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지배구조 재·개편 ‘급한 불부터 끄자’

▲ <뉴시스>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8일 밤, 서울구치소에서 날이 새도록 구속여부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이 부회장은 물론 삼성전자 및 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은 ‘경영 공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까 밤잠을 설쳐야 했다. 이들을 구원한 건 18시간 만에 겨우 내린 법원의 판단이었다. 삼성 측의 한 인사는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고 술회했다. 19일 아침. 이 부회장이 지친 몸을 이끌고 향한 곳은 자택이 아닌 서초동 사옥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6시 10분쯤 구치소에서 나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오른 뒤 삼성 서초사옥에 도착해 41층 집무실로 향했다. 이 부회장은 출근 직후 주요 팀장들을 소집해 회의를 주재하고 향후 특검 수사에 대비한 논의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팀장들과 임원, 직원들도 사무실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조사가 종료되길 기다렸다.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등 대부분 임직원은 서초사옥에서 대기했고, 일부 임직원들은 서울구치소에서 밤을 지새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구속 위기 모면
재정비 급선무

이 부회장이 곧바로 출근길에 오른 건 산적해 있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은 구속 위기에 처했던 이 부회장이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게 되면서 당분간 경영 재가동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삼성은 우선 무기한 연기됐던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 등 조직 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직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사장단을 비롯한 임원진의 재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법적 대응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임원 인사를 늦추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특검수사가 2월 말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지배구조개편 등 주요 변화를 이른 시일에 추진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배임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은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삼성그룹은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이 부회장도 재판을 받게 되면 경영일선에 나서는 것을 자제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삼성전자 분할 및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재편 등 이 부회장이 주력해왔던 ‘뉴삼성’을 위한 행보를 재가동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실상 수조원대 투자나 고용 규모 등은 이 부회장의 결단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사장단 및 임원 정기인사 외에도 대내외 행사 등을 미루는 등 경영에 큰 차질을 빚어왔다는 평이다.

지난해 1만4000명가량을 채용한 삼성은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조차 못하고 있다. 여기에 당장 암초를 만난 삼성의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작업에도 이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다.

하만 인수 작업은 이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며 깊숙이 개입한 빅딜이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가 직접 나서서 투자자와 하만 임직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당면한 과제이자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규사업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삼성그룹 지휘봉을 잡은 이후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 먹거리 사업’ 키우기에 속도를 내왔다. 시장과 기술의 변화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 속도를 안정적이고 빠르게 낼 수 있는 방법은 M&A가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적극적 해외 활동이 어렵다는 점은 부담 요소라고 지적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특검의 기소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출금금지 상태를 한동안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해외활동 제약
부담요소 작용

이 부회장이 그동안 적극적인 해외 활동으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히고 영업과 대형 인수합병 활동 등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손실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실제 이 부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았지만 특검으로부터 출국 금지 일시 해제 허가를 받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맏형격인 삼성그룹이 직면한 위기가 다른 기업들에게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쌓여 있는 현안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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