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시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특히 영장 기각 발표 이틀 뒤인 21일까지 영장을 기각한 조 부장판사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19일 새벽 5시쯤 법원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 부장판사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서울중앙지법에 조 부장판사를 찾는 항의 전화가 수십 통 걸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검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해 알아본다.

‘이재용·신동빈·존 리’ 구속영장 기각 탓에 논란 더 키워
서울중앙지법에 항의전화 빗발…’삼성 취업 확약’ 루머까지

조의연 판사 심리로 지난 18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조 부장판사는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사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러자 19일 사이버 공간에서는 “사법부가 삼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며 법원을 겨냥한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조 판사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거나 명예훼손 수준의 악담을 하기도 했다.
조 부장판사에 대한 무차별적 인신공격으로 법원 안팎에서 “무슨 사고라도 터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올 정도다.

조의연 영장판사 비난 봇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조 부장판사가 ‘삼성 장학생’ 출신이다” “아들이 삼성에 취업할 예정이다”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유언비어가 떠돌았다. 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는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대표 전화번호와 영장계 번호 등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기 때문이다.
무더기로 걸려오는 전화에 직원들이 다른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조 판사는 이날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조기각’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일부 네티즌은 조 부장판사 ‘신상 털기’에 나섰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특검은 이재용이라는 시민이 아니라 (삼성그룹) 조직의 수장이 격리돼 있어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을 것인데 조의연 판사가 이를 간과했다”고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 북에 올렸다.
반면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소신을 지킨 조 판사에게 경의를 표한다” “양심 있는 법조인을 지켜야 한다”며 조 부장판사를 치켜세우는 글도 올라왔다.

한 시민은 “특검이 당초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책임도 있는 것 아니냐”며 “판사 개인에게 모든 분노를 쏟아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홈페이지에 “난세에 현명한 판단을 내린 조 판사를 지켜줘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어떤 결과를 내놓든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조 부장판사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거나 공격한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조 부장판사는 기각 발표 후 일찍 출근해 담담한 자세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했고, 그 결과에 대한 비판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 내에선 원칙론자로 통해

조의연 판사는 충남 부여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과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24기로 군 법무관을 거쳐 서울고등법원 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부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업무를 맡고 있다.

조 부장판사의 한 법조계 지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 부장판사는 피의자 등의 구두 변론보다는 수사기록 검토에 무게를 두는 스타일이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록상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보이면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1700억 원대 횡령·배임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영장 심사를 진행했다.
당시 조 부장판사는 신동빈 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법리상 다툴 부분이 있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또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조 부장판사는 서울고법 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를 거쳐 지난해부터 서울지법에 3명뿐인 영장전담 판사를 맡은 ‘엘리트 판사’다.
법원 내에선 법리에 충실한 원칙론자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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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이후 검찰과 특검에서 청구한 영장심사는 대부분 조 부장판사가 맡았다.

실제 조 부장판사는 특검의 1호 영장’ 청구 사례였던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핵심 인사 3명은 물론 안종범 전 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 차은택 씨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또, ‘대형 스캔들’ 사건의 주요 인물이었던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현우 전 옥시 대표 등에 대한 영장청구도 받아들였다.
한편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란 반응이 많이 나왔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준 돈이 ‘뇌물’인가는 법률적으로 다퉈 볼 부분이 많다”며 “도주 우려가 없는 이 부회장에게 불구속 재판 기회를 보장한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직 판사들 사이에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에게 뇌물죄를 적용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얘기도 많이 나왔다. 삼성이 최 씨 모녀에게 승마 지원 명목으로 송금한 돈을 박 대통령이 직접 받은 뇌물로 본 특검의 판단은 판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오후에는 이와 유사한 맥락의 증권가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특검 일부 검사들은 애초부터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 청구에 반대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수사 속도만 내려는 박 특검에 대한 불만들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사실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문으로만 치부된다.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특검이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과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의 연관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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