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만들 요술방망이는?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대결로 펼쳐질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막을 올렸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의 더블스타는 본입찰 당시 인수가격으로 약 9500억 원을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더블스타는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타이어로서는 기업을 정상화할 수 있는 최고의 주주와 파트너를 찾은 셈”이라며 “우리의 생산 강점과 금호타이어의 기술력을 결합하면 중국 최대, 글로벌 10위권의 타이어 생산업체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다음 달 안에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해당 계약 조건을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박삼구 회장에게 알릴 예정이다. 박 회장에게 청구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박 회장은 채권단으로부터 통보받은 날로부터 한 달 안에 인수 의사를 밝혀야 한다. 이런 일정대로라면 오는 3월 말에는 금호타이어 새 주인이 결정될 전망이다.

채권단과의 SPA 협상 시 소폭의 금액 변동이 있겠지만 1조 원 안팎에서 최종 금액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은 적어도 3개월 안에 1조 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계열사 자금 투입 못해
SPC 세워 대금 마련

박 회장은 그동안 금호타이어 인수에 강한 의지를 표시해왔기 때문에 거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박 회장이 자금 마련에 대해 “아직 시간이 많다”며 “여러 가지 연구를 충분히 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확실한 수단은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자금 마련에 대한 여러 관측이 나온다. 앞서 금호산업 인수에 NH투자증권으로부터 인수금융 3500억 원 등 총 5000억 원을 넘는 대출을 일으킨 터라 추가 대출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더구나 채권단에서는 우선매수청구권 3자 양도 불가 입장을 고수해 계열사 동원 통로를 완전히 차단해버리는 바람에 박 회장의 자금 조달을 위한 선택의 폭이 좁아진 상태다.

박 회장은 계열사 자금을 직접 동원할 수 없기 때문에 100% 지분을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운 뒤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모아 인수 대금을 마련하는 게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렇게 자금을 조달하면 박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마련한 돈에 해당해 약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박 회장의 ‘백기사’로는 사촌동생인 박명구 금호전기 회장, 사돈인 대상그룹 등 가족·친지뿐만 아니라 NH농협은행, 중국 종합화학기업 켐차이나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박 회장이 SPC 설립을 위해 NH농협은행과 켐차이나로부터 인수금융 및 차입매수(LBO)로 1조 원을 조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박 회장은 두 회사에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한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NH농협은행으로부터 확보할 수 있는 인수금융은 대략 4000억 원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앞서 추가 대출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달리 NH투자증권으로부터 3000억 원이 넘는 인수금융을 받은 전례가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상반된 의견도 있다.

남은 6000억 원은 중국 내 금호타이어 공장 4곳을 담보로 켐차이나로부터 차입하는 방안이다. 박 회장이 개인적으로 내놓을 담보가 없는 상황에서 찾은 해법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호타이어 자산을 담보로 차입을 하는 경우 채권단의 약정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논란 가능성이 남아 있다. 박 회장이 자금 마련의 걸림돌을 어떻게 해소하고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게 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앞서 업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SPC를 별도로 세우고 여기에 계열사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약정에 어긋나지 않아 아시아나항공의 지원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재무안정성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박 회장이 무리하게 인수전에 동원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신년인사회에서 금호타이어 인수전 지원 여부에 대해 “그럴 일은 없다. 우리는 우리만의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한편 금호타이어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금호고속 인수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 작업이 성공리에 이뤄질 경우 금호고속를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그룹 지배구조 재편 차원에서 금호고속과 금호홀딩스를 연내 합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어 이어 고속 인수
지배구조 재편 추진

두 회사의 합병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금호산업이 금호타이어와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등 핵심 사업부를 품었던 이전의 그룹 지배구조 재현을 위한 핵심 과정인 것으로 분석한다.

금호고속은 지난해 말부터 내부적으로 금호홀딩스와의 합병을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자산 및 부채 조정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시 비용 절감 및 대주주 측 지분 희석 등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현재 박삼구 회장 및 동일인 측이 보유한 금호홀딩스 보통주는 6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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