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어서 가고, 롯데 어서 와라’ 들뜬 분위기

경춘선 퇴계원역 1번 출구 인근

일대 주민 “주상복합·대형쇼핑몰 기대”
롯데, 배임 우려·대체지 활용 방안 고심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최근 롯데그룹이 2월 중 이사회를 열어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확정지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체 부지 발표를 한 지 3개월이 지나 계약이 확정된 것이다.

경북 성주 골프장 대신 롯데가 받게 된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 일대 지역은 교환 확정 소식에 들뜬 분위기다. 주민들은 롯데가 들어와 어떤 걸 짓든 상관없이 환영한다는 눈치다.

롯데그룹은 이에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체 부지 활용도를 아직 정하지 못했고, 갑자기 땅값이 올라 법적 검토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중국에서 사드 부지 제공으로 인한 압박이 들어오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설 이후 성주골프장 대신 받기로 한 경기도 남양주 대체지 가치, 활용 방안 등에 대한 내부 평가·분석을 마친 뒤 이사회를 열어 교환 계약을 승인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이 사드부지를 제공하고 대체지로 받은 곳은 경춘선(ITX) 퇴계원역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육군 제2군수지원사령부 예하 15보급대대 및 7급양대와 환경대대가 주둔하고 있는 군용지다.

이들 부대는 이전 계획에 따라 올해 말까지 경기도 포천과 남양주 내 다른 부대로 편입될 예정이다.

지난 23일 찾은 퇴계원 일대에는 롯데가 부지 교환을 곧 확정할 것이라는 소식에 들뜬 분위기였다. 퇴계원역 1번 출구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취소된다는 말이 있어서 불안했다”며 “나 같은 사람에겐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일대가 개발이 되면 사람도 늘지 않겠냐”라며 “다른 상가들도 들어오겠지만 어찌됐든 좋은 일인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퇴계원은 전국 면 단위 도시 가운데 가장 작은 지역이지만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나들목(IC)이 위치해 있고 서울과 가까운 데다 교통까지 편리한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지난 2012년부터 뉴타운 사업이 잇달아 취소되며 서울 근교 신도시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개발이 불가했던 이곳 군용지에 롯데가 들어온다는 소식은 주민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퇴계원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B씨는 “엄청 났다”며 “내가 여기서만 10년 일하고 있는데, 그때만큼 거래가 많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가장 손해 본 사람도 가장 이득 본 이들도 전부 그때 봤다”고 말했다. B씨는 “지금은 한 차례 일대가 들썩였다 차분해진 감이 있지만 요 며칠 롯데가 교환을 확정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어제만 해도 서너 분이 투자 목적으로 보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물이 많지 않아서 그렇지 강남처럼 두세 배가 뛰진 않아도 연간 몇 천씩은 꾸준히 오를 것이라 판단해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C씨는 “롯데가 이곳에 주상복합이나 복합쇼핑몰을 짓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인근 집값이 평균 3%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단 다들 롯데를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물류센터는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며 “그렇게 되면 벌써부터 반대 시위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입장을 말했다. 그는 “주변 공인중개사들 정보에 따르면 주상복합이 들어올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부지 활용 용도를 정하지 못해 교환 확정이 더뎠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국방부는 롯데그룹이 해당 부지에 주상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국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롯데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주상복합 건립 방안은 아직 내부에서 고심하고 있다. 수도권 입주물량이 해마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남양주 지역은 준공 후 미분양도 빈번하게 나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형쇼핑몰을 세우는 방안도 유력하게 꼽혔지만 현대백화점이 이 지역에서 먼저 대형쇼핑몰 출점을 준비 중이고 롯데마트·아울렛 구리점도 이 곳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물류창고로의 활용 가능성도 대두됐다.

하지만 이 방안도 남양주에 이미 롯데백화점 물류센터가 있고 주민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가 주상복합을 지을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면서 나머지 것들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롯데가 부지 교환을 고심하는 데에는 ‘배임 가능성’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는 애초에 군 당국과 두 토지를 감정평가를 통해 대토방식으로 교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남양주의 대체부지 가격이 너무 올라 두 토지의 가격이 맞지 않게 됐다. 양측이 감정평가를 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48만㎡에 달하는 성주골프장의 공시지가는 450억 원인 반면, 20만㎡에 불과한 남양주 군용지 공시지가는 1400억 원이었다.

현재 남양주 대체부지 가격은 이보다 더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자 롯데 측은 차기 정권에서 사드 배치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될 경우 배임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교환 결정을 늦춘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법적 문제 가능성을 철저히 없애기 위해 신중히 검토하다 보니 당초 예상보다 시간이 좀 길어졌다”며 “교환 입장은 굳어졌지만 대체지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중국 쪽 사드 보복 행위는 없었냐는 질문에 “전혀 없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29일부터 중국내 롯데 계열사 전 사업장에 대해 세무조사와 소방 및 위생·안전점검 등에 착수했다. 당시 110여 개 롯데마트 점포를 비롯해 롯데케미칼과 롯데제과 공장 등 150여 개 사업장 전체가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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