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라면 자기와 다른 의견도 경청하고 수용할 줄 알아야호남 주민들 노대통령에게 참을 수 없는 배신감 느끼고 있어지난 10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노 대통령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지도자라면 자기와 다른 의견도 경청하고, 또 수용할 줄 알아야 된다”며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으로 말문을 열었다.그는 이어 “노 대통령이 의리와 정의감이 투철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고 전제한 뒤 “지도자는 아집과 독선에 빠지면 안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최근 아집에 빠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최근에는 ‘노무현 저격수’로 변신했는데.
▲ 아직도 나는 노 대통령이 기득권 세력에 맞서고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생각하는 그 면모는 존경한다. 그러나 지도자는 중간적인 사고로써 국민들을 이끌어가야 한다. 노 대통령은 이런 면에서 현실과 이상 정치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포용력을 가지라는 충고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험 부족 탓이다.

- 대선 당시에는 이런 사실을 몰랐나.
▲ 민주당 국민경선을 통해 뽑힌 후보자를 성심껏 도와주는 것은 당원으로서 당연한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소신 있게 노 후보 대통령 만들기에 협조했던 것. 그러나 노 대통령은 민주당 때문에 당선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면 그러기도 하지만, 민주당원의 결집된 힘이 없었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겠는가.

- 호남 민심을 평가한다면.
▲ 지금 호남 지역 주민들은 노 대통령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대구나 부산 지역을 방문할 때와 호남을 방문할 때의 얘기가 다르다. 이에 지역 민심이반 현상이 뚜렷하다.

- 노 대통령의 실정(失政)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지금 정치적 혼란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그리고 청와대 보좌진 등도 문제다. 청와대에 경험있는 보좌진이 몇 명이나 있는가. 문희상 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정도가 그래도 경험이 있다. 그러나 문 실장·유 수석 등은 발언권이 작고, 그 대신 노 대통령의 386 측근들이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작정치’가 판을 친다. 이번 여권 분열도 386 측근들의 작품이라고 단언한다.

- ‘재신임’정국에 대해서는.
▲ 한마디로 국민투표를 받겠다는 것 자체가 정당성이 없다. 무엇으로 재신임을 묻겠다는 것인가. 재신임 후 측근 비리가 또 터지면 또 재신임을 받겠다는 얘긴가. 이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감사원장 임명 동의안 부결, 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등 국회가 ‘발목잡기’에 나서고 있다며 이를 정면돌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재신임을 묻겠다는 의도다.

- 해법은.
▲ 국민투표를 통한 재신임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도 재신임을 묻겠다면 이는 ‘제 무덤을 파는 격’. 40%이상의 불신임 의견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 국민투표 포기 후, 내각과 청와대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번 현대·SK 비자금 등을 통해 드러난 정치자금문제 해결을 위해‘선거 공영제’를 실시해야 한다.

- 최근 사회적으로 보·혁 갈등이 심한데.
▲ ‘노·장·청’이 잘 어울릴 수 있는 사회적 이념 기준을 만드는 것은 정치 지도자들의 몫. 좌·우로 편향된 극단주의자들이 사회에 발을 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 이라크 파병에 대해.
▲전투 부대의 파병에는 반대한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벌인 침략전쟁이다. 한·미 우호관계를 고려해, 파병을 해야 한다는 것은 ‘명분 없는 전쟁’에 대한 찬성을 뜻하는 것.

- 사적인 질문으로, 최근 경주 김씨 상촌공파 종회 문제로 김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는데.
▲ 주위 종친들이 권유로, 상촌공파의 위상을 살리기 위해 ‘종회장’을 맡게 됐다. 종회의 재산으로 재실을 건립하기 위해, 토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일부 반대파의 음해가 있었다.

- 종회 일부에서 ‘배임죄’로 고발했는데.
▲ 종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이사회의 승인을 거치는 등 정당한 절차를 모두 밟았다. 현 김춘제 회장 등은 종회에서 제명된 사람들. 이들이 배임죄로 고발한 것은 어불성설이다.이들에 대해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재심을 요구하고 있고, 금품수수 혐의 등에 대해서도 형사 고발한 상태다.

- 앞으로의 정치 계획은.
▲ 국회의원으로 3선까지 도전할 계획은 없다. 전남도지사에 출마, 지역민들에게 봉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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