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달 31일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과 검정 교과서 집필 기준을 함께 공개했다. 역사교육 정상화는 국가정체성 확립과 선진화 및 통일 성취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한 것은 현 검정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과 좌편향성 논란을 시정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로서는 당연한 의무이다.

국정교과서 최종본은 좌편향 됐던 북한 관련 서술과 현대사 부분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사교과서 검정제가 도입된 2002년 이후 좌편향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2013년에는 검정교과서의 편향성 논란으로 교육부가 수정권고 829건, 수정명령 41건을 내렸다. 이에 대해 6종 교과서의 일부 집필진이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초 대법원은 수정명령이 적법하다는 취지로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6·25 전쟁의 책임이 남북한 모두에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 자료를 싣거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의 주체가 북한임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고교 국사교과서 6종에 대해 교육부가 수정명령을 내린 것은 적법하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라고 갈파했다. 진보 진영은 대한민국은 분단국가이며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정통성이 없다고 보는 입장이며, 보수 진영은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UN결의에 따라 민주적 절차에 의해 수립된 대한민국이 정통 국가인 반면 북한은 UN의 결의에 따라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통성이 없는 국가라고 보는 입장이다. 

역사관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 그리고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일본의 역사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을 생각하면 자신의 조국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긍정’의 역사관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현행 검정 교과서 일부는 북한에 대해서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이라고 미화하고, 대한민국은 ‘국가’가 아닌 ‘정부 수립’이라고 폄훼하는 서술을 했다. 집필진 중 전교조 교사나 좌파 성향 교수가 46%에 이른 필연적 귀결이다. 이러한 자학적 역사관은 조선왕조가 500년 만에 멸망한 이유를 당파싸움·쇄국정책 등으로 매도하는 데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신라는 1000년, 고구려·백제도 700년, 고려·조선이 500년 사직을 유지했다. 세계 역사상 이렇게 긴 세월 왕조를 이어간 민족은 거의 없다. 동란(動亂)으로 점철된 중국의 역대 왕조들도 200~300년이 고작이다. 일제는 조선이 왜 망했는지 그 원인을 찾는다며 우리 민족의 약점만 들춰냈다. 조선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518년을 지속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한 원인과 장점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것이 우리 역사를 바로 보는 긍정의 역사관이라 하겠다. 좌편향 교과서는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잘못된 역사의식을 갖게 한다. 역사를 더 이상 정치도구화하면 안 된다. 역사 교육은 공동체 의식과 애국심을 함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자크 위즐은 자수성가한 100명의 백만장자들을 조사한 결과, 한 가지 공통점은 그들은 한결같이 사람과 시대의 좋은 점만을 본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일생을 반추하면 공과(功過)가 있기 마련이다. 오늘의 중국이 G2로 미국과 자웅을 겨룰 수 있게 된 것은 ‘국민이 잘 살게 되면 그것이 제일’이라며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의 개혁·개방을 주도한 등소평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등소평은 모택동에게 두 번이나 추방됐지만, 모택동을 ‘공(功)7, 과(過)3’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검정 역사교과서는 역대 정부의 공과(功過)에 대해 균형 있게 서술하지 않고, 북한과 관련해서는 편향되게 서술했다. 종북세력과 반체제 세력이 가장 먼저 침투한 영역이 전교조를 이용한 역사교육이었고, 이제 대선을 틈타 대한민국 체제를 무력화하려는 ‘역사 뒤집기’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의 주역인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두 ‘친일·분단·독재 세력’으로 낙인찍고, 대한민국의 국가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이 마치 진보의 표상인양 착각하고 날뛰는 부류가 있다.

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의 초입에 들어섰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경제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인 미래 전망은 올바르지 않다. 미국 경제가 대공황이라는 풍전등화에 놓였을 때, 부호 록펠러는 이런 말을 했다. “구십 평생을 살며, 나는 공황(恐慌)이 오고 가는 걸 수없이 보았습니다. 언제나 풍요는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도 그럴 겁니다.”
긍정의 역사관은 경제적 낙관론으로, 부정의 역사관은 경제적 비관론으로 귀결된다. 낙관론은 인기를 끌 수 없지만, 비관론은 단박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다. 미흡하겠지만 한국경제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

시대정신이 미래를 결정한다. 그러나 그릇된 시대정신은 퇴락을 가져온다. 우리의 시대정신은 ‘나라가 나에게 무언가를 더 해주어야 한다’는 ‘큰 정부’쪽으로 잘못 흘러가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정치적 해법을 선호하는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나아가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옳은 비전을 설정하고 ‘포퓰리즘으로 표를 얻지 않겠다’는 각성과 용기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