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선이 전망되면서 국내외적으로 굵직한 이슈들이 넘쳐난다.

미국의 새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취임식에서 '자강주의'를 내세우며 미국 중심의 새 시대를 예고, 가뜩이나 어수선한 우리를 더 불편하게 만든다. 필자에겐 트럼프의 취임 연설보다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고별연설이 깊게 가슴에 남는다.

오바마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코에서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우리는 이뤄냈다(Yes We Did)"를 외쳤고, 청중은 눈물 속에서 그의 고별연설을 감동으로 받아들이는 모습볼 수 있었는데 그야말로 정말로 감동적이었다.

미국 대통령의 경건한 퇴임은 우리나라 현실과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연식?이 오래되어 여러 대통령의 퇴임을 지켜본 필자 입장에서는 만감이 교차한다. 대통령 탄핵이 현실이 될지도 모를 국내의 정서 속에서 솔직히 표현하자면 퇴임하는 순간까지 국민의 존경을 오바마의 퇴임은 부럽다 못 해 화가 나고 슬프다. 왜 우리는 국민들의 존경을 받으며 퇴임하는 지도자가 없는 것일까?

임기도 마치지 못한 채 탄핵이 현실이 될 지도 모를 지금의 어지러운 현실 앞에서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멋지고 감동적인 퇴임을 논하는 것은 어쩌면 사치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미국 대통령들은 퇴임 후에도 국민들에게 변함없이 존경 받는 경우가 많다. 오바마와 함께 현재 생존해 있는 전직 미국 대통령은 지미 카터,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조지 부시 2세 등 모두 5명이다. 그런데 이들 모두 국민들의 존경 속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퇴임 대통령들은 불행한 일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재임 기간의 비리가 불거져 고초를 겪거나 국민적 지탄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생존하는 대통령 중 국민적 존경을 받는 이는 거의 없다. 존경은커녕 퇴임 후 자신의 안전에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처지로 지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오늘도 대권 후보들의 메시지가 뉴스를 타고 안방을 점령한다.

어떤 후보는 “대한민국 새 정치 위해 한 몸 불사르겠다”는 식의 추상적이고 모호한 각오를 내세운다. 이런 대선후보를 국민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또 유력한 야권 후보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라고 외친다. 이런 알맹이 없는 주장을 내세우며 정치공학적인 세몰이에만 치중하는 모습은 또 어떻게 보일까. 국민들은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 않는다”는 마음을 갖지는 않을까.

지금 우리 국민들은 원칙과 정의는 없고 부조리가 만연, 불투명하기만 한 정치판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청소년들까지 국가 지도자와 사회지도층을 우롱하기 시작했다. 기성세대를 향한 아이들의 비아냥거림과 비웃음을 철없는 객기라고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라나는 세대는 기성세대의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자기들이 뽑아놓은 대통령도 못 믿는데 그런 어른들의 판단을 옳다고 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우리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필자를 찾는 지인들의 방문에 예명원은 몹시도 바쁘고 부산하다. 물론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고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어지러운 시국을 생각하면 마음이 울적하다. 그래서 더 간절한 마음과 깊은 고뇌를 담아 기도한다.

 

대한민국에는 지금 공정하고 투명하게 우리 사회를 이끌 지도자가 너무도 절실하다. 우리 아이들과 젊은 층에게는 공정하고 투명한 세상을 열어줘야 한다. 꼭 그런 분이 우리의 지도자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런 분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성숙하고 훌륭한 국민들에게는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가 나올 것이라는 단순한 이치를 알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렇다. 우리는 잊지 말고 잘 기억해야 한다. 훌륭한 지도자의 평화로운 통치와 퇴임, 평화로운 일상은 바로 국민인 우리 자신들이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런 귀한 가치는 우리가 지켜내야 할 우리의 책무라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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