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뉴시스>
-경기수준 저하 유럽 선수권 전철 밟나…담합 문제도 숙제로 남아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축구 강국들의 명예와도 같았던 월드컵 본선 진출 무대가 오는 2026년부터 대폭 확대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이에 이해득실을 놓고 다양한 셈법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 경기 질과 담합문제 등 다양한 우려가 제기돼 한동안 국제 축구계를 떠들썩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조치가 차이나 머니를 겨냥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수익창출에만 국한될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FIFA는 지난 10일(한국시각)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FIFA 본부에서 평의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2026년 대회부터 월드컵 본선 출전국을 현재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26년 월드컵부터는 48개국이 본선에 오르게 되고 3개국 1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3개국 중 상위 2개국이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총 경기 수도 현행 64경기에서 80경기로 늘어나게 된다.
이 같은 월드컵 출전국 확대안은 지안니 인판티노 회장이 회장 선거 당시 내걸었던 대표적인 공약으로 선거 결과의 열쇠가 되기도 했다.
수혜주 중국 덕에
장기집권 기틀 마련
이번 결정은 단순 출전권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FIFA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월드컵 진출국이 확대되면서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을 챙기게 됐다. 실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수입을 55억 달러(약 6조6000억 원)으로 예상한 가운데 48개국으로 확대될 경우 최대 65억 달러(7조8000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와 함께 출전권이 늘어나 2026년부터 각 대륙별 분배량도 늘어난다. 특히 현재 4.5장이 주어진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인판티노 회장이 40개국으로 확대될 경우 6장의 출전권 배분을 약속했던 만큼 최소 7장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FIFA의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수익을 증대하기 위한 속임수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인 독일은 반대파 선봉에 나선 가운데 독일 관계자들은 출전국이 늘어나면 월드컵 본선의 경쟁력과 재미를 반감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의 한 일간지도 “월드컵은 끝났다. 결국 돈이 더 중요했던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문호가 확대되면서 이번 결정의 최대 수혜자로 중국이 지목된다. 중국은 단 한 차례 본선에 진출했을 뿐 여전히 축구 약소국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진입 장벽의 낮아지며 진출 기회 역시 높아졌다.

특히 최근 전세계 축구선수 이적시장의 블랙홀을 자처할 정도로 막대한 투자를 하는 만큼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중국 정부의 의지는 강력하다. 이에 이번 결정을 놓고 물주인 중국의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더불어 월드컵이 중국을 품을 경우 FIFA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중계권만 봐도 앞서 한국은 2010년 남아공-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중계권료로 1억3000만 달러(약 1500억 원)을 지불한 반면 16억 인구의 중국은 불과 1억1500만 달러(약1370억 원)만 지불했다. 하지만 중국이 월드컵에 출전하는 순간 중계권은 폭등하게 된다.

결국 이번 결정의 최대 수혜자가 FIFA 자신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인판티노 회장은 중국의 입김을 등에 업고 장기집권의 기틀을 닦았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선수 혹사에
유럽 축구계 반발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찬성표도 나오지만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경기 수준 저하와 선수 혹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가 본선 출전국을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확대해 판을 키웠으나 전체적인 대회 수준이 저하돼 논란에 시달렸다.

결국 월드컵도 같은 부작용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더욱이 약소국이 본선에 진출할 경우 공격이 아닌, 수비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아 축구팬들이 원하는 화려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더불어 출전국 확대로 월드컵 기간이 늘어나면 선수들의 휴식 기간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도 소속팀의 반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번 결정을 놓고 유럽 축구계가 크게 반발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여기에 담합 의혹도 제기된다. 한 팀이 다른 팀들과 모두 0-0무승부를 마치면 승점 2점을 안은 채 다른 두 팀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문제는 다른 두 팀이 1-1 무승부를 기록하면 골 득실로 이들 두 팀이 32강전에 진출하게 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한다.

결국 FIFA가 ‘3개국+16개조’ 조별리그 방식을 재검토하거나 조별리그 무승부 폐지 등 다른 세부적인 규정을 바꿔야만 공식적인 담함을 피할 수 있다.
어려워진 본선 무대
한국에겐 악재

한편 한국은 진입 장벽이 낮아지게 된 점은 호재이나 정작 본선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마냥 웃기에는 힘들 것이라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다.

팀이 늘어나면 본선 진행방식도 바뀌어 32강부터 곧바로 녹아웃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그간 월드컵 성공 기준으로 삼는 16강 진출은 더욱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행 64경기에서 80경기 이상으로 늘어나지만 지금까지는 어떤 팀이든 보장받은 3경기가 조별리그 2경기로 줄어들게 된다. 결국 단 2경기 만에 짐을 쌓아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결국 본선 무대가 어려워지는 만큼 한국축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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