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경남 이도균 기자] “지리산의 맑은 기운 듬뿍 받아 새해는 마음의 평화를 얻고 즐거운 일 행복한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 ‘대한민국 알프스 하동으로 떠나는 부자여행’에 참여한 미국 출신의 달톤 툰스트럼(25) 씨의 여행 소감이다.

‘하동으로 떠나는 부자여행’은 정유년 새해 지리산의 좋은 기운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진정한 마음의 부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동군과 ㈜감성공간그룹 이츠스토리가 개발한 상품으로 고운 최치원 선생이 ‘호리병 속의 별천지’라고 극찬한 화개동 일원에서 이뤄졌다.

지난 주말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 부자여행에는 외국인 관광객 20명과 국내 관광객 20명 등 40명이 참가했다.

여행은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일곱 아들이 정진·성불했다는 지리산 칠불사에서 시작됐다.

칠불사 터는 ‘백자천손이 번창하고 중국 부자의 대명사 석숭(石崇)을 능가하는 길지(吉地)’라고 일찍이 신라 말 고승 도선국사가 '옥룡자결'을 통해 밝힌 바 있어 그만큼 좋은 기운이 가득하다는 뜻.

한 번 불을 지피면 한 달 반이나 온기가 지속된다는 아자방(亞字房), 김수로왕이 왕자들을 보러왔다가 연못 속에 비친 모습만 보고 돌아갔다는 영지(影池), 거문고의 명인 옥보고(玉寶高)가 50년간 거문고를 배우고 익혀 새로운 가락 30곡을 지었다는 운상원(雲上院)이 자리한 곳.

1000년의 세월과 역사 그리고 문화가 깃든 칠불사에 여장을 푼 여행객은 대웅전, 아자방, 운상선원, 영지 등을 둘러본 뒤 서산대사 길을 투어했다.

서산대사 길은 1540년 화개면 의신마을 원통암에서 출가한 서산대사가 인근 신흥사를 오가면서 행선(行禪)하던 산길로, 여행객들은 이 길을 따라 대사의 숨결을 느끼며 인생과 존재의 의미를 되새겼다.

서산대사 길을 걷고 템플스테이 칠불사로 돌아온 여행객은 율비 김근식 선생의 거문고 연주를 들으며 지리산 밤의 감성에 젖었다. 그리고 연꽃을 만들어 영지에 띄우고 참선을 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다음날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신청을 앞둔 우리나라 차 시배지 인근의 차문화센터로 이동해 우리 차 전통의 덖음체험과 다례체험을 하면서 ‘왕의 녹차’의 맛과 향에 빠져들었다.

특히 한복을 처음 입어본 외국관광객들은 한국의 전통 한복을 매우 좋아했으며 차에 대한 논문을 준비 중인 인도에서 온 한 교수는 차의 역사와 하동의 차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차도구와 산비탈의 녹차 밭을 신기해했다.

이어 국내 육지 최초의 탄소 없는 목통마을로 이동한 이들은 물레방아로 떡방아를 찧어 떡가래를 만들며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이곳에서 외국인들은 텁텁한 막걸리에다 마을에서 직접 키운 재료로 만든 칼국수와 따뜻한 떡가래를 맛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목통마을을 체험한 여행객들은 소설 '토지'의 무대 악양면 평사리공원의 팡팡 눈썰매장에서 일상을 떠나 짜릿한 스릴을 즐기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하동 농·특산물이 전시된 알프스푸드마켓에 들러 다기세트와 녹차, 차류, 녹차화장품, 한과 등 다양한 종류의 농·특산물을 구매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뉴질랜드 출신의 헤더 턴불(26) 씨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서린 지리산을 여행하면서 1000년 전 고운 선생이 왜 이곳을 ‘별천지’라고 했는지 알 듯하다”며 “여행에서 얻은 충만한 기운으로 마음을 비우고 향기를 채우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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