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연 시 ‘기부약속’ 지키지 않아…측근 “기부에 대한 개념 달라 오해”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데뷔 후 200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고 알려진 ‘기부천사’ 가수 김장훈 씨가 ‘거짓기부’ 논란에 휩싸였다. 한 재미 언론매체가 최근 보도를 통해 김 씨가 각종 해외공연 시 기부를 약속한 후 실제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 이 매체는 김 씨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하고 오리발을 내민다며 “입만 열면 거짓말”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러한 의혹 제기와 비판에 대해 김 씨의 측근은 “안 하려는 게 아니라 형편이 안 되는 것”이라며 김 씨가 기부 약속을 대부분 지키지는 못했지만 약속을 지키고자 백방으로 노력했다고 귀띔했다. 김장훈 거짓기부 논란의 실체를 따라가 본다.

 

지난 1월 5일, 가수 김장훈 씨는 자신의 SNS에 ‘최순실·차은택 혜택 관련 및 거짓기부 찌라시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최근 보도된 재미 언론매체 ‘선데이저널’의 ‘괴물이 된 기부천사 가수 김장훈의 해외단체 거짓기부 행각 철저 취재’라는 기사가 큰 논란이 되면서 자신의 입장이 담긴 해명성 글을 올린 것이었다.

‘선데이저널’은 지난해 12월 특종보도를 통해 김 씨가 2014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공연 출연료 2억 원을 비롯해 2013년 미국투어 당시 수전 코먼 유방암재단, UCLA 한국음악과살리기운동본부, NYU 한인학생회 등에 약속한 총 16만 달러 기부 약속이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기부체납의 이유는? 

이 매체가 제기했던 거짓기부 논란을 살펴보자.

먼저 베네치아 공연 논란이다. 김 씨는 지난 2014년 2월, 베네치아 카니발에 초청받아 메인 아티스트 자격으로 카니발 메인 무대에 섰다. 이 자리에서 김 씨는 “2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베네치아의 자연보호를 위한 것이었다. 또 티켓 판매 수익금 4만 유로를 베니스 시정부에 추가로 후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런데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상호 기부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김 씨 측은 베네치아 공연경비를 자비로 처리했고 개런티도 받지 않았다며 이 비용이 약 2억 원의 기부금 개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최 측에서는 김 씨를 메인 아티스트로 초청하는 대신, 개런티가 없는 조건이었다며 개런티를 기부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LA를 시작으로 뉴욕, 애틀란타, 댈러스, 토론토, 워싱턴을 도는 일정의 2013년 북미지역 ‘미라클 투어’에서도 김 씨의 기부약속은 논란이 됐다. 그해 5월, LA공연에서 김 씨는 유방암재단 ‘수잔 G.코멘’과 UCLA 한국음악과에 각각 5만 달러를 후원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뉴욕공연에서도 기부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뉴욕의 해머스타인 볼룸(Hammerstein Ballroom) 공연에 나섰던 김 씨는 공연이 절정으로 치닫자 기부 계획을 표명했다.

김 씨는 미국 내에 한국과 한글을 알리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뉴욕대학교에 3만 달러,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 1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것. 그러나 뉴욕한인학생회 한 관계자의 전언에 의하면 기부약속은 이후 전혀 이행되지 않았고 공연 후 한인학생회 누구도 김 씨를 본 적이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캐나다 토론토 공연 중에도 김 씨는 역사재단 ‘캐나다 알파’에 5000달러, 토론토대학교에 2만 달러(서적구입비), 로열온타리오박물관(ROM)에 5000달러를 약속했지만 기부액은 총 500달러에 불과했다. 그것도 토론토 학생회가 강연비를 김 씨 이름으로 대신 기부한 것이었다.

‘거짓기부’ 논란은 오해의 산물?

김 씨는 이처럼 해외공연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하지만 국내기부는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가 스스로 언론에 밝힌 기부 사례만 해도 약 40건. 지난 1998년부터 현재까지 기부한 금액이 100억 원을 넘는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특히 ‘독도지킴이’로 잘 알려진 만큼 김 씨는 독도 관련 기부액만 10억 원에 이른다.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해외 유력지에 독도 광고를 냈고 사이버 외교사절단인 ‘반크’에 약 5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

연예계에서 ‘기부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김 씨는 동료·후배 연예인들에게 ‘기부배틀’까지 제안할 정도로 기부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앞서왔다.

거짓기부 논란에 대해 김 씨는 “오롯이 혼자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라고 전제한 뒤 “사람들의 평가보다는 제 개인의 양심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굳이 해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또 “제가 살아온 날들을 그런 찌라시 따위가 왜곡시킨다 해도, 상식과 시간을 믿고 그냥 내 갈 길만 가겠다”고 말했다. 거짓기부 논란에 대해 부끄럼이 없다는 심사를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사실 김 씨의 기부방식은 조금 특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자신이 갖고 있는 돈을 기탁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기부액을 미리 약속하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기관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거나 소위 ‘행사’를 뛰어 마련하는 스타일이다.

더불어 해외공연 중의 기부약속 미실천의 문제도 상호 기부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김 씨 측근들의 주장이다.

UCLA와 뉴욕대, FIT 한인학생들은 김 씨가 언급한 기부에 대해 직접적으로 돈을 건네받는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김 씨는 자신이 행사비를 받지 않는 것으로 기부를 대신했다고 생각했다는 것. 또한 UCLA 한국음악학과살리기운동의 경우 김 씨가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후원처를 연결해 주기도 했다고 측근은 전했다.

이런 해명을 감안한다면 이번에 제기된 ‘거짓기부’ 논란은 김 씨 특유의 기부방식에서 비롯된 오해의 산물이라는 게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기부에 대한 김 씨의 병적(?)인 집착과 함께 자칫 오해를 만들 수 있는 이러한 방식의 기부약속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 씨 입장에서 언젠가는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는 마음이겠지만, 도움을 기대했던 측에서는 결국 헛말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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