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토사물 먹이고 폭행 일삼은 보육원 교사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2000년부터 5년간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저지른 사건이 있었다. 물고문, 폭력, 폭언 등 만행이 자행된 학교. 이것은 영화 ‘도가니’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2005년도 전라도 광주의 한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졌던 실제 사건이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지난 2011년 영화로 만들어져 이슈를 몰고 온 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학교·보육원 등의 운영 실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최근 영화 도가니만큼이나 경악스러운 사건이 보육원에서 또 벌어졌다. 이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자.

10년간 은폐된 학대…군대나 다름없는 생활 환경
“너무 많이 맞고 힘들어서 자살을 결심하고 자해했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수년 간 보육원 아동들에게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경기 여주시의 한 보육시설 교사 A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사건에 가담했던 B씨는 불구속기소, 2명은 약식 기소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A씨는 2011년부터 1년여 간 당번이 화장실 청소를 하지 않거나 세탁기에서 자신의 빨래를 제때 찾아가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6~12세 어린이 8명의 얼굴과 엉덩이를 손과 각목으로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았다.

또 A씨는 당시 8살이었던 여자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식칼을 들이밀어 손가락을 자를 것처럼 겁을 주거나, 속옷만 입힌 채로 계단에 1시간가량 서 있는 벌을 주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A씨와 함께 구속 기소된 2명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간식을 몰래 먹었다는 등의 이유로 어린이들을 각목, 빗자루 등으로 멍이 들 때까지 때리거나 뜨거운 철판에 손을 가져다 대도록 해 화상을 입히는 등의 학대를 지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들은 어린이들을 각목과 가죽벨트 등으로 폭행하고 소변을 마시게 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총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아동들을 학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일부는 장시간 동안 이어진 체벌·구타 중 자신들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바셀린을 바르고 장갑을 끼거나, 손에 손수건을 두른 뒤 빗자루, 각목을 사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불구속기소 된 B씨 등 공모자들은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가 구토하자 토사물을 다시 먹이거나 아이들의 입술과 종아리 등을 바늘로 찌른 혐의도 받았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8월 경찰이 제보를 받아 수사에 나서면서 결국 수면위로 드러났다.

경찰은 보육시설 입소 아동 44명에 대한 전면 조사를 통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학대 행위를 밝혀냈다.

10년 동안 은폐된
끔찍한 학대들

교사들의 학대가 10년간 은폐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보육원의 폐쇄적 환경, 낮은 인권의식,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이 보육원에는 9개의 생활관이 있으며 생활관은 교사 방 1개, 어린이방 4개, 거실, 화장실, 주방 등으로 이뤄져 일반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다. 보육원에 머무는 아동 90여명은 각 생활관에서 10명가량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교사는 모두 18명으로 생활관 당 2명씩 24시간 교대제로 근무했으며 교사 대부분은 생활복지사 2급 자격을 보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들은 이 교사들의 지도하에 각자의 생활관에서 청소, 빨래 등의 집안일을 분담하며 생활했다. 생활환경은 거의 군대나 다름없었다.

검찰은 이처럼 외부와 접촉이 드문 폐쇄적 환경이 장기간 학대가 이뤄지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의 관심이 각별히 필요했던 보육원은 폐쇄적인 환경 때문에 관리·감독을 맡은 여주시가 형식적인 행정을 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주시는 지난해 6월, 11월, 12월 세 차례 이 보육원에 대한 지도 점검을 나섰지만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6월 지도점검에서는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보육원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구속기소된 보육교사 1명은 지난 2015년 아동학대 행위 일부가 발견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어 징역 1년에 집행유해 2년을 선고받았으나 개인의 우발적 범행으로 처리됐다. 결국 다른 일부 보육교사들의 학대행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 아동들은 지속적인 학대를 받으면서도 보육시설에서 버림받을 수 있다는 걱정에 신고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힘들어 자해했더니
병원비 문제로 퇴소시켜

경찰조사 결과 한 보육원생은 “너무 많이 맞고 힘들어서 자살을 결심하고 자해했는데 병원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보육원에서 퇴소당했다”며 “엄마의 학대로 오게 된 곳에서 또 학대를 당했다. 분노조절장애, 우울증이 한 번에 생겼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문기관과 협력해 피해 어린이들에 대한 심리검사, 상담·예술치료 등을 진행해 정서적 충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해당 보육원이 아동학대가 확인돼 6개월 이내 사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아야 하나 아동들을 전원시킬 보육시설이 없는 점과 아동들이 서로 함께 생활하기를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시설 유지를 여주시에 건의했다.

한편 재판에 넘겨진 보육교사 등은 경찰이 수사에 나선 지난해 7월을 전후로 사직하거나 해임되는 등 모두 보육원을 떠났다.

사건 터지기 전에
보완책 만들 수 없나

정부는 여주 보육원 아동 학대 사건 등을 계기로 아동양육시설 내 학대·폭력 사건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으며 2월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현재 아동양육시설 취업에 제한을 받지 않는 폭력 전과자의 시설 취업을 원천 배제하는 등 자격 기준을 강화하고, 학대 행위가 확인된 종사자에 대해서는 즉시 업무 배제와 함께 가중 처벌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시는 아동을 보호하는 시설에서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다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관련 부처들과 함께 마련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더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는 심리치료와 상담을 통해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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