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행보 다른 해석

현대차, 해외경영활동 활발·효성, 입지 확대 초석
한화, 사업 협력체 모색 vs 문제아 이미지 탈피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다보스포럼은 1981년부터 매년 1~2월 사이 스위스 고급 휴양지인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을 일컫는다.

이 회의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기업인·정치인·경제학자 등 약 2000여 명이 모여 1주일 동안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세계 경제 발전에 대해 논의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뉴시스>

재계 수뇌들의 축제이기도 한 이 포럼에 국내 대기업 총수들도 꾸준히 참여해왔다. 올해 다보스포럼에 참가한 국내 재계 인물들은 유독 오너 3세가 많다.

그중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조현상 효성 사장 등이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다보스 행에 올라 화제가 됐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지난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7세계최대가전전시회(CES)’ 일정을 마친 뒤 다보스 출장길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같은 기간에 열리는 북미 대표 오토쇼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참석했다. 2014년 이후 3년 만에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정 부회장의 목적은 올해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주인공이 될 기아차를 위한 자리 피해주기라 분석된다.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격년마다 CES와 디트로이트에 참여한다. 홀수 해는 현대차가 CES에, 기아차가 디트로이트모터쇼를 전담하고, 짝수 해에는 그 반대다.

지난해 이 행사에서 정 부회장은 현대자동차 대표로서 제네시스 G90(한국명 EQ900)을 북미에 첫 공개하며 연설을 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올해에는 기아차가 첫 스포츠 세단을 최초로 공개하는 등 대대적으로 준비한 만큼 정 부회장은 빠져주는 모양새다.

대신 정 부회장은 다보스포럼에 참여해 유럽 현지 시장을 점검하고 올해 글로벌 트렌드 리더들과 교류의 폭을 넓혔다.

정 부회장은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자동차 분과위원회 세션에 참석해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미래운송 수단에 대한 전망과 분석을 공유하고, 주요 완성차업체 CEO 및 전문가들과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형제경영 시작 신호탄

조석래 효성 전임 회장의 3남인 조현상 효성그

조현상 효성그룹 사장.<뉴시스>

사장은 지난해 말 사장 승진 이후 첫 글로벌 행보로 다보스포럼을 찾았다. 2년 만의 참석이다. 그는 떠나기 전 효성 창업주인 고 조홍제 선대회장의 묘소에서 추모식을 올렸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12월 29일 조 전임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당시 사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며 오너 3세 경영의 막을 열었다. 동시에 조 사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본격 형제경영구도를 갖췄다.

조 회장과 조 사장 형제는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조 전임 회장의 병상 치료 중인 가운데 회사 경영을 맡아 2년 동안 매년 1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최대 실적을 달성해 재계에서 형제경영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3남 조 사장은 특히 효성의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그는 2006년 세계적 타이어 업체인 미국 굿이어사에 타이어코드를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주도했고 북미와 남미·유럽에 있는 굿이어의 타이어코드 공장 4곳을 인수하는 업계 최대 규모의 인수계약도 성사시켰다.

이번 다보스포럼은 조 사장에게 형제경영의 서막을 올린 효성그룹의 차기 리더로서의 얼굴을 알리는 자리였다고 분석된다.

재계는 후에 형 조 회장은 그룹 전반을 관리하고 조 사장은 탄소섬유, 수입차 판매 같은 사업의 계열사를 분리해 독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조 사장은 이번 포럼 내내 글로벌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며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펼치는 데 치중했다고 전해진다.

저명한 CEO들과 만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에게 이번 다보스포럼은 ‘3남 술집 난동’으로 드리운 오너 일가를 향한 날 선 비판을 만회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김 회장의 3남 김동선 씨는 지난 5일 새벽 주점에서 종업원을 폭행하고 경찰차를 파손해 구속 기소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 회장이 건강 악화로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다보스 행에 오른 김 전무와 둘째 동생 김동원 한화생명 부실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웠다고 한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뉴시스>

김 전무와 김 부실장은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한화의 주력 사업인 태양광과 핀테크 사업 협력체를 모색하는 데 집중했다. 한화그룹은 행사장 5분 거리에 사무실을 잡고, 경영진들이 3일간 200여 명의 관련 사업 인사들을 만나는 강행군을 펼쳤다.

특히 김 전무는 지난 18일부터 4차 산업혁명의 힘을 주제로 열린 세션에 참가해 글로벌 리더들과 의견을 나누는 등 포럼 내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 김 전무는 데이브 코티 하니웰 회장을 만나 인수합병전략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점을 교환하는 한편 항공분야에서의 사업협력 강화 및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밖에 김 전무는 포럼 기간 동안 로렌조 시모넬리 GE 오일 앤드 가스 사장, 빠드릭 뿌요네 토탈 회장 등을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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