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갈 의원 아무도 없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제7공화국’과 ‘개헌’을 강조하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개헌을 반대하는 야당의 여러 의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당 대표 후보들이 가장 영입하고 싶은 대선 후보로 손 전 대표를 꼽았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는 12일 서울 상암MBC에서 열린 지상파 3사 공동 ‘국민의당 당 대표 후보자 초청 토톤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우리가 (손 전 대표를) 영입하면 안철수 전 대표와 손 전 대표의 경쟁으로 (대선 경선이) 흥행할 수 있다”며 “능력 있는 손 전 대표를 안철수 전 대표에게 붙이고 싶다”고 전했다. 국민의당의 손 전 대표를 향한 러브콜이 강도를 더해가자 정치권에서는 손 전 대표의 민주당 탈당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동시에 동반 탈당파가 몇 명 나올지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손 -개헌 고리로 중립지대 키워 대권 경쟁 나선다
박 -안철수·천정배·손학규·정운찬 모여 대선 준비하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2014년 7월 30일 재보선에서 낙마한 후 정계은퇴라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손 전 대표는 “지금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책임정치의 자세에서 그렇고 당과 정치의 변화와 혁신이라는 차원에서 그렇다”라고 밝히며 ‘변화와 혁신’ 차원의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손 전 대표는 전남 강진에서 일종의 ‘칩거 생활’을 한 뒤 2년 2개월 만에 돌연 정계 복귀를 공식 발표했다.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는 기존 정치와 경제의 새판 짜기에 몸을 바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계 복귀와 함께 손 전 대표는 탈당을 선언했다.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당 대표를 하면서 얻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뜻이었다.

탈당 선언과 동시에 국민의당은 환영 의사를 밝히며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밀었으나 손 전 대표는 ‘중립지대’에서의 개헌 추진을 이룬다는 의사를 밝혔다. ‘개헌’을 고리로 중립지대 확장성을 키워야 대권 경쟁이 더욱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게로 오라’
손학규·반기문에 러브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2일 당 대표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를 출마한다는 선언과 동시에 “안철수·천정배를 대선 후보로 우뚝 세우겠다. 손학규·정운찬 등 뜻을 같이 하는 모든 분을 모셔 대선 드림팀을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손 전 대표는 지난 6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새 판 짜기를 정계 개편으로 보지 말라. 나라의 기본 틀과 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라며 “국민 뜻에 따라서 최강의 실력과 인물이 모인 ‘드림팀’이 갖춰지면 그 세력이 새 정치의 주체가 될 것이다. 국민주권, 분권 시대를 열어야 한다. 거기에 내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호응했다.

박 전 원내대표의 발언과 손 전 대표의 발언은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박 전 원내대표는 손 전 대표에 이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입장도 밝힌 바 있다. 그는 3일 광주시의회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당은 우리 정체성을 인정하는 세력들이 들어와 같이 경쟁하는 플랫폼 정당을 표방한다”며 “개헌에 찬동하는 손학규, 정운찬 등을 다 받아들여 총선민의로 확정된 제3지대 국민의당에서 강한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또 당시 귀국을 앞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는 “우리 당에 들어와 경선을 하면 좋겠다”고 수차례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12일 귀국해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이뤄야 할 때”라고 말하자 여야의 반응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이에 국민의당은 “많은 국민들은 반 전 총장이 박근혜 정권을 연장하고 이명박 정권을 부활시키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며 “반 전 총장이 본인이 출마할지부터 결단해야 하고 여당 후보인지 야당 후보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따라 탈당?
대부분 ‘사실 무근’ 부인

손 전 대표 복귀 당시 여러 의원들은 정권교체에 함께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탈당을 선언하자 안타깝다는 반응이 컸다. 하지만 ‘손학규계’로 불리는 일부 의원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손학규계인 이찬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식 탈당을 선언하며 “이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도울 때가 된 것 같다. 처음처럼 함께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선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손 전 대표의 생각은 모르겠는데, 제 생각엔 국민의당 입당보다는 손 전 대표 중심으로 제3지대라고 하는 분들이 다 같이 모이면 정권창출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며 국민의당보다는 손 전 대표만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찬열 전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탈당 이후 손학규계로 불리는 일부 의원들의 추가 탈당설이 나돌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탈당을 계획하고 있는 손학규계 의원 명단이 공개됐다.

기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손학규계로 알려진 의원들에게 탈당 가능성에 대해 직접 물어봤다.

박찬대 의원실 관계자는 “탈당에 대해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 언론 내용상으로 보면 지난해 11월경 탈당해야 하는 경우인데 우리는 전혀 논의한 적도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춘숙 의원실 관계자는 “(추가 탈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탈당을 안 한다고 공개적으로도 밝힌 바 있다. (손학규 전 대표가)민주당 시절 얘기지 현재 손학규계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오제세 의원실 관계자는 “손학규계가 아니다. 결국 탈당에 대한 논의조차 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조정식 의원실 관계자는 “탈당 가능성이 없으며 전혀 탈당할 이유조차 없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양승조, 어기구, 강훈식, 전혜숙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탈당가능성이 없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특히 양승조 의원은 언론을 통해 “탈당할 가능성은 0%”라며 “간다고 해도 명분이 있어야 가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이처럼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달리 이찬열 의원 이후 추가 탈당설에 대한 부분은 사실과 무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지난 4일 우상호 원내대표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성 보도들이 우려된다”며 “지지자들은 동요 말라”고 당부했다.

또 “탈당 문제는 원내대표 입장에서 예민한 문제”라며 “한 번 더 이런 보도가 있으면 대응하겠다”고 언론에게 경고했다.

정청래 전 의원
“다시 만덕산으로 가라”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더불어민주당 측 인사 10여명이 탈당 후 손 전 대표에게 합류한다는 보도를 보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작 하는 짓이 정치공작인가?”라며 탈당 예정 인사 명단을 공개 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떳떳하다면, 이합집산이 아니라면 10여명을 즉각 공개하라”며 손 전 대표에게 “다시 만덕산으로 가라”, “배고픈 건 알겠는데 어쩌다가 잡식성으로. 쯧쯧” 등의 비난글도 이어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 전 대표의 국민의당행이 사실이 된다 해도 더불어민주당에서 동반 탈당할 의원은 극소수이거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인사들이 많다.

손학규, 반기문 보수·패권
세력과 손잡지 않을 것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12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귀국 후 행보와 관련해, 국내 어려움 극복에 큰 역할을 기대하면서도 보수 패권 세력과 힘을 합치는 것을 경계했다.

손 전 대표는 지난 12일 오후 충남 천안의 나사렛대학교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나의 목민심서-강진일기’ 북콘서트에서 반 전 총장의 귀국과 관련한 질문에 “세계적인 지혜를 갖고 국내 경제·사회·외교·안보·정치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반 전 총장은 아직 한국에서의 구체적 이야기나 미래비전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귀국 후 행보와 보폭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반 전 총장의 정치적 행보를 놓고 “과거 수구세력이나 보수세력과 손을 잡고 활동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과거 패권세력에 위탁한다면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새누리당 또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입장 등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 전 대표는 지난 13일 중소기업연구원 지하강당에서 열린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포럼 특강’에서도 반 전 총장에 대한 입장을 늘어놓았다.

손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를 얘기하기 전에 나라를 어떻게 개혁하겠다, 기득권과 특권 세력들을 어떻게 끌어내고 새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패권 세력에 대항하는 어떤 개혁 세력을 만들겠다는 좀 더 구체적인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자신이 추진하는 개헌 고리 제3지대 동참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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