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 원’ 축배 들기 전 날벼락

지난달 18일 음성노동인권센터 등이 신세계푸드 음성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생산직 근로자, 일당 外 어떤 노동법 보호도 받지 못해 
노동부 “조사·감독 진행 중…몇 가지 적발 사항 드러나”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신세계 그룹은 2015년 그룹의 신 성장 동력으로 신세계푸드를 꼽았다. 지난해 말 신세계푸드는 매출 1조 원을 돌파해 ‘1조 클럽’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축배를 들기도 전에 엉뚱한 곳에서 일이 터졌다. 충북 음성공장에서 불법인력공급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이 노동의 사각지대라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이에 신세계푸드는 여론의 질타를 받기 시작했고 고용노동부는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신세계 그룹은 2015년 신세계푸드를 5조 원대 종합식품회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1년이 지난 지난해 말 신세계푸드의 매출 1조원 돌파 소식은 신세계 푸드가 이 청사진을 따라 차분히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신세계푸드의 충북 음성공장이 불법 노동의 온상이라는 의혹이 퍼지며 재계에서는 그룹이 매출 상승에만 급급했던 것이 아니냐며 비판했다. 

음성노동인권센터와 음성민중연대는 지난달 18일 오전 충북 음성군 원남산업단지의 신세계푸드 음성공장 정문 앞에서 불법 인력채용을 규탄하며 신세계푸드 측의 공식적인 사과와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음성노동인권센터 측은 “신세계푸드는 300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은 채 전부 삼구FS라는 인력도급업체에 관리를 맡겼고 이 업체는 A직업소개소로부터 100여 명의 인원을 공급받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이렇게 고용된 이들 대부분이 일당 외에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는 신세계푸드가 직업안정법을 어기며 불법 인력을 고용하고 다단계 인력공급 시스템을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직업안정법 제13049호에 따르면 기업이 직원 채용 시 직업소개소를 이용하는 건 최대 3개월로 제한된다. 하지만 신세계푸드는 이를 어기며 1년 넘게 직업소개소를 통한 인력공급을 받고 있다. 음성노동인권센터는 A직업소개소를 통해 삼구FS직원으로 신세계푸드에서 1년 이상 근무한 한 근로자의 증언을 증거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음성노동인권센터와 음성민중연대 측이 주장하는 신세계푸드의 노동법 위반사항은 4대보험 미가입, 주휴수당·연차휴가 미지급, 근로계약서 미작성, 1일 8시간 초과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급여 미지급, 퇴직금 미지급, 업무 중 상해자에 대한 산재보험 미처리 등을 합해 총액 5000억 원에 이른다.

또 일부 생산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못 받았다고 주장했다. 음성인권센터가 조사한 A직업소개소를 통해 삼구FS직원으로 신세계푸드에서 근무한 노동자들은 지난 1월까지 주간 1일 8시간 기준으로 남자는 8만 원, 여자는 5만9000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금액을 1일 8시간, 주5일 근무한 것으로 월급여로 계산하면 남자는 월 평균173만 원, 여자는 128만 원을 받게 된다. 이는 올해 월 최저임금인 135만2230원에도 못 미친다.

각종 수당 들쑥날쑥 지급 

A직업소개소를 통해 삼구FS 소속으로 신세계푸드에서 근무 중인 한 근로자는 “근무하며 주휴수당, 야근수당 등 지급은 들쑥날쑥했다. 회사가 내키는 대로 주는 느낌이었다”며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전원이 나와 비슷한 상황이다”고 근무 조건을 설명했다.

경과보고를 진행한 조광복 노무사는 “이번 신세계푸드의 불법 다단계 인력채용 실태는 자신의 18년 노무사 경험을 통해 겪은 불법인력고용 사례 가운데 가장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징역형에 해당하는 법규를 위반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이 문제가 비단 생산직 근로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센터는 “신세계푸드가 이곳에 공장을 지을 때 음성군은 6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며 “신세계푸드의 이런 태도는 음성 군민들 전체를 무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센터는 “현재 군민들은 6억 원의 지원금을 주고도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라는 요구조차 하지 못하는 음성군의 굴욕적인 태도에도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은 지난 2012년 6월 수입과일 후속동 및 물류동을 완공했고 이어 2015년 8월 식품가공공장을 준공해 현재까지 가동 중이다.

음성군은 당시 전체 연간 6만3000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춘 음성공장이 신세계푸드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6억 원의 세금을 지원한 바 있다.

6억 원 투자했더니…주민들 반발

지난달 23일 충주고용노동지청은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에서 긴급근로감독을 실시했다. 당시 근로감독을 나간 관계자는 “근로감독관 다수가 참여해 감독을 실시했다. 일부 의혹들에 대해선 확인이 됐다”고 말했다.

긴급근로감독을 나간 후 현재 충주고용노동지청은 이 사항에 대해 필요한 자료를 접수받고 해당 사항들을 전 방위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 충주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현재 자료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워낙 예상 피해 인원이 많아 쉽지가 않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근로계약서 미 작성 등의 몇 가지 적발 사항은 이미 파악됐다”며 “이달 안으로 결론이 나올 것이니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조사하고 있는 사항이라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세한 언급은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회사 측에서도 전반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며 “몇 가지 부분은 인정하지만, 노동부 측의 결론을 보고 그에 맞는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음성주민 직접고용 등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엔 이 또한 노동부 측 결과를 보고 결정할 사항이라고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다”고 대답했다. 인력도급업체인 삼구 FS에는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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