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제 지주회사 경영 총력 티스테이션, 평판은…

▲ 조현식 사장(왼쪽)과 조현범 사장.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2년 지주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회사 ‘한국타이어’로 분할했다. 한국타이어그룹을 이끌던 조양래 회장은 이듬해 장남 조현식 사장에게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를 맡게 해 그룹 지배력을,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는 한국타이어 경영운영본부 본부장 자리에 앉혀 경영 전반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갖게 했다. 두 형제는 이 때부터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핵심 업무를 맡으며 실무 경험을 쌓는 데 주력해왔다.

형은 ‘비 타이어’ 부문을 맡아 글로벌 시장 확대와 신사업 발굴, 인수합병(M&A)을 통한 그룹 몸집 키우기에 집중했다. 동생은 ‘타이어’ 부문에서 연구개발을 통한 품질 경영으로 국내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지난 2015년 7월, 조양래 회장은 돌연 조현식 사장을 동생 조현범 사장이 거느리던 한국타이어의 마케팅본부장(사장)으로, 조현범 사장은 형 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경영기획본부장(사장)으로 자리를 바꾸게 했다.

조현식·조현범 형제의 전문 영역을 서로 바꾸는 일종의 ‘교차 경영’이 시작된 것이다. 조 회장의 결정을 두고 후계 구도 본격화를 위한 능력 검증의 일환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경영 능력 검증으로 두 형제 중 한 명에게 확실한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포석이란 견해도 나왔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여가 지난 지난해 말. 조양래 회장은 다시 한번 형제에게 경영상 변화를 요구했다. 지난해 인사 조정 시 형제에게 한국타이어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한 것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현식 사장은 지주사 대표이사 역할을 맡고, 조현범 사장은 지주사 경영기획본부장으로서 투자, 인수합병(M&A) 등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본격적인 후계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타이어 부문이 안정궤도에 올랐다고 판단, 사업회사에서 직접적인 손을 떼고 지주회사 운영을 통해 간접적으로 회사를 거느리는 방식으로 경영능력을 평가할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로 한국타이어는 수익 면에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3분기 매출 1조6576억 원, 영업이익 3026억 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18.25%에 달했는데, ‘글로벌 빅3’ 타이어회사인 브리지스톤(15.4%), 굿이어(14.5%), 미쉐린(13.7%) 등을 모두 앞질렀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15%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에선 한국타이어 대리점인 ‘티스테이션’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티스테이션은 국내 최초의 타이어 브랜드숍으로 한국타이어의 상품을 판매하고, 자동차 점검 등의 서비스를 해주는 곳이다. 과거엔 단순히 타이어 교체를 위해 카센터나 정비소를 방문했다면, 티스테이션에서는 자동차 전반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방문객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인기는 곧바로 실적에 반영됐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타이어 내수 매출은 1조1017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약 6600억 원이 티스테이션을 통해 발생했다. 국내 매출의 60%가 티스테이션에서 발생한 셈이다.

조현식·조현범 형제도 한국타이어를 번갈아 경영하면서 티스테이션에 대한 애정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타이어그룹은 타이어 글로벌 유통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할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여기에 국내 유통채널인 티스테이션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티스테이션은 직접적인 유통회사가 아닌 판매망에 불과하지만 인수합병 등을 통해 유통회사를 거느리면 상당한 시너지효과가 예상된다.

티스테이션은 우선 국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선점한 뒤, 해외 거점 등을 통해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다. 두 형제가 지주회사에 전념하는 것도 이런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수익성이나 매장 수로 완전히 안정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타이어 공급과잉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타이어뱅크, 타이어프로, 타이어테크 등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매장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티스테이션 역시 매장 수를 늘리며 경쟁업체의 공습에 대응하고 있다.

티스테이션은 2004년 7월 1호점을 시작으로 2016년 말 570여개까지 늘어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올해 티스테이션 매장을 600여개까지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공격적인 확장으로 가맹점주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티스테이션 매장은 서울과 경기에만 200곳 정도 된다”며 “사업장이 밀집될 경우 고객 확보를 위한 과도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치열한 가격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백기(폐점)’를 드는 점포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선 매장마다 가격과 정비 능력 등이 상이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가 주된 업무인 만큼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은 반드시 잡아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고객의 평가는 지점별로 크게 엇갈린다. 티스테이션을 이용했다는 한 고객은 “타이어만 갈기 위해 방문했는데 불필요한 점검이나 부품교체 등을 요구하더라. 아직 교체할 시기가 아니어서 거절하긴 했지만 미안하기도 하고 불편하다”고 밝혔다.

그는 “공임비 등 가격도 매장마다 천차만별이어서 ‘눈탱이(바가지) 씌우는 곳 조심하라’며 피해야 할 지점 명단이 돌아다니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더 큰 문제는 점포 확장에만 급급해 제대로 정비 능력을 검증하지 않고 가맹점을 운영하는 경우다. 일부 고객의 ‘엉뚱한 정비로 돈만 날린’ 경험담은 커뮤니티 등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티스테이션 홈페이지에서는 ‘전국 어디에서도 투명하고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선 티스테이션이 향후 한국타이어의 글로벌 타이어 유통회사 도약의 중요한 거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평판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타이어 측은 매장 확대에 대해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매장 위치 등 다 고려해서 오픈을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에 맞춰서 점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티스테이션 매장을 600여 개로 늘릴 것이란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런 계획은 (우리가) 얘기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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