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가 뚫렸다’  평택항·인천항서 역대 최대 규모 밀수범 검거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중국을 통한 금괴 밀수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밀수업자들은 비행기, 여객선 등을 통해 갖가지 방법으로 금괴를 밀수하고 있다. 과거에는 짐 속에 넣거나 옷·신발 속에 숨겨 들여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몸 속에 숨겨 들어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시세차익을 노린 범죄다. 마약도 마찬가지다. 일요서울에서는 최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검거한 110억대 금괴 밀수 조직 사건을 재구성해 봤다. 

‘허술한 검색’ ‘시세차익 노려’ 금괴 밀수 증가
운반 사고 막기 위해 밀수조직에 가족 동원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0일 110억대 금괴 밀수에 가담한 범죄자를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금괴 밀수 조직 총책 A씨 등 5명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연태항과 평택항을 왕래하는 화물 여객선을 이용해 신체 은밀한 부위에 금괴를 은닉해 국내로 들여왔다. 평택항에서 붙잡힌 이 조직원들은 평택항 정밀조사실에서 검거됐고 2명은 구속 1명은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연태항에서 평택항까지
금괴 몸 속에 넣어 운반

금괴밀수조직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9월부터다. 중국에서 마련한 금을 중국 연태항에서 평택항으로 들여왔다. 밀수 조직은 조직원들을 보따리상으로 위장해 금괴를 밀수했다.   

중국에서 금을 구입한 총책 A씨는 운반책 B씨 등에게 화물 여객선 승선 직전 7kg의 금괴를 35개로 나눈 뒤 1인당 5~10개씩 배분했다. B씨 등의 운반책은 이 금을 항문 등에 은닉해 여객선에 올랐다.

연태항에서부터 평택항까지는 보통 12~14시간이 걸린다. 평택항에 도착할 때까지 운반책들은 금을 몸 속에 넣고 있었다. 보통 금, 마약 등을 항문 등의 신체 속에 넣는 경우 콘돔에 넣은 뒤 윤활제를 발라 몸 속에 집에 넣는다. 하지만 이들은 콘돔과 윤활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평택항에 도착에 검색대를 통과할 때도 이들은 잔꾀를 썼다. 운반책들은 일부러 금반지 등을 손가락 등에 끼고 검색대를 통과했다. 금속 물질이 탐지돼 경고음이 울리면 금반지 때문이라고 둘러대면서 단속을 피했다.

몸 속에 있는 금괴의 경우 일반 금속탐지기로는 잘 탐지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들도 몸 속 금괴까지 찾기 위해서는 X레이 검색대가 가장 정확하다고 말한다. 

금괴 밀수 조직은 운반책의 변심과 도주 방지를 위해 가족을 운반책으로 활용했다. 경찰 조사를 통해 이들 조직은 조직원들의 누나, 매형 등을 운반책으로 활용한 것이 드러났다.

금괴 운반 대가
개당 15만 원~30만 원

수사대 조사결과 금괴 밀수조직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총 45회 걸쳐 213kg의 금괴를 밀수해 왔다. 이들이 밀수한 금괴는 시가 110억 원 상당이다. 보따리상으로 위장한 밀수치고는 금액이 상당히 크다. 이들은 시세차익을 노려 불법으로 금괴를 밀수해 왔다. 

연태항에서 화물 여객선을 타고 온 운반책들은 국내에 마련해 놓은 임시거처인 모텔, 임대주택 등에 집결한 뒤 집 안의 화장실에서 밀수한 금괴를 몸 밖으로 꺼냈다. 이렇게 꺼낸 금괴는 다시 총책 A씨가 회수했고 운반 대가는 개당 15만 원~30만 원선이었다.   

수사대는 이들 조직에 금괴 매입자금에 대한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를 적용했고 거래처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 측에 따르면 최근 들어 시세차익을 노린 금괴 밀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이 많은 만큼 추가 금괴 밀수업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천항 개항 이래 
최대 규모 밀수 사건도 
   

평택항 밀수 조직은 평택항을 통한 밀수 사건 중 단시간 가장 큰 규모의 금괴를 밀수했던 사건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앞서 지난해 26일 인천항에서는 1883년 인천항 개항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금괴 밀수 국제조직이 검거되기도 했다. 

인천세관이 검거한 금괴 밀수 조직은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최근까지 중국 단둥지역과 인천항을 오가며 총 14회 423kg 시가 196억4500억 원의 금괴를 밀수했다. 평택항 금괴 밀수 조직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들 조직은 금을 몸 속에 은닉하는 대신 특수 제작한 조끼를 이용했다. 특수 제작된 조끼에는 금괴 1kg짜리 40개가 들어간다. 밀수한 금괴는 서울 종로 지역의 금·은 환전상을 통해 현금과 바꾸었다. 

인천세관 조사결과 선박회사 과장 B씨 등은 선박회사의 업무용 차량이 보안 검문·검색 시 차량 등록의 간단한 절차만 받으면 통과된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세관은 B씨 외에 금괴 밀수 국제 조직 중 국내 총책 C씨와 모 선박회사 과장 D씨, 조리사 등 6명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기장은 밀수
경비원은 정보 누설 

최근에는 공항 및 항공사 관계자가 밀수를 돕는 등의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에서 산 금괴와 금화를 세관 신고 없이 국내로 들여와 다시 밀반출하려던 미국 국적의 대한항공 소속 엑스트라 기장 E씨가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에 의해 적발됐다. 

E씨는 미국에서 산 시가 1억 400만 원 상당의 골드바와 골드코인을 국내로 들여와 독일로 밀반출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오르려다 검색대 보안검색요원에게 적발돼 공항세관에 인계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밀수에 도움을 준 인천공항 출국장 보안검색 특수경비원 F씨가 형사 입건됐다. F씨는 출국심사 취소 시 보안검색이 허술한 점을 공범들에게 알려줘 이들이 금괴를 신발 속에 숨겨 보안검색 적발을 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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