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냐 재상승이냐…신발 끈 고쳐 매는 이재명

<정대웅 기자>

‘탄핵 정국→조기 대선’ 국면 전환에 지지 일부 이탈

반기문 등장, 되는 사람 밀어주는 ‘밴드 왜건’ 악재

‘안정감‧부동층 공략’ 등 ‘이재명 표’ 집권가능성 보여야

전문가들, ‘文‧潘 뒤집기는 힘들 듯 vs 이변 가능해’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각 당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가장 앞서 가는 건 더불어민주당 내 주자들이다. 촛불 정국 초반, 탄핵을 주장하면 정권을 끌어내리려는 노림수로 비춰질 수 있어 머뭇했으나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각 주자들이 대권 행보에 적극 나서면서 지지율도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촛불 정국에서 급등했던 지지율이 한 풀 꺾인 것. ‘반기문 등장·정국 변화’등 여러 요인이 거론된다. 일요서울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 그 원인을 짚고 지지율 반등 가능성을 분석해 봤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월 2주차 대선 후보별 지지율에 따르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9% (전주 대비 1.1% 상승)로 1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1.5%(1.2% 하락)로 2위, 이재명 시장은 11.3%(0.7% 하락)로 3위를 기록했다. 한때 18%까지 올라 1,2위를 위협했던 이 시장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면 전환’이 배경

반기문 등장도 원인

우선 전문가들은 이 시장의 지지율이 추락한 데 대해 ‘탄핵 정국→조기 대선’이라는 정국의 변화가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진단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에서 빠르고 선명한 메시지로 이 시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했지만, 지난달 9일 탄핵이 가결되고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정 농단 정국에서 요구되던 이미지, 메시지, 행보가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 관심 자체가 차기 대선으로 모아지면서 현재 국면에서는 앞선 선명성과 주도성보다는 국가 비전, 안전성, 신뢰성, 국정 관리 능력 등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반기문 등장’은 이 시장에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조기 대선으로 국면이 전환되면서 반 총장을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야권의 지지가 몰리는 ‘밴드 왜건’(다수가 지지하는 사람을 지지하는 현상) 효과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역설적으로 반기문 등장은 야당 내에서 승리하는 후보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반기문을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만들자는 전통적 야권 지지층이 (문재인에) 결집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 간의 ‘지지층 구성’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겼다. 두 주자의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에 문 전 대표에 지지가 쏠림에 따라 이 시장의 지지가 하락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이 시장의 지지층은 특히 문 전 대표의 지지층과 상당한 교집합을 이룬다. 이는 서로 제한된 지지층 풀 속에서 어느 한쪽이 가져가면 다른 한쪽이 잃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문 전 대표가 각종 정책 발표 등 조기 대선 행보를 본격화 하며 치고나가자 상대적으로 이 시장은 하락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성급한 우클릭 지적도

‘구설수’ 영향은 반반

이 시장의 ‘성급한 우클릭’ 행보가 지지율 하락에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진보 확장성이 큰 이 시장이 각종 방송 등에서 ‘저는 진정한 의미에서 보수’라고 발언하는 등 우클릭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다른 야권 주자들보다 특히 정의당 지지 세력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을 정도로 이 시장은 진보의 지지를 받는데, 어느 날 ‘자신이 헌법 가치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보수’ 등의 발언은 진보 확장성을 굳히기 전에 중도보수로 우클릭한 것”이라며 “진보 쪽에 장점이 있으므로 여기를 다져놓고 중도로 갔어야 하는데 성급하게 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의 전국적인 인지도 부족도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홍준일 조원씨앤아이 정치여론연구소 소장은 “촛불정국에서 반짝 스타가 됐지만 그 때를 제외하면 아직 사람들이 이 시장을 잘 모르는 게 사실”이라며 “국민들이 촛불집회의 메시지에는 지지하고 응원을 하지만 정부를 맡기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안정감이나 신뢰감을 갖지 못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정부 운영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성남시 공무원들, 주민 등은 그간 이 시장이 보여왔던 복지 정책 등을 피부로 느끼지만 전국적으로는 아직 좀 의심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의 각종 ‘구설수’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엄 소장은 “반문연대 발언, 가천대 폄하 발언 등은 지지 하락에 영향이 컸다고 본다”며 “이 같은 논란은 불안하고 좌충우돌 이미지로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얼미터 관계자도 “큰 폭으로 떨어지진 않았으나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며 “야권 지지층 내에서 파장을 일으킨 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홍 소장은 “일부 미치긴 했으나 지지율 하락의 핵심 요소는 아니다”라며 “반문연대 발언은 경쟁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얘기는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 소장은 “큰 영향은 없었다”고 짧게 답했다.

