확실히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주변사람들과 비교해보면 땀이 많은 편이 아님에도 여름만 되면 땀으로 샤워(?)를 한다. 지하철 탑승객이 많아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승객이 적은 시간대에도 나만 그런가 하고 살펴보면 대부분 땀을 흘리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겨울도 마찬가지다. 코트나 패딩을 걸치고 지하철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경우도 많았으며 마치 여름 같았다. 난방을 관리하는 지하철 관계자들은 승객들의 겨울 의복에 대한 생각을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약냉방칸 홍보 부족
대다수 시민들 몰라

지하철 운영기관들은 승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약냉방칸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10량의 객차가 운영되는 1, 3, 4호선의 약냉방칸 위치는 4, 7번 칸이다. 8량이 운영되는 5, 6, 7호선은 4, 5번 칸이다. 6량인 8호선은 열차 중앙에 위치한 3, 4번 칸, 부산과 대구 지하철은 2번 칸이 약냉방칸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약냉방칸에 대한 공지는 턱없이 부족했고 위치도 달라 승객들의 불편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자가 여러 호선을 살펴본 결과 약냉방칸에 대한 홍보 부착물은 볼 수 없었고, 스크린도어 앞 조그마한 문구로 표시돼 있다.

또 온라인 홍보나 외부 부착물로 홍보를 하더라도 출·퇴근에 바쁜 승객들이 인지해 선택 승차하기엔 힘든 상황이라 민원이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호선을 옮겨가며 다수의 시민들에게 약냉방칸·공지 위치 등을 물어봤다. 그 결과 과반수가 대답하지 못했다. 한 시민은 “그런 걸 바닥이나 지하철 내 미디어 홍보물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지해 줘야 알 것 아니냐. 현재까지 지하철을 타면서 약냉방칸의 위치 공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어쩌다 탔을 때 우연히 지하철 내부에서 약냉방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는 있다. 이는 승객들에게 큰 불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노후화 문제
지자체 예산만으로 역부족

지난해 10월 2일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안행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국민안전처와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노후화 차량은 서울 지하철 전동차 3715대중 9%를 차지했다. 2016년에는 전체 3731대 중 13%로 증가했다.

노후화 차량 이용객 역시 2015년 하루 평균 61만9000여명에서 121만9000여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1~4호선 전동차는 20년 이상 된 차량이 60.6%로 밝혀졌다.

하지만 노후된 것은 전동차뿐만이 아니다. 지하철 노반시설물인 교량의 53.1%, 터널의 44.5%가 30년을 경과했으며, 광전송설비(100%), 전구형 신호기(100%) 등 다양한 시설물들이 내구연한을 넘어 노후화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메트로 측은 서울시 예산 1,130억 원을 포함, 총 8,370억 원을 들여 2, 3호선 노후전동차 620량을 2022년까지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2011년부터 노후시설 재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해마다 국토교통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가 자체예산의 한계로 인해 투자가 지연 되고 있기 때문에 국비로 보조해 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측에서는 운영 중인 시설물에 대한 보수는 도시철도 건설과 운영의 책임이 지자체에 있으므로 지자체 재원으로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2015년, 2016년 예산 편성 때 국토교통부가 심각성을 인지, 예산 신청을 했으나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전액 삭감해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하철 노후시설을 교체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미흡한 재정적 지원으로 탑승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