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법망 피해 영업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금연법 시행 이후 카페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흡연 손님들이 줄면서 카페 매출이 줄었다는 푸념도 들린다. 하지만 흡연자들은 카페 내부 흡연부스가 비좁고 환기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불편하다고 토로한다. 외부에 흡연부스가 있는 경우는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부스에 들어가지 않고 출입문 앞이나 골목길 등에서 흡연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 문제와 담배꽁초 무단 투기에 따른 인근 상인들의 불만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흡연카페가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했다. 금연법 법망을 피해 만들어진 새로운 프랜차이즈다. 흡연자들에게 환호를 받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여러 문제점이 생겨나고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기자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흡연카페를 직접 찾아가 봤다. 용산구에 위치한 A 흡연카페다.

청소년 출입 제한 없어 누구나 입장 가능해 문제
메뉴는 단순한데 가격은 비싸, 흡연자 건강도 걱정

흡연카페 내·외부에는 흡연에 대한 홍보 문구가 가득했다. ‘전 구역 흡연 가능’이라는 문구를 내세워 마케팅을 벌이고 있었다.

내부는 평범한 카페와 다를 바가 없었다.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주문대, 커피 자판기 등이 구비돼 있었다. 일반 커피 전문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양한 간식거리와 재떨이가 있다는 점과 커피가 셀프라는 점이다.

하지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달랐다.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이라 환풍 시설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 찌든 냄새(?)가 내부에 가득했다. 비흡연자라면 상상도 못할 정도의 매캐한 냄새다. 담배 연기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소위 말하는 ‘너구리굴’이었다.

금연정책에서 자유로운 이런 흡연카페가 성행할 수 있는 이유는 흡연이 금지된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으로 사업자를 등록하는 것이 아니라 식품자동판매업소(자판기영업)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말만 셀프 시스템
점주가 다 해줘

카페에 들어서자 점주는 능숙하게 손님들을 내부로 안내했다. 이어 흡연카페라는 사실을 알리고 커피 셀프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커피 셀프 시스템은 손님들이 메뉴판을 보고 주문해 계산을 한 뒤 옆에 구비된 머신에서 직접 커피를 뽑아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점주는 휴게음식점이 아닌 자판기영업이기 때문에 직접 해줄 수는 없다고 입장을 말하면서도 이것저것 손님을 대신해 도와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흡연카페다 보니 재떨이는 필수로 구비돼 있었다. 점주는 재떨이를 꼭 챙기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메뉴는 단출했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뿐이었다. 하지만 가격은 일반 커피 전문점에 비해 저렴하지 않았다.

점주는 “일반 커피전문점은 능숙한 바리스타들이 직접 커피를 만들지만 자판기 영업소이다 보니 손님들이 최대한 간편하게 메뉴를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메뉴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흡연을 할 수 있는 카페라는 특성상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기자가 방문했던 흡연카페는 총 3층 건물로 1~2층과 외부 테라스에서 흡연을 할 수 있었으며 3층은 매장 관계자만 출입 가능한 장소로 지정돼 있었다. 방문객들 중에는 미성년자로 보이는 고객도 있었고 30~40대 회사원들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문제는 청소년 출입불가 문구나 미성년자에 대한 신분증 검사 등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또 내부에서는 편의점과 동일하게 담배와 여러 간식까지 팔고 있어 편의점인지 카페인지 헷갈릴 정도다.

일반 커피 전문점
금연정책 후 손님 끊겨

당시 카페 내부에서 흡연을 하던 A(27·남)씨는 “금연법 시행 전에는 주점에서 음주를 하며 흡연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고 PC방, 노래방 등 흡연자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 흡연자들이 나설 수 있는 자리가 너무 좁아져서 힘들었다”며 “(이 카페는) 흡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해서 처음 방문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커피 전문점처럼 안락하고 자리에서 마음껏 흡연을 할 수 있어 매력적인 공간 인 것 같다. 하지만 청소년에 대한 제재가 없어 흡연이 가능해 큰 문제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A씨는 “(내가) 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코와 눈이 맵다. 천장에 여러 환풍 시설들이 마련돼 있지만 1층에서 피우는 담배의 연기는 2층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는 구조다. 천장뿐이 아닌 추가 환풍 시설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라며 “(이곳은) 절대 부모들이 자녀를 데리고 올 수 없는 곳이라 판단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흡연카페는 더욱더 인기를 끌 전망이다. 지금도 점차 프랜차이즈화 하여 매장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흡연카페 창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증가하는 이유는 금연법 시행 이후 일반 커피 전문점들의 매출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성동구의 한 커피 전문점 점주 B(48·남)씨는 “금연법 시행 전·후의 매출이 너무나 많이 차이난다. 과거에는 유리문으로 금연구역, 흡연구역을 나눠 담배 냄새가 나더라도 비흡연자들이 감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는 흡연을 하는 손님들의 방문이 많아 매출이 높은 편이었다”며 “(하지만) 금연법 시행 후 흡연구역을 허물고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자 흡연을 하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버렸다”고 말했다.

법망 피해간 흡연카페
법적 제재 가능성도

카페시장이 포화상태인 가운데 흡연카페는 틈새시장을 공략할 새로운 ‘이색 창업’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흡연카페 프랜차이즈 관계자들은 주로 ‘애연가들의 공간’ ‘소자본 창업’ ‘인건비 절감’ ‘투잡 창업·쉬운 창업’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반 커피 프랜차이즈와 마찬가지로 각종 인허가 업무부터 인테리어, 상표, 영업운영, 홍보 지원까지 해 준다.

청소년 흡연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흡연카페에 대한 법적인 제재 가능성이 있어 예비창업자들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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