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A 의원 “가능성 희박하지만 조건 충족되면 …” 여운‘창사랑’, 재신임 정국후 본격적 활동재개로 복귀설 부추겨재신임, 파병안, 대선자금 공방전 등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SK비자금’ 사건으로 촉발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는 정치권을 급속히 냉각시키고 있다. 검찰의 수사 추이에 따라서는 정치권 빅뱅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여의도 정치권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이회창 정계복귀설’이 나돌고 있어 그 배경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전총재는 지난 대선때 낙마한 이후 정계은퇴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 전총재가 언젠가 정계에 복귀할 것이라는 이른바 ‘이회창 복귀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특히 재신임 정국이후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이회창 역할론’이 다시 부상하면서 이러한 복귀설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지난 10월30일 오전 9시 40분경 한나라당 이회창 전총재는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총재가 한나라당사를 찾은 것은 지난해 대선 패배직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지 10개월여 만이다.SK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위해 이날 당사를 찾은 이 전총재는 최병렬 대표등 당 지도부와 10여분간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3층 기자실로 향했다.이 전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모든 책임을 지겠으며 검찰이 소환할 경우 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총재는 SK비자금(100억원) 당 유입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인 모금 사실 인지 여부, 모금 주체, 사용처 등과 관련해서는 함구로 일관했다.따라서 기자회견을 지켜본 정치권은 이 전총재의 대국민사과는 SK비자금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결’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했다.민주당 김성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SK비자금 수수를 사전이나 사후에 보고를 받았는지를 밝히는 게 핵심”이라며 “스스로 검찰에 출두해 대선자금 내역을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우리당 정동채 홍보기획단장도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은퇴한 정치지도자의 감상이 아니라 대선자금의 진실”이라며 “국민의 바람과는 거리가 먼 회견이었다”고 폄하했다. 또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은 “이회창씨가 당의 불법행위를 몰랐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이회창씨는 검찰에 자진출두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검찰은 이 전총재를 구속해 수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총재가 자택이 아닌 한나라당사를 기자회견장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정계복귀를 염두에 둔 포석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됐다.이와관련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이 전후보가 자신의 집이 아닌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한 점에 주목한다”며 “사실상 정계복귀를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이처럼 이 전총재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 이후 정치권 주변에서는 기자회견 배경과 관련한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특히 ‘이회창 복귀설’과 관련해서는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민주·우리당 등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사실 정가 주변에서 ‘이회창 복귀설’이 나돌았던 것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각종 악재로 정국불안이 심화되자 이 전총재의 팬클럽인 ‘창사랑’을 중심으로 ‘이회창 복귀론’이 부상하기 시작했던 것.또 이러한 복귀론은 대선 패배 이후 줄곧 미국 스탠퍼드대에 머물고 있는 이 전총재가 개인적인 사유로 일시 귀국할 때마다 그의 행보는 복귀론과 맞물려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곤 했다.

하지만 이 전총재는 이러한 복귀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30일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도 정계복귀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선 직후 국민에게 말씀드린 심경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일축했다.그러나 이 전총재의 이러한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의 복귀설이 한나라당 주변과 정치권 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한나라당 주변에선 최병렬 대표체제 이후 당내 입지가 위축되고 있는 이 전총재 측근 그룹들이 복귀론을 부추기고 있다.이와관련 이 전총재의 한 측근은 “작금의 어려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선 강력한 정치적 대안을 내세워야 한다”며 “이러한 대안 마련을 위해선 당을 추스르고 똘똘 뭉치게 할 수 있는 이회창 전총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 전총재의 최측근 참모였던 A의원도 “이 전총재의 성향에 비춰볼 때 정계복귀 가능성이 희박한 건 사실이지만 복귀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만약 복귀를 한다면 몇가지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A의원은 △나라가 극도로 혼란스러워야 하고 △이를 추스를 수 있는 대안으로 이회창 밖에 없다는 여론이 확산돼야 한다는 점을 그 조건으로 제시했다.결국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되면 이 전총재의 복귀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게 A의원의 설명이다.이 전총재의 정계은퇴 선언과 동시에 활동을 중단했던 ‘창사랑’이 재신임 정국이후 본격적인 활동 재개에 나섰다는 사실도 ‘이회창 복귀설’을 부추기고 있다.‘창사랑’은 지난달 19일 전국모임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이 전총재가 귀국한 20일에는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또 20일 중앙사무실을 개소한 ‘창사랑’은 11월 중순경 ‘창사랑 전국집회’를 개최하는 등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 추진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이처럼 한나라당 일각과 ‘창사랑’을 중심으로 ‘이회창 복귀설’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 전총재의 복귀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무엇보다 최병렬 대표체제를 구축하고 당내 주류세력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당내 예비 주자들도 이 전총재의 복귀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여기에 SK비자금 사건을 비롯한 대선자금 등 정치비자금에 관한한 이 전총재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도 그의 복귀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하지만 DJ(김대중 전대통령)의 정계복귀 수순에 비춰볼 때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명분과 시기, 국민적 공감대만 충족되면 언제든 복귀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것.안개정국이라는 어려운 정국 상황에서 이 전총재의 행보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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