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에 ‘스모그 적색경보’ 발령

<뉴시스>

숨 막히는 스모그 피해 탈출하는 ‘스모그 난민’ 증가
대기오염 못지 않게 눈에 잘 띄지 않는 수질 오염도 심해

중국 정부가 지난 3일 처음 전국적인 스모그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중국의 스모그 경보는 그 정도에 따라 가장 심각한 ‘적색'에서 ‘주황색' ‘황색' ‘청색'까지 4단계다. 중국 중앙기상대와 환경관측종합센터는 지난 3일~4일 이틀간 ‘징진지'(京津冀·수도 베이징과 허베이(河北)·톈진(天津) 지역을 일컫는 말)와 허난(河南)·산둥(山東)·안후이(安徽)·장쑤(江蘇)성 일대에 짙은 스모그가 발생해 시계(視界)가 500m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이 최고 등급의 경보를 내렸다. 지난 3일 적색경보가 내려진 도시는 모두 24곳이며, 이밖에 베이징과 톈진을 포함한 도시 21곳에는 주황색 경보가 발령됐다. 황색 이상의 스모그 경보가 발령된 도시는 전국적으로 70여 개였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연출하고 말론 브란도와 로버트 듀발, 마틴 쉰 등이 출연한 1979년 작 할리우드 영화 ‘지옥의 묵시록’은 원제(原題)가 ‘지금은 세상의 종말(Apocalypse Now)’이다. 극심한 중국의 대기오염은 ‘공기의 종말’이라고 해서 ‘airpocalypse’라는 신조어로 불린다. 정유년 연초에 중국 전역을 덮친 스모그는 하도 심해 어떤 곳은 시계가 50m에도 못 미칠 것으로 중국 기상당국은 추측했다. 

당국은 스모그 경보 발령에 따라 각 지역 운전자들에게 서행 운전을 당부하는 한편, 주요 공항과 고속도로·항만에서도 안전조처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스모그 때문에 중국 내 많은 도시들에서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중국은 2014년 ‘환경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낡은 공장을 폐쇄하는 등 백방으로 애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기오염을 완화시킬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해 오다 진짜 심각한 사태를 맞았다.

중국의 대기오염은 북부지방에서 특히 심하다. 그래서 이 지역 주민들 가운데 일시적으로나마 대기오염에서 벗어나려고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스모그 난민’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은 12월에 스모그에서 탈출하려고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이 1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씨트립은 자사의 휴대전화 앱에 고객들이 가장 많이 올리는 검색어가 “스모그 피하기”와 “폐(肺) 청소”라고 밝혔다. 중국의 스모그 현상을 ‘airpocalypse’라는 신조어로 표현한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바람이 불어 스모그가 걷힐 때까지 주민들이 스모그에서 벗어나 있기로 하는 결정을 “폐(肺) 휴가”라고 명명했다. 1978년 덩샤오핑의 주창으로 개혁·개방을 시작해 지금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과거 서구 선진국들이 그랬듯이 심각한 환경오염이라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환경오염 가운데 눈에 보이는 대기오염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것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수질오염이다. 

지난해 봄 뉴욕타임스(NYT)가 집중 보도한 중국의 물 오염 실태를 보면 인구가 밀집한 중국 평지 곳곳의 농장, 공장, 가정에서 사용하는 지하수의 80% 이상이 산업과 농업에 의한 오염 때문에 마시거나 목욕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 우물 2013곳에서 나온 오염 측정 관련 조사 자료는 공해로 인한 건강 위협에 대해 갈수록 민감해진 중국인들에게 물에 대해서도 새삼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중국 도시는 깊은 저수지에 물을 의존하지만, 시골의 많은 마을과 소읍(小邑)은 얕은 우물에 의존한다. 중국의 수질 오염과 물 부족을 연구해온 영국 이스트앵글리카대학의 관다보 교수는 “내가 보기에 이것은 물이 중국에서 최대 환경 이슈임을 보여준다”고 NYT에 말했다. 관 교수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대기 오염을 본다. 그래서 그것은 대중에게서 엄청난 압력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도시에서 사람들은 수질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지 않는다”며 “그들은 동일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하이에서 발행되는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은 “중국에 깨끗한 지하수가 있기는 한가?”라고 물은 뒤 “보도된 진실은 걱정스럽다”고 논평했다. 베이징 소재 공중환경연구중심(公衆環境硏究中心)의 마준 국장은 수질 오염 실태 조사가 비교적 지표면에 가까운 수원(水源)을 측정했다면서 많은 도시가 수백 또는 심지어 수천 피트 더 깊은 수원지에서 물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마 국장은 “심하게 오염된 얕은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 도시들은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며 “대부분은 마실 물을 깊은 우물에서 얻는다. 이것은 반드시 구분해야 할 중요한 점”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중국정부는 우물과 지하수 비축분이 산업과 농업에 의한 광범한 오염과 더불어 과다 사용으로 위험에 처했다고 인정해 왔다. 2011년 중국 환경보호부는 2010년대 말까지 지하 수자원 오염을 줄일 계획을 발표했다. 그 계획에 따르면 중국의 지하수 사용은 1970년대 연간 570억 입방미터에서 2009년 1100억 입방미터로 증가해 중국 전체 물 공급의 근 20%를 제공했다. 

건조한 북부지방에서 지하수 공급은 가정용 수요의 약 3분의 2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하수 오염 추정은 시험 대상이 된 우물의 깊이와 장소에 따라 다양했다. 수리부(水利部)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감시대상 우물 2071곳 가운데 거의 절반의 수질이 “상당히 좋지 못함”이었으며 추가로 36%가 “극도로 좋지 못함”이었다. 지난해 3월 나온 전인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전인대 대의원인 농업자원 전문가 정유홍은 전인대에서 “환경오염이 근년 들어 뜨거운 주제가 됐다”면서 “하지만 지하수 오염은 사실상 망각돼 왔다”고 발언했다. 최신 연구 결과 대부분 북부와 중부 지역에서 시험된 우물의 32.9%가 수질등급 4단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등급은 오직 산업용수로만 적합하다고 매일경제신문은 밝혔다. 추가적인 47.3%는 더 나쁜 5단계였다. 오염물질로는 망간, 플루오르화물, 살균제에 사용되는 화합물의 조합인 트리아졸 등이었다. 일부 지역의 경우 중금속에 의한 오염도 있었다. 지표면에 가까운 수원의 심각한 오염은 많은 도시들이 깨끗한 물을 찾아 수천 피트 지하로 파내려 가도록 떠밀고 있으며 그것이 깊은 대수층(帶水層)의 용량에 부담을 가하고 있다고 관 교수는 말했다. 오염된 공기와 물은 중국 경제발전의 진정한 의미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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