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생태계 재편으로 존폐 위기

빌린 돈 못 갚아 지분 매각 시도했지만 거절당해
명품 브랜드 이탈·신규 오픈 3곳 예정, 잇단 악재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국내 1호, 시내면세점 동화면세점이 재정난과 면세점 생태계 재편 등의 문제로 존폐위기에 처했다.

동화면세점은 지난달까지 호텔신라 측에 지불해야 하는 돈을 지급하지 못했다. 이에 경영권 이전에서 청산절차를 밟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또 3배 가까이 늘어난 경쟁업체, 유명 브랜드들의 이탈은 사업 운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38년 이어져 온 동화면세점의 역사와 진퇴양난의 현 상황을 점검해봤다.

동화면세점은 대한민국 최초로 설립된 시내 면세점으로, 1979년 처음 문을 열었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의 현 위치로 1991년 이전했으며, 광화문빌딩의 지하 한 층과 지상 5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2015년 시내면세점 사업권이 경매 입찰 방식으로 변하기 전부터 존재하던 곳으로 롯데면세점 본점·월드타워점·코엑스점, 서울 신라면세점과 함께 기존 면세점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성공한 중소·중견 면세점

동화면세점은 중소·중견 면세점이지만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며 2005년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억 달러를 넘어서며 성장해왔다. 하지만 모기업인 롯데관광개발의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이 청산되면서 2013년부터 재정난을 겪기 시작했다.

롯데관광개발 측은 이를 메우기 위해 호텔신라에 600억 원에 달하는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의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넘겼다. 당시 호텔신라는 3년 뒤 지분을 돌려주고 자금을 회수하는 매도청구권 방식을 채택했고 지난해 6월 해당 금액 715억 원의 청구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동화면세점은 이를 갚지 못했고 오는 23일까지 위약금 10%를 더해 788억 원을 갚거나 담보로 제공했던 주식 30.2%를 추가로 내놓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호텔신라가 이 담보 주식까지 얻게 되면 총 50.1%의 동화면세점 지분을 얻어 사실상 경영권을 갖게 된다.

동화면세점 측은 호텔신라에 지분을 넘길 의사를 밝히며 공동경영을 제안했지만 호텔신라 측은 자금 회수가 우선, 인수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호텔신라 측 관계자는 “법인이 아니라 김 회장 개인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고 김 회장이 갚지 못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인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가 인수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먼저 면세점은 특허 사업이라 기업이 임의로 팔 수 없어 매각이나 승계를 하려면 관계부처와 협의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또 이런 과정에서 정부가 중소·중견 면세점 사업권을 대기업인 호텔신라 측에 넘겨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시내 면세점이 늘어난 마당에 호텔신라가 재정난을 겪고 있는 동화면세점을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은 10곳이다. 앞으로 문을 열 면세점까지 합치면 올해 총 13곳이 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면세점 시장은 12조2757억 원으로 전년 9조1984억 원보다 33.5%나 성장했다.

반면 국내 면세점 주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은 감소하는 추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93만5000명에 달했던 중국인 방문객 수는 8월 89만5000명, 9월 74만7000명, 10월 69만8000명, 11월 53만1000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12월 54만8000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면세점 물량에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요라고 말한다.
브랜드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해외 명품들은 국가별로 매장수를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화면세점도 올해 루이비통 매장이 철수하며 타격을 입었는데 이 매장은 서울 신세계면세점 명동점과 용산 HDC신라면세점으로 옮겨갔다.

직원들 전전긍긍

한 면세점 업계 종사자는 “브랜드 이탈·재정난 등의 문제는 비단 동화면세점만의 일이 아니다”며 “이 업계 종사자들도 앞으로 문 닫는 면세점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매장 직원들 사이에서도 파다하다”며 “기존 고객이 있어 쉽게 문을 닫진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확실히 지난해에 비해 춘절 중국 손님도 많이 줄어 걱정이 안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지난 1일 호텔신라가 동화면세점의 경영권을 얻을 시 동화면세점은 중소·중견 면세점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그렇게 되면 동화면세점의 특허권을 회수할지 아니면 새로 심사를 검토할지에 대해 내부 규정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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