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분위기가 흉흉하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적 쇄신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면서 정파별 생존전략과 맞물린 갈등 국면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과 친박핵심 서청원 의원이 정점을 찍은 새누리당 내 갈등은 기싸움 수준을 넘어 이별 수순만 남은 상태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까지 귀국한 상황에서 충청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2차 탈당, 즉 2월 탈당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인명진발 인적쇄신에 대한 기대감을 접은 의원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중도 성향 의원들도 탈당을 심각하게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바른정당 인사들이 새누리당 중도 성향 의원들을 접촉해 탈당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탈당 이후 이렇다 할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바른정당으로선 현역 의원들의 2차 탈당을 통해 세 규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인명진 발 인적 쇄신을 좀 더 지켜보자며 인 위원장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적절한 시점에 바른정당에 합류하거나 반 전 총장과 함께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새누리당 의원들의 2차 탈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새누리당-바른정당 일부 인사 교감 中… 집단 탈당? 개별 탈당?
- 반 귀국 충청권 인사 비롯한 중도층 인사들 2월 중순 탈당 거론

새누리당 의원들의 딜레마는 ‘인명진’에 있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적 쇄신에 지지를 표하면서도 그가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은 하지 못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은 줄곧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등 친박 핵심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인명진 발 친박 ‘찍어내기’
버티는 徐

여기에 인 위원장은 공석이었던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적 쇄신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게이트를 막지 못한 친박 핵심 인사에 대한 청산을 시작으로 당을 전면 쇄신하겠다는 의지다. 윤리위 구성은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이 탈당을 거부한 것을 압박하기 위한 일환이다. 이들이 자진 탈당을 거부할 경우 윤리위를 구성해 출당 조치 또는 당원권 정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친박색이 옅은 인사들도 인 위원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친박 대 진박 대결로 흘러가는 상황이다. 적어도 당내에선 진박들이 탈당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실제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은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당을 위해 희생할 필요가 있다며 그들을 외면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이 “왜 그렇게 버티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할 정도로 진박의원들에 대한 당내 분위기는 싸늘하다. 적어도 친박 대 진박 싸움에서는 진박의원들이 패배할 것 같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인 위원장을 바라보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서 의원 등 비대위 정당성에 대한 논란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상임전국위원회를 개최해 인명진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상임전국위원 일부를 일방적으로 직권면직처리했던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에서 면직된 이용원 전 새누리당 청년위원장은 배경 설명도 없이 “상임전구위원에서 면직되었음을 알려드리오니 참고바랍니다”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이 위원장은 “인 비대위원장이 청년들과 소통에 나섰지만 현실적으로 방학을 맞은 대학생 외에 일하는 청년들이 참석할 수 없는 시간대를 선택한 것만 봐도 청년들을 존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앞으로 정풍운동을 통해 당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한 중진의원은 “비대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 이는 친박계가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소재가 될 뿐 아니라 서 의원 등이 버틸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 준 것 같다”며 “일방적으로 직권면직처리하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친박핵심들의 조직적 방해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절차상의 문제제기를 할 수 없게 만들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인 위원장이 취임할 당시의 대대적 인적 쇄신과는 달리 그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인 위원장은 지난 11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대토론회에서 “공개적으로 탈당 의사를 밝혔던 이정현 전 대표와 정갑윤 의원의 사표는 반려하겠다”고 밝혔다.

두 의원이 탈당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며 책임을 지는 모범적 모습을 보여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조경태 의원과 김문수 비대위원이 반발하면서 10분도 채 안 돼 번복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다음 날 인 위원장은 “개인 의견이다”, “당을 지지해주는 호남 유권자들의 신임을 저버리면 안 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지만 인 위원장의 본심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심지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공표한 것 아니냐”고 농을 건네기도 했다.

1월24일 2차 탈당 거사일
‘도미노 탈당’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은 향후 거취를 놓고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배경엔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은 물론 마땅한 대선 후보조차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또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에 올 수 있는 확률이 희박하고, 대안으로 떠오르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김관용 경북지사, 김문수 전 경기지사로는 당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대선 승리라는 절대 과제 앞에 하나로 뭉쳐야 하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하나로 뭉칠 만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없다. 그렇다고 반 전 총장에게 희망을 걸고 있으나 이 역시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현 상황에서는 보수의 텃밭인 TK(대구·경북)에 지지기반을 둔 제2의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일만 남았다.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에 온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선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반 전 총장의 실무 준비팀에 소속된 이상일 전 의원은 12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이 특정 정당을 지금 선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계시는데 당분간 그분들과 만나서 어떤 연대를 도모하는 것 같지도 않다”고 관망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의 많은 분들이 이탈한 상황이기 때문에 새누리당 안에 들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더불어민주당은 (반 전 총장을) 맹비판했기 때문에 이 당에 들어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전후로 새누리당 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특히 중진급 의원을 비롯해 일부 의원들은 반 전 총장과는 무관하게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과 교감하며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탈당 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의견 교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바른정당 창당일인 24일 전에 탈당할 것이란 얘기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게다가 친박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 역시 2월 중순까지 상황을 본 뒤 탈당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바른정당 소속 핵심 의원실 한 관계자의 말이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 중 바른정당과 교감하고 있고, 일부 의원들은 탈당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은 개별 탈당이 아닌 집단 탈당을 도모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당내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새누리당 한 의원 역시 이러한 내용에 대해 시인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설득하고 있다”며 “어찌됐건 (탈당을) 한다는 것은 팩트로 봐도 무방하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의원은 “개인적 사정 때문에 아직 탈당하지 못하고 있는데 탈당을 하겠다는 마음은 확실히 굳어졌다”며 “아마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탈당을 생각하는 의원들이 대부분 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 역시 “아직도 지역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며 “바른정당 창당일인 24일 이전에 탈당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안팎에서는 바른정당 합류인사 명단이 나돌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1차 탈당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탈당을 보류했던 심재철, 박순자, 강석호, 윤한홍 의원 등이 2차 탈당을 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 외에도 수도권의 정유섭, 홍철호 의원과 TK지역의 곽대훈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바른정당 합류를 결심한 의원들은 당내 세 규합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른정당이 정계개편의 태풍의 눈이 되게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인원이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세 규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바른정당으로선 사실상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다.   

강석호, 나경원, 이주영,
박순자, 이철규 등

반면,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충청권과 중도 성향 의원들도 2차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 충청권 의원과 반 전 총장을 지원하겠다는 나경원 의원, 이주영, 박순자, 이철규 등이 2차 탈당 대상자로 분류된다. 실제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 13명 가운데 상당수는 “반 전 총장과 함께 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다른 지역 중도파 의원들도 반 전 총장과 정치적 진로를 함께하는 데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충청권 의원 대다수는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에 들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소추를 당한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하거나 연대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한 충청권 의원은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과 함께할 수 없다면 우리가 당을 나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탈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이들은 탈당하더라도 바른정당으로 합류하기보다는 독자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2월쯤 제3지대 재편 움직임이 가시화될 때 우리도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대다수 의원들이 2월 중순에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우선 2월 중순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거 탈당한 뒤 그 후에 벌어질 정계개편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또 새누리당의 친박, 더불어민주당의 친노를 제외한 비주류 인사들이 참여해 제3지대에서 합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가동된다면 대선 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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