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던 도널드 J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월20일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그러나 축제였어야 할 취임식 날 미국 전역은 트럼프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로 들끓었다. “악덕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구호가 나붙었고 워싱턴에서만 50만 명이 운집했다. 228년 대통령 취임식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격렬한 취임 반대 시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오늘 이후 오로지 ‘미국 우선주의 (America First)’만이 새로운 비젼”이라고 역설했다. 그가 선거 유세 때 되풀이했던 대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ke America Great Again))”는 약속이었다. 그는 “무역, 세금, 이민, 외교 등 모든 결정은 미국인 노동자와 가정에 이익을 주기 우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은 ‘다른 나라 국경을 지키느라 우리 자신을 지키지 못했고,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면서 우리의 공장은 하나씩 문을 닫고 근로자들은 버려졌다.“고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과 한국104일본 등이 불안감을 금할 수 없는 고립주의 표방이었다. 또한 미국의 어수룩한 자유무역관행으로 재미를 보던 한국과 중국 등을 긴장케 하기에 족한 보호무역 선언이었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한 데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곧 그의 보호무역 공격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트럼프는 기존 정치의 폐해에 대해서도 직설적으로 치고 나섰다. 그는 “말만 늘어놓고 불평만 하는 정치인은 필요 없다.”고 하였다. 이어 그는 “이제 국민은 더는 소외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자신의 반(反)워싱턴 정치 소신을 토로한 대목이었다. 그는 대선 유세 내내 기존의 워싱턴 정치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사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고 비판하였다. 그래서 자신은 평생 워싱턴 권력에 기웃거리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선 넘어야 할 걸림돌이 많다. 그는 먼저 야당인 민주당과는 물론 여당인 공화당과의 갈등부터 풀어가야 한다. 공화당은 2차대전 후 세계평화 유지를 위해 국제문제에 적극 개입해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다른 나라 국경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 희생할 수 없다며 고립주의를 강조, 전통적 공화당의 개입을 거부한다.
또한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내치에 있어서 국가권한 축소와 “작은 정부“를 표방해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히틀러라고 야유될 정도로 강력한 국가권력의 “큰 정부“ 역할을 주장함으로써 공화당의 전통적 “작은 정부” 철학과 맞선다. 상*하 양원은 모두 트럼프의 공화당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고립주의와 ”큰 정부“역할을 놓고 자신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과 갈등을 빚는다면, 정책 추진 동력을 잃게 된다. 그밖에도 트럼프는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전혀 없다는 데서 세계 최강 국가를 탈 없이 끌고 갈지 우려된다.
그러면서도 트럼프가 내세우는 고립주의는 미국이 2차대전후 홀로 벅차게 떠맡아 온 “세계 경찰국”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 또한 그의 보호무역은 미국 내 닫혔던 공장 문을 다시 열어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되찾아 줄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백인 우월주의, 기존 공화·민주 정치권과의 갈등, 억만장자로서의 기업유착관계, 성급한 충동적 성격, 고립주의·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발 등으로 자칫 궁지에 몰릴 수 있다. 그로 인해 취임식 날 터져나온 “악덕 대통령 탄핵하라”는 외마디 구호가 다시 터져나올 수 있다. 앞으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주목된다. 2차대전 후 70여년 만에 대내외정책을 뒤집는 그의 ‘미국 우선주의’ 향방을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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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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