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부패한것으로 드러난 지금 누가누구를 공격한단 말인가상대를 인정하고 국민의 존귀함을 인정하는 ‘겸손의 정치’ 펼칠때어떤 책에 지혜의 목소리가 전하는 다음과 같은 비유가 있다. “개구리가 목청을 힘껏 부풀려서 자기 몸보다 몇 배나 큰 목소리로 끄르륵 끄르륵 울 때, 그 소리는 산을 진동시킨다. 산이 울린다는 것 때문에 개구리는 자기 울음을 호랑이 울음으로 착각하지만 개구리를 아는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현재 우리 나라 정치인들의 상대방도 부패했다는 비방전과 나는 반성한다는 목소리 경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개구리가 과연 호랑이로 변할 수 있을까? 그렇게 변할 수 있어야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다. 충남 보령에서는 여름에 갯벌 머드팩을 홍보하기 위해 진흙탕 싸움 이벤트를 개최하곤 한다.

진흙탕 속에서 난장판으로 뒹굴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진흙을 물로 씻어내면 피부도 좋아짐을 느낀다고 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진흙수렁 정치자금 사건은 나만 묻혔느냐, 아니면 누가 더 진흙을 많이 묻혔느냐의 싸움이다. 이 사건의 결과가 머드팩과 같은 피부미용 효과를 가져올지 아니면 진흙만 묻힌 채 한바탕 활극으로 끝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자금 전모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공평한 수사를 이유로 특검을 요구했으며, ‘열린 우리당’과 민주당은 서로간에 경선자금, 대선자금에 관한 비리책임 공방을 벌였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SK 정치자금 100억 유입 사건이 밝혀지면서 국민에게 사죄의 뜻을 표했다. 한나라당의 사죄행렬은 작년 대선후보였던 이회창씨의 모든 책임은 자기에게 있다는 사과의 말을 거쳐 젊은 소장파 의원들의 지구당 위원장직 사퇴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또한 소수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정치자금 선 공개를 주장하고 나섰으나 그 기세의 확산이 중진들의 견제를 받았다. 반면에 열린우리당은 정치자금의 선공개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전개되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 흐름은 궁극적으로 정치권의 개혁으로 귀결되어야만 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정치개혁의 성공은 정치권의 인적 쇄신과 정치제도의 개혁, 그리고 유권자의 개혁이라는 삼발이 형태를 지닌다. 어느 한 다리가 완성되지 못해도 온전히 서지 못하는 절름발이 개혁이지만 두 다리만 먼저 세워도 나머지 한 다리를 순차적으로 세우기가 쉬워질 것이다. 유권자도 정치권의 일부이지만 정치엘리트가 먼저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 이상 유권자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전면적인 정치자금 수사는 이러한 개혁의 서막에 불과한 것이지 이를 종착역으로 여겨서는 결코 안된다. 국민들은 정치가를 욕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세상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인적 쇄신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정치자금 수사의 와중에서도 구습에 물든 일부 정치인들이 내년 총선에 대비한 자금확보 노력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는 수사이고 총선은 총선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정치자금 수사문제를 대하는 각 당의 태도 또한 앙탈부리며 학교에 억지로 가는 어린 초등학생 모습이거나, 죽기 싫어서 마지못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떼처럼 다만 사태의 전개에 억지로 끌려가는 수동적인 모습에 불과하다. 일부 소장파들의 쇄신적인 노력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당리당략을 중시하는 당지도부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으로까지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새시대의 요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도태되어야 한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각 당은 시대의 상황에 맞는 병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부패한 것으로 드러난 지금 각 당은 비방전에 의한 공격보다 쇄신을 통한 방어에 주력해야 한다. ‘손자’가 말하기를 “예전에 용병을 잘하는 자는 먼저 적이 아군을 이길 수 없도록 준비하고, 아군이 적을 이길 수 있을 때를 기다린다.” “적이 우리를 이기지 못하게 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있고, 우리가 적을 이길 수 있게 하는 것은 저쪽에 있다. 그러므로 용병을 잘하는 자는 능히 적이 우리를 이기지 못하게 할 수는 있으나 적으로 하여금 우리가 반드시 이기게 할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금 각 당은 서로가 부패했는데 누가 누구를 공격한다는 것인가!각 당은 정치개혁에 관한 사심없는 정책을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혼란의 기회를 틈타서 책임총리제나 중·대선거구제에 관한 논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는 정치권의 불법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방책과는 거리가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분점이나 선거에서의 당선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선거제도 변경에 골몰하는 행위이다. 책임총리제는 오히려 총선을 사활을 건 싸움으로 만들어 정치자금 비리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대선거구제가 정치비용을 줄일 것이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새시대가 요구하는 정치인 상은 겸손이다. 겸손이란 자기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겸손이다. 국민에게 머리 숙이는 것이 겸손이 아니라 국민의 존귀함을 인정해주는 것이 겸손이다. 우리가 남을 섬기려 할 때는 딱딱한 콩과 같아서, 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유익함을 주기 어렵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물에 불리고 돌에 갈아서 자신의 모습을 부드럽게 삭힌 다음 두부로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먹히는 것처럼 국민을 섬겨야 한다. 원래의 형상을 깨부수어야 사람들에게 들어갈 수 있다. 맷돌에 갈리는 고통은 내 안에 있는 옳지 못한 것들이 갈리는 것이다.

이러한 `감동의 정치가 실현되어야 비로소 ‘영혼의 떨림이 있는 정치’ 라고 불릴 수 있다. 법가에 속하는 ‘관자’는 ‘예(禮), 의(義), 염(廉), 치(恥)’로써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를 사유라 하며, 이를 먼저 실시한 후에 법치의 습속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통령이 언행에 절도를 지키며, 자금비리에 연루되지 말아야 하며, 이를 은폐하지 않은 연후에야 국민들이 법을 따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최근의 정치개혁 조치가 일단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최근 한국정치에 나타난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중상모략의 정치’ ‘거짓말 정치’에 대한 견제 움직임이다. 각 당이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비방전을 펼치는 와중에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양날의 칼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사실같은 거짓말’로서 스토리가 그럴듯하여 상대방당의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해치고 심지어는 대통령선거의 향방까지 좌우하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원하는 효과를 거둔 다음에는 ‘아니면 말고’식이다. 둘째는, ‘거짓말 같은 사실’로서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해서 거짓말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결국에는 사실로 밝혀지는 것이다. 이는 권력층의 비리의 단서를 폭로하여 수사의 확대를 가져오는 순기능을 한다. 그러나 한국정치는 첫 번째 경우의 폐해가 너무도 컸었다. 선거과정에서 실현 불가능한 공약인줄 알면서 거짓말 공약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정치공작적인 차원에서 상대방을 거짓말로 음해하여 거꾸러트리는 비열한 정치가 횡행해왔다. 모든 것이 맑아지고자 하는 새 시대를 맞이함에 있어서 ‘사실보다 더 사실같은 거짓말의 정치’는 ‘감동에 겨워 영혼의 떨림을 가져오는 정치’가 아니라 ‘분노에 사로잡힌 육체의 떨림’만 가져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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