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주고 당겨주고…밀약설 실체 있나

‘문재인-이재명’ 밀약설에 이 시장, “구태·공작정치”

실제는 ‘文-추미애’ 라인? 전당대회 때 파다했던 설

박영선 의원도 유력 서울시장 후보, 하지만 “아직은…”

박원순 現시장, 대선 지지율 답보…첫 3선으로 선회?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가속화되면서 조기 대선이 점쳐지는 가운데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 때 돌연 일각에서 제기된 ‘밀약설’은 이들의 발걸음을 멈칫하게 했다. 이른바 ‘문재인 대권-이재명 서울시장’ 밀약설이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문재인 전 대표 양측이 ‘대통령과 서울시장직을 놓고 서로 도와주는 형태로 이 시장은 이번 경선에서 페이스메이커역으로 제한, 차차기 노린다’는 것이다. 

이는 이 시장의 적극적인 진화로 수그러들었지만 서울시장을 노리는 민주당 인사들이 즐비하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당 관계자는 “사실 민주당에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공천을 기대하는 유력인사들이 줄지어 있는 상태”라고 했다.

차기 서울시장을 노리는 후보로 추미애 대표가 주요 인사로 거론된다. 추 대표는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됐는데 당시 경선 과정에서 문 전 대표와 대통령과 서울시장을 놓고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설이 나돌았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추미애를 서울시장으로 밀어주기로 하고, 추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조기에 문 전 대표를 대선 후보로 확정해 주기로 하는 밀약이 떠돌았다. 추 대표가 당 대표가 되는 전후 시기에 특히 그랬다”며 “대부분 사람들이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재명 밀약이 사실이 아니라면 문-추 라인은 유효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대표는 노무현을 선택하지 않았던 사람이고 탄핵의 주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문재인과 DNA상으로 섞일 수 없는 사람”이라며 “문 대표가 밀어서 추 대표가 당 대표가 된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인데 그러면 둘 사이 뭔가 있지 않았겠냐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 대표가 서울시장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얘기”라며 “다만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일이어서 확신은 못한다”고 덧붙였다.

추 대표는 서울시장직에 도전한 적이 있다. 2014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경선으로 참가했다. 하지만 당시 박영선 의원에게 밀려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정대웅 기자>

‘문-추’ 라인 굳건?

일각, “호사가들 얘기”

최근에 불거졌던 ‘개헌보고서’ 파문은 이 같은 설(說)을 부추겼다. 이 문건은 당의 정책연구원인 민주연구원에서 작성됐는데 민주연구원 원장은 친문 성향인 김용익 전 의원이다.

이 보고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것처럼 편향, 작성됐다는 비판이 일었고, 이후 책임론이 일었지만 추 대표는 김 원장을 유임시켰다. 이를 두고 당 대표를 밀어준 데 대한 ‘친문 보은(報恩)’ 차원이란 시각이 주류다.

당내 관계자는 “민주연구원은 원래 현역 의원이 해오던 자리”라며 “김용익 원장은 원외에 있는 색깔이 분명한 친문 인사인데 이 분을 민주연구원에 임명한 것에 대해 당내에서도 썩 좋게 비쳐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기 시키면 뭔 일 터지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터졌다”며 “그 뒤에도 유임을 시킨다는 것은 문 전 대표의 입김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문재인 대권-추미애 서울시장’ 구도에 대해 실체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내 다른 핵심관계자는 “누가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대선 준비에다 탄핵 국면인데 내년에 있는 지방선거에 누가 누구를 밀약한다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언론사 사장이 되기도 전에 당신 편집국장 시켜줄게’라는 식인데 말이 되겠느냐”며 “이건 그냥 뭐 호사가들이 하는 얘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대웅 기자>

4선 박영선, 몸 풀기?

이재명, 밀약설 일축

민주당 4선이자 비문 성향으로 분류되는 박영선 의원도 서울시장을 노리는 주요 인사로 꼽힌다. 2014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박 의원도 도전했다.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됐지만 범야권 단일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당시 안철수 교수(국민의당 전 대표)의 전폭적 지지를 업은 시민사회 후보 박원순 변호사(현 서울시장)에게 패배해 분루를 삼켰다.

박 의원은 지난해 초 국민의당 창당 무렵 국민의당 측에서 서울시장 공천을 제안해 영입을 꾀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문병호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부위원장(현 최고위원)은 안철수 전 대표에게 이 같은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공개된 메시지에서 문 의원은 “박영선, 천정배 모시고 오면 좋겠습니다. 박영선 의원에게는 당대표, 서울시장 공천 제안하면 좋겠습니다. 천정배 의원께는 자존심을 살려주는 말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박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서울시장직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일”이라며 “하지만 아직 시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명확하게 애기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권-이재명 서울시장’ 밀약설의 당사자 이 시장은 최근 설이 확산되자 지난 16일 SNS를 통해 이에 대한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이 시장은 “이런 것이 바로 청산되어야 할 구태·공작정치다. 민주정당에서 선출직 공직의 내락은 불가능하다”며 “도도한 민심을 무시한 채 제가 일방적으로 포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선동이야말로 구태 공작정치고, 이재명을 통해 ‘적폐청산과 공정국가 건설’을 꿈꾸는 많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면서 대권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 시장 핵심 측근인 정성호 의원도 밀약설에 대해 “이재명을 두려워하는 일부 다른 지지자들의 악의적인 왜곡과 거짓, 허위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정책 구상에서 “대통령 인사를 투명하게 시스템화하고 인사 추천 실명제로 추천부터 인사 결정의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시스>

지지율 답보 박원순,

첫 3선 서울시장 노릴까

야권 대선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재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박 시장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1.2% 하락한 3.2%(1월 3주차)로 답보 상태다. 야권 대선 주자 중 5위, 전체 7위에 머물고 있다.

박 시장은 경선 룰을 놓고 ‘촛불공동경선’(야권통합경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경선룰 작업을 진행 중인 당헌당규위원회와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박 시장은 당 위원회가 2012년 당시 대선 경선 룰로 가닥을 잡은 것에 대해 룰이 문 전 대표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서울시장 공천을 기대하는 당내 유력 인사가 많기 때문에 그들이 잠재적 경쟁자인 박 시장의 선전을 바라지 않는 내심이 박 시장을 외면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시장이 탈당이나 경선 불참 가능성도 나왔다. 그러나 박 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탈당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만약 박 시장이 이번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되지 못한다면 다시 서울시장직을 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전해 성공한다면 사상 첫 3선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이번 대선 경선에서 시장직을 유지한 채 참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대선후보 경선에서 실패할 경우 서울시장, 또는 경기도지사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시장도 시장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최근 잇따라 2020년을 목표로 한 서울시 중장기정책을 발표하면서 박 시장이 서울시장 3선 도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은 대권 행보를 하고 있는 게 확실하며 서울시장 3선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외부에서 오해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박 시장은 대권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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