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보다는 나무를 보자

.<뉴시스>

새해 금융시장이 여전히 뒤숭숭하다. 역사상 세상이 평온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들 하지만 특히 최근 몇년이 더욱 힘겹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이는 2007년 미국 금융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즉 대형사고 이후에 나타난 여러 가지 후유증과 내상(內傷)에 대한 치유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불과 몇 년 전 인류역사상 엄청난 사건을 경험했다. 미국 금융시장이 송두리째 무너질 뻔한 사건이 터졌고 그 여파가 지구촌 구석구석을 힘겹게 했다. 그런데 이 사태는 과연 완전히 치유된 것일까? 겉은 그렇다지만 사실 속은 모를 일이다.

당시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은 수조 달러의 돈을 풀었고 그 돈들은 아직 중앙은행의 자산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리고 위기 10년차의 길목에서 미국의 대통령은 바뀌었고 그 새로운 리더는 미국국익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아직은 금융위기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커다란 빙산처럼 세계 곳곳을 떠돌아다니는 형국에서 왠지 지구촌 각국의 경제지표는 여전히 서로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그 빙산을 녹이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고(금리인상), 그 빙산 가운데 가장 큰 두 덩어리(중국과 미국)는 서로 이해관계가 맞지 않은지 건건이 충돌할 조짐이다.

결국 이러한 뒤숭숭한 거시환경은 우리에게 어떤 투자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일까? 여전히 거대한 유동성 덩어리들이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투자전략은 다음 네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로, 주식시장에 대한 전략적 접근 자체를 바꿀 필요성이다. 글로벌증시는 당분간 금융적 현상에 연동돼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즉 주가가 각국 금리차이나 환율, 그 흐름을 좌우할 각종 정책 이벤트에 따라 춤을 출 가능성이다.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있다는 것은 증시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뭉칫돈들이 증시 주변을 맴돌다가 여차하면 한꺼번에 빠져 나가기도 하고 또 반대로 조금만 상황이 좋아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쏜살같이 몰려 들 것이란 점이다.

증시는 앞으로 계속 파행적이고 돌발적인 패턴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주가가 훨씬 많이 오르기도 하고 또 반대로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빠지는 평범하지 않은 장세의 연출을 뜻한다.

주가의 큰 방향성이 바뀌는 변곡점, 그 시점도 예상보다 훨씬 일찍 올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이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실재 매매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정확한 투자타이밍을 맞추려는 노력보다는 오히려 변동성을 활용한 전략이 보다 더 현실적이고 유익해 보인다.

다시 말하면 너무 많이 빠지면 사고 너무 많이 오르면 파는 단순한 전략이 오히려 수익을 극대화하고 손실을 피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는 사실 밋밋한 실물경기 때문이다.

주가지수가 우상향 추세를 그리는 건강한 황소 장세로 가기에는 모든 여건이 아직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증시를 바라보는 눈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 한국증시에서 돈을 벌려면 이제는 정말 좋은 기업을 잘 찍어서 진득하니 기다려야만 한다. 이는 어쩌면 한국증시가 더욱 선진시장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뜻한다.

업종으로 무리를 이뤄가며 주가가 다 함께 움직이는 기간은 예전보다 훨씬 짧아질 것이다. 물론 산업별 경기순환이 향후에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확장기간이나 수익변화의 진폭이 과거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따라서 거시 흐름에 의존한 업종 베팅은 점점 실효성이 떨어진다. 특히 모두가 바라보는 산업시황과 거시 환경에서 나만의 탁월한 정보 우위를 갖기란 쉽지 않다.

거시경제와 주가지수를 예측하고 판단하는 시간에 종목 연구를 하는 편이 훨씬 유익할 것이다. 대형주나 중소형주나 모두 할 것 없이 종목 자체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는 지금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박스피(박스권의 코스피)가 앞으로도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저하와 주력기업들의 수익성 저하, 중국과의 경쟁 등이 기업수익의 폭발적인 개선을 가져다 주기 어려운 환경들이다.

대형 블루칩에서의 리레이팅(재평가)이 여전히 제한될 것이란 가정에서의 전망이다. 만약 기업의 성장비전이 높아지고 미래의 먹거리가 여기저기 생기고 주주친화적 정책이 확산되고 기업경영이 좀 더 투명해진다면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

이점에 동의한다면 한국증시야말로 이제부터는 종목 싸움이다. 장외시장, 스타트업 기업과 벤처기업에도 앞으로 많은 돈이 쏠릴 것이고 또 그래야만 희망이 있다. 종목 선택에 있어 엄청난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끝으로는 금리반등 시의 투자전략에 대한 고민이다. 중앙은행의 높은 자산수위는 곧 금리의 높은 변동을 뜻한다. 이는 곧 여전히 통화정책에 따라 금리가 춤을 춘다는 뜻이고 각국 환율 또한 높은 변화를 보일 것이다.

그 흐름에 맞춰 위험자산(유가, 주가, 집값)과 안전자산(국채금리) 가격은 때로는 같은 방향으로, 또 때로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당장 올해는 금리가 뜨면(채권가격이 떨어지면) 주가나 집값은 불리해질 공산이 크다. 저금리로 가격이 이미 앞서 올라가 있는 자산일수록 부담이 클 것이다.

돈의 힘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집중해서 봐야 할 지표는 뭐니 뭐니 해도 금리, 바로 이자율의 변화다.

당장은 금리상승이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에는 다소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그간 상당기간 증시와 부동산시장이 저금리에 의존해 온 점은 공이 이제 경기로 넘어갔음을 뜻한다.

이를 극복해줄 것은 이제 실제적인 경기회복과 기업이익의 개선뿐이다. 이 또한 우리가 숲보다는 나무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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