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소비자들… ‘솜방망이 처벌’에 소송 채비

<뉴시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정부가 배기가스 조작 혐의로 인증을 취소한 폭스바겐 차량의 리콜을 승인했다. 2015년 11월 조작 혐의로 리콜 명령을 내린 지 1년 2개월 만이다. 그동안 부실하다는 이유로 3차례나 폭스바겐이 제출한 리콜계획서를 반려했지만 이번에는 받아 들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부실검증으로 사실상 봐주기”라며 이번 결정에 대한 취소 소송을 내는 등 당분간 자동차 업계가 시끄러울 듯하다.

환경부는 최근 폭스바겐이 제출한 리콜 계획서를 검증한 결과 배출가스, 연비 등이 승인 요건을 충족해 티구안 2.0 TDI와 2.0 TDI BMT 리콜 계획서를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배출가스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15개 차종, 12만6000여 대 가운데 2만7010대가 오는 2월 6일부터 리콜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티구안 외에 아우디를 비롯한 나머지 9만8145대도 향후 환경부의 서류 검사 절차 등이 끝나는 대로 순차적 리콜이 진행될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리콜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리콜 대상 차량에 픽업·배달서비스, 교통비 제공, 콜센터 운영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리를 받는 소유자에게 100만 원짜리 쿠폰을 제공하기로 했다. 

‘리콜’ 4수 끝에 승인

환경부 관계자는 “리콜 검증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고 환경부 요구사항을 만족했다고 판단해서 폭스바겐 차량에 대해서 리콜을 승인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당초 폭스바겐은 배출가스를 조작하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재순환 장치를 작동시키지 않아 판매정지와 과징금 141억 원을 부과받고 형사고발을 당했었다.

환경부는 리콜 계획서 검토 결과 배출가스와 연비 등 승인요건이 모두 충족됐고 실험 결과 불법 소프트웨어만 제거하면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가 정상 가동됐다고 설명했다. 또 연비도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환경부가 리콜을 승인한 티구안 2개 차종에 대해 차량 교체 명령을 내릴 계획이 없다고 결정한 것이다.  환경부는 리콜을 승인한 티구안 차량이 몇년식인지도 따지지 않고 미국과 달리 내구성 검사도 하지 않았다.  한국 소비자들은 미국처럼 리콜 대신 자동차 교체명령을 요구했지만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에서조차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그동안 타격을 입었던 폭스바겐의 영업활동도 정상화될 예정이다. 이미 폭스바겐은 신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우디 ‘A7 55 TDI 콰트로 프리미엄 2017년형’ 모델은 지난해 10월 말 환경부의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을 통과한 데 이어 현재 국토교통부에 제원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제원 등록 절차는 거의 마무리 단계여서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내달 초부터는 차량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작 사태 이후 첫 신차가 문제없이 시장에 나오게 되면 향후 다른 모델 도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증 취소 이후 첫 승인이라는 점에서 다른 모델들의 신규 인증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에 ‘리콜 취소’ 소송

하지만  정작 폭스바겐 차량 소유주들은 환경부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차량 소유주들은 법원에 소송을 진행할 채비를 하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에 따르면 지난 15일 배출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티구안 소유주 610명 중 대표로 3명이 소송을 냈다. 소유주들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20~30%밖에 감소하지 않는데도 환경부가 리콜을 승인했다”며 “내구성 검증도 부실하게 진행한 데다 폭스바겐이 임의설정을 인정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소송을 진행하는 하종선 변호사는 “환경부는 지난 12일 폭스바겐의 엔진 ECU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리콜 방안을 승인했으나 이는 부실검증이라 할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들은 서울행정법원에 환경부의 리콜방안승인처분 취소 소송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는 검증 수치가 최대한 좋게 나오게 하기 위해, 폭스바겐 측이 제공한 티구안 신차를 가지고 검증했다”며 “티구안 차량은 2008년 식 차량부터 문제되므로, 환경부는 티구안 모델 중 실제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2008년식 모델, 중간인 2011년식 모델, 최근인 2014년식 모델 등 최소 세 가지 차량을 가지고 검증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정부가 봐준 것 아니냐”며 쓴소리를 내고 있다. 환경부가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차량을 부실검증했을 뿐 아니라, 내구성 검증은 아예 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폭스바겐의 쿠폰 보상이 미국(1인당 현금 1180만 원)보다 한참 낮은 규모라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또 같은 혐의로 미국에서는 5조 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겠다고 한 반면 국내에서는 141억 원 과징금만 내고, 보상 아닌 보상안도 100만 원 상당의 쿠폰 지급뿐이다.
고작 100만 원에 리콜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미국과 리콜 기준이 다른 점과 이미 충분히 검증 승인을 마쳤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법과 배출 기준이 달라 벌금에 차이가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행정기관에서 법에 정해진 과징금을 매겨 벌금이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관계자도 이에 대해 “배출가스기준이 4배 강하고 5배 많이 팔려서 미국의 벌금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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