반등 가능성

‘글쎄 vs 이변 가능’

이 시장의 지지율 반등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다소 엇갈렸다. 한 자리로 떨어지진 않겠지만 턱 밑 추격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론도 있었고, 반면 ‘부동층 공략’ 등으로 이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지지층의 이념성향, 지지정당 등 세부분석을 해보면 한 자리대로 떨어질 가능성 적다”면서도 “문재인, 반기문을 오차 범위 내까지 위협할 수 있는 정도의 상승은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반기문 총장의 귀국과 함께 문재인 전 대표가 국가구조개혁, 재벌 개혁 등 정책 관련 메시지를 선보이는 등 연일 대선 행보를 강화해가고 있어서 지지율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반면, 홍 소장은 “국민들에게 확고한 해결책으로서의 정책적 비전을 보여주며 당선 가능성에 대한 안정감을 심어주면 반등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양호 소장도 이 시장이 당내 경선에서 충분히 이변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위해 ‘부동층 공략’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서 소장은 “대략적으로 문재인 후보 25%, 나머지 후보 15-20%를 합치면 민주당 정당 지지도 40%와 유사하다. 이는 당내 지지율이 맥시멈(한계치)에 도달했기 때문에 선명성 승부로는 가져올 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시장 등 나머지 후보들의 스탠스는 경선이라는 함정에 빠져서 야당 지지층만 노리는 선명성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만약 이 시장이 부동층을 공략해 10%만 더 가져와서 20%대로 오르면 당내 경선에서 이변을 만들 수도 있다”며 “결국 대선이기 때문에 부동층을 공략해 본인의 전체 지지율 끌어올려야 경선에 나가서도 경쟁력 있는 후보로 인정받을 수 있다. 부동층 표를 야당에 붙이는 것은 경선뿐 아니라 본선에서도 야권 전체 파이를 넓히는 효과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 소장은 “부정부패 척결, 친일독재 청산 등 개혁의 메시지가 야당 지지자들에겐 먹혔다. 이 메시지는 일관되게 나가되 이에 더해서 보조축이 있어야 한다”며 “이 시장이 반기문 표, 안철수 표, 부동층 표 등 문 전 대표가 가져오기 힘든 표를 공략해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본소득’ 정책 시동

‘대선 거머쥔다’ 자신감

이 시장은 최근 ‘기본소득’을 주장하며 본격 정책 내놓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 시장은 “대통령이 되면 유아(0∼5세), 아동(6∼11세), 청소년(12∼17세), 청년(18∼29세), 노인(65세 이상), 농어민(30∼64세), 장애인(전 연령·중복수령 허용) 등 국민 2800만 명에게 연간 100만 원씩 기본소득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시장은 이를 위해 영업이익 500억 원 이상 기업(440개) 법인세율 8%포인트 인상(15조원), 10억 원 이상 슈퍼리치 소득 증세(2조4000억 원) 등을 제안하며, 세율인하와 감면 혜택으로 부를 쌓아온 재벌 대기업 등 슈퍼리치에 대한 법인세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시장은 지지율이 하락하는 과정에서도 자신감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이 시장은 “대세론은 깨지기 위해 있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세론’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문 전 대표는 ‘성장을 멈춘 고목’이라고 견제했다.

또 반 전 총장에 대해서는 “이기기 쉬우니까 상대 후보로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최악 유엔총장 평가, 외교행낭 사건, 23만 달러 수수 의혹, 친인척 비리 등에 대해 국민은 대통령으로서의 자격과 자질에 의문을 가질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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