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지난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국내 정치판이 들썩였다. 하지만 그 사이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외교분야까지 이뤄진 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그 대상은 바로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다.

유 대사는 정통 외교관 출신이 아니다. 그는 삼성전기 영업맨 출신으로 경력만 30년이다. 정치인도 아니고 외교관도 아닌 그가 미얀마 대사에 임명되자 큰 이슈가 됐다. 그의 우수한 영업적 능력과 경력 덕분에 별다른 논란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특검 수사 결과 유 대사의 임명에 최순실 씨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일요서울은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에 대해 살펴봤다.

대사 임명 배후 최순실 드러나
특검, 삼성-최순실 연관성 의심


외교부는 지난해 5월 23일 주미얀마 대사에 유재경 당시 삼성전기 글로벌마케팅실장을 공식 임명했다. 그는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삼성전기에 입사해 상파울루 사무소 소장, 유럽판매법인장, LCR 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외교부 측은 “미얀마에 150개가량의 우리 기업이 나가 있다”며 “유 신임 대사는 해외 근무를 오래 하며 시장개척 분야 경험이 풍부, 그러한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최순실 씨와 관련된 유 대사의 임명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후배들 아꼈던 영업맨
현장 경험 많았던 베테랑


유재경 대사는 삼성전기 글로벌마케팅실장 등을 맡으며 해외 주재원 생활을 오래 했다. 가능한 외국어만도 3~4개다. 해외 경험이 풍부하고 외국어도 잘하다 보니 외국의 인적네트워크가 뛰어나다.

영업직을 주로 맡았던 만큼 성격도 쾌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이 돼서도 직원들과 소통이 뛰어났고 따르는 후배들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성공적인 영업맨이었던 만큼 현장 경험이 많았다. 글로벌마케팅실장 시절에는 직원들에게 자주 메일도 보냈다. 그때 보냈던 ‘위클리메일’을 모아서 만든 것이 ‘나는 지구 100바퀴를 돌며 영업을 배웠다’라는 책이다.

책에 적힌 프롤로그에는 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자세히 적혀 있다.

“이 책은 제가 삼성전기에 근무했던 2014년에 매주 한 번씩 부서원들에게 보냈던 편지의 일부를 엮은 것입니다. 근무 당시 4개 사업부로 나뉘어 있던 영업팀이 글로벌 마케팅실(이하 ‘글마실’)로 통합되어 1, 2팀으로 분리되었고, 저는 그중 1팀을 맡았습니다. 초기에는 매주 주말 우리 팀의 활동 내용을 경영층에 보고하고, 그 내용을 1팀 전원에게 재전송하여 우리 팀이 일주일간 어떤 활동을 했는지 서로 알게 하자는 생각으로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랬던 것이 하반기에 들어 회사의 상황이 악화되자 활동 내용을 공유하는 걸 넘어서서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위클리 메일(weekly mail)’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주 한 편씩 메일을 작성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부서원들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를 떠나기 전 마지막 주까지 손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유 대사는 이 책에 30년 동안 쌓아온 영업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았다. 그만큼 영업맨으로서의 자부심이 컸고 후배들에게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기업 임원이 대사 돼
언론도 주목


비외교관이 대사에 임명된 것은 유재경 대사가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사에 임명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유 대사가 대기업 출신의 임원이다 보니 임명 당시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당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 처장은 삼성 출신이다. 하지만 외교부 측은 유 대사의 오랜 해외 시장 개척 경험을 임명 배경으로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문호 개방을 시작한 미얀마인 만큼 우리나라 입장에서 경제 협력은 필수였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유 대사는 제격이었다.

당시 유 대사도 자신의 대사 임명이 의아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특검 조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을 생각해 보면 당시 그의 말은 거짓말이었을 확률이 높다.

어찌됐든 유 대사는 지난해 5월 대사에 임명돼 9개월째 대사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큰 문제 없이 대사직을 수행하던 중 특검의 소환 통보를 받고 귀국했다.

당초 유 대사는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기 직전만 해도 최순실 씨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사람을 잘못 봤다”는 말까지 해가며 오히려 자기는 논란이 되고 있는 미얀마 K타운 사업을 막으려고 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유 대사는 특검 조사가 시작되고 채 3시간도 지나지 않아 최순실 씨 추천으로 대사에 임명된 것을 시인했다.

미얀마K타운 반대 주장
사법처리는 미정


유재경 대사는 뇌물을 받는 등 이권을 챙겨 특검의 조사를 받은 것은 아니다. 임명과정에 최순실 씨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삼성과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조사를 받은 만큼 피의자 신분 전환 가능성은 낮다. 특검도 사법처리는 아직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유 대사는 특검 조사를 받으러 갈 때만 해도 특검에서 어떤 자료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최 씨와의 관계를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특검은 이미 최 씨가 유 대사 임명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상태였다.

특검은 이 과정에 삼성이 얼마나 관여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 대사를 조사한 것이다. 특검은 삼성그룹 관계자 등의 조사를 통해 최 씨가 유 대사와 여러 차례 만난 사실도 파악하고 있었다.

특검은 최 씨가 삼성 임원 출신인 유 대사를 미얀마 대사로 추천하고, 관련 사업에 개입하려고 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유 대사가 미얀마 대사로 임명된 지난해 5월은 삼성이 최 씨에 대한 각종을 지원을 해주던 시기와 맞물린다. 이 때문에 최 씨가 삼성그룹을 다리 삼아 미얀마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개입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특검팀은 최 씨가 미얀마 K타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의 지분을 차명으로 받는 등 이권에 개입하려고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결국 K타운사업이 무산됐지만 최 씨는 이미 해당 기업의 지분을 받아 챙겼기 때문에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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