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향한 화살은 시위를 떠났고 루비콘강을 건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인용 여부와 관계없이 대선 시계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문재인은 친노 폐족(廢族)에 대한 반성과 자숙은커녕 촛불 정서에 기대어 “참여정부가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고 견강부회(牽强附會)하고 있다.

지난 16일 문재인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 문재인 답하다’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문재인의 차기정부 비전과 구상을 담은 대선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문재인은 군 복무기간 단축, 사드 문제와 북핵, 개헌과 경제민주화, 국민통합, 양극화, 대학 서열화 등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국민은 대선주자들의 철저한 인물 및 정책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언론은 추상같은 검증으로 후보를 ‘국민 검증대’에 세워야 한다. 선거는 표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후보들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심리가 지배한다. 문재인의 허황된 공약들을 짚어보자.

첫째, 현행 21개월에서 18개월→1년으로 군 복무기간 단축 제안이다.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의 표심을 사로잡는 ‘안보 포퓰리즘’이다. 2016년 말 기준 전군 병력은 62만 5천명으로 북한군 병력(128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문제는 복무기간을 단축할 경우 목표 상비군 규모(2022년에 52만 2천명)를 10만명 줄인다고 해도 저출산 등으로 병력 수를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현실이다.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자면서 복무기간 단축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둘째, 사드 배치에 관한 모호한 태도다. 문재인은 사드 배치 결정 초기엔 ‘재검토’를 주장하더니, ‘다음 정부로 넘기라’고 말했다가, 16일에는 ‘취소하겠다 또는 강행하겠다는 그런 입장이 아니다’라며 ‘전략적 모호성’을 폈다. 일관성이 없는 ‘말 바꾸기’의 전형이다. 사드는 북한의 도발을 분쇄하는 첨단 방어무기이다. 대선 주자의 국가안보관은 찬반이 명확해야 하며 반대편을 설득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

셋째, 아전인수 격인 ‘편 가르기 정치’ 해소 방안이다. 문재인은 “혐오를 끝내고 진정한 화쟁(和諍)의 시대로 가자”고 하면서도 적의(敵意)를 감추지 않았다. ‘친일과 독재, 사이비 보수 세력’을 청산하는 것이야말로 ‘혁명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국가 비전 제시라기보다는 ‘과거 탓’과 ‘보수 대 진보’ 프레임 속에 ‘내편과 네편’의 또 다른 편 가르기에 불과하다. 또한 ‘탄핵이 부결되면 혁명뿐’이라는 반(反)헌법관은 진보좌파 진영만 빼곤 모두 청산 대상이라는 주장이다. 친일 세력과 독재 군부 세력은 이미 유통 기한이 종료된 실체가 없는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다.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당당한 나라가 되었는데 친일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정치군인이 설 땅이 없다는 현실은 문재인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다.

“보수를 거대한 촛불로 불태워 버리자”고 한 ‘주류 대청소’ 주장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도입한 건국의 선각자들과 산업화·민주화를 이룬 정통 보수세력을 폄훼하는 ‘사회 포퓰리즘’이요, 한국 현대사를 부정하는 증오적이고 편협한 사관(史觀)이다. 마치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풍토”라는 역사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 하겠다.

‘편 가르기 해소’는 민주당 내부에서부터 실천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 때 중국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에 비유되는 ‘노사모’의 폐해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분열됐는지 돌이켜 보자. 그때 ‘노사모’가 지금 ‘문사모’로 둔갑해서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친문(親文) ‘패권주의’를 비판하면 곧바로 ‘문자 폭탄 테러’와 ‘18원 테러’가 쏟아진다. 이것이 문재인이 민주당의 지지도 보다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이유이고, 집권을 하게 된다면 ‘노무현 정권 시즌2’가 될 수 있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이 진정 국민대통합을 원한다면 70~80년대의 좌파 운동권과 같은 편협한 이분법적 시각을 버려야 한다.

넷째, ‘큰 정부’ 지향은 경제 포퓰리즘이다. 문재인은 과학기술부 부활과 중소기업부 신설, 노인·청년·저출산 전담기구 설치 같은 ‘큰 정부’를 주장했다. 그 방안으로 부동산 보유세 인상, 주식양도차익 과세 같은 ‘부자 과세’를 재원 확보 방안으로 제시했다. 큰 정부는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발상으로 실패를 부른다. 과학기술 창달과 중소기업으로 경제구조 개편, 노인·청년·저출산 문제가 정부 부처가 없어서 안 된 것이 아니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국공립대의 공동대학, 공동학위제 제안이다. 뿌리 깊은 대학 서열화를 완화시키고, 가계부채의 원흉인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점을 이해한다. 현실적으로 난제가 많아 역대 모든 정권에서 검토 후 접었던 부실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

문재인은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선두 주자다. 앞선 세대의 피와 땀과 눈물로 기적을 일군 위대한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문재인의 역사관과 2007년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에 “북한에 물어보자”고 한 것과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한 것 등에 대해서 추후 지속적이고도 철저한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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