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군대 보내기 싫은 회장님들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국방부에 따르면 병역 기피자는 연간 평균 약 1000명에 달한다. 이 중엔 국회의원·고위 관료 자제들뿐만 아니라 재벌가 출신도 다수다. 재벌가 전체 병역 면제율은 35.1%로 일반인 29%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최근 일양약품의 오너3세가 과거 군 복무 과정에서 혜택이 있었다는 논란이 일며 재벌가 병역 혜택 문제가 다시 대두됐다. 일반적인 면제 사유에서부터 황제병역, 국적세탁까지 재벌가 병역 기피 역사를 돌아봤다.

과거의 일이라도 ‘있는 자’들의 병역 논란은 여전히 비판의 대상이다. 성실히 의무를 수행하는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깊은 좌절감을 안겨주고 사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일양악품 오너 3세가 그룹 자회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체한 사실이 알려져뒤늦게 황제병역 논란에 휩싸였다.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의 장남 정유석 전무는 지난 2003년 7월부터 2006년 5월까지 IT 회사 칸테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다.

칸테크의 지분 80.2%를 가지고 있는 일양약품은 이 회사의 최대 주주고 일양약품 최대주주는 정 회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놓고 사실상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군 복무를 한 게 아니냐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밖에 칸테크의 대표이사를 정 전무의 복무시기에 맞춰 정 회장에서 이 모씨로 교체하는 등의 정황은 황제 병역 논란을 키웠다. 이는 현행법상 병역지정업체 대표이사의 4촌 이내 혈족이 해당 회사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규정을 교묘히 피한 것이기 때문이다.

칸테크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병역지정업체로 정 전무 이외 1명(김모씨)만 산업기능요원으로 채용했으며 정 전무의 군 복무 기간이 지난 2008년부터는 병역지정업체로 신청하지 않았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두 아들도 그룹 하청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체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2015년 진성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발표에 따르면, 허 회장의 차남 희수 씨는 정보처리기능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 2004년에서 2006년까지 진코퍼레이션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다.

진코퍼레이션은 SPC그룹 계열사 비알코리아의 외주업체다. 진코퍼레이션은 희수 씨가 복무를 마친 뒤인 2009년부터 비알코리아에 파리크라상의 판매관리시스템까지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같은 해에 장남인 진수 씨도 원래 복무하던 병역지정업체에서 SPC그룹 외주업체인 새암소프트로 근무지를 옮겨 군 복무를 마친 바 있다. SPC 측은 진코리아가 뛰어난 기술력을 가져 그런 것일 뿐이고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라며 황제병역 논란을 일축했다.

제지사업의 선두주자인 한솔그룹 오너 3세는 2015년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면서 지정된 곳으로 출·퇴근하지 않는 등 규정대로 복무하지 않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인희 한솔그룹 창업주의 손자 조 씨는 2012년 4월부터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 취직해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조씨는 2013년 1월 1일부터 2014년 10월 31일까지 해당 업체로 출근하는 대신 인근 오피스텔에 머물렀다.

서울지방병무청이 조 씨가 규정대로 근무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고발했고 조 씨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자회사·외주업체 근무

지난해 3월 본격적인 4세 경영에 막을 올린 박정원 두산 회장은 군 면제 이유로 논란을 샀다. 박 회장은 싱가포르 영주권자로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세간에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군 면제 논란이 일자 두산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박 회장이 싱가포르 국적이어서가 아니라 부정맥 환자로 면제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맥은 주로 고령층에서 흔히 발견되는 지병으로 알려져 있고, 박 회장은 싱가포르 영주권을 지난해까지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박 회장의 군 면제 이유는 더욱 혼선을 샀다. 이에 박 회장 차남의 싱가포르 영주권 편법 취득과 외국인학교 편법 입학 의혹이 불거진 후라 비판은 거셌다.

비슷한 시기에 정우현 MPK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정순민 대표이사도 미국 국적자로 병역 회피 의혹에 대상이 돼 질타를 받았다. 10대에 미국으로 넘어간 정 대표이사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해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정 대표이사는 지난 2013년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에도 미국 국적을 유지했다.

이중국적 군 면제 많아  

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주로 군 면제 판정을 많이 받았다. 범 삼성기업을 포함한 삼성가 전체의 군 복무 대상자 11명 중 8명이 면제를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허리디스크로 인해 병역을 면제 받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재현 회장은 희귀유전병, 정 부회장은 과체중이 이유였다.

LG가에도 정식으로 병역을 마친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대비되게 병역을 면제 받은 이들이 많다. 구본진 LF푸드 대표이사,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과 그의 장·차남 등 이다.

GS그룹에서는 허창수 회장의 장남이 병역 면제를 받았으며 롯데가는 일가 특성상 이중국적을 이유로 거의 모두가 군대를 가지 않았다. ‘롯데는 한국기업’이라 말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말과 대비되는 행보다.

신 회장은 일본 국적을 유지하면서 병역기간을 넘겼고,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역시 일본 국적을 유지해 군 면제를 받았다. 아울러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씨 역시 현재 일본 국적자로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된다.

한 고위 재계관계자는 재벌들의 군 복무 회피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고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어 딱히 지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는 재계 일각에서 사회복무요원 같은 경우 일정 범위 내 친족과 같은 직장에 배치되지 못하게 하는 상피제도를 거래관계에 있는 업체에까지 확대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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