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 배 탔던 동지사이‘돈벼락’ 발언놓고 화살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과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이기명 전후원회장이 ‘루비콘강’을 건너고 말았다. 추천한 사람과 추천받은 막역한 관계였던 두 사람은 이제 노 대통령을 중심에 두고 화살을 겨누는 ‘앙숙’관계가 돼 버렸다. 두 측근의 상반된 주장의 진실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측근인사들이 대선후 돈벼락을 맞았다”는 유대변인의 주장은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왔다. 다른 정치인도 아니고 유대변인이 그같은 말을 했다는 점 때문이다. 유대변인은 지난해 대선 경선당시 자타가 공인하는 노 대통령의 ‘입’이었다. 당시 공보특보를 지낸 그는 노 대통령의 경선승리를 이끈 ‘일등 공신중의 공신’이었다.

그만큼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그의 입에서 나온 측근들의 돈수수 의혹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의 말이 나름의 설득력을 얻었던 이유도 그가 대통령 측근으로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상식적인 추측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을 함께 보좌한, 또 다른 측근은 전혀 다른 말을 하고 나섰다. 이전회장은 “근거가 있나요. 나도 대통령 측근이라고 남들이 말하던데 내가 돈벼락을 맞았다고 생각하나요”라며 유대변인의 주장을 반박했다. 알려지다시피 두 사람은 노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추천받은 관계다. 유대변인을 노 대통령에게 추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전회장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현재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이전회장은 유대변인에게 “노 후보에게 추천한 사람으로서 슬픔과 후회와 자책으로 가슴이 미어진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유대변인의 정치적 거취 결정에 대해 지난 6월 광주 보선에서 노 후보가 지지나 낙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대변인은 완전히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유 대변인은 “나는 노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시절 내걸었던 동서화합과 국민통합의 가치에 대해 충성했을 뿐 노 대통령 개인에 대해 충성한 것은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아울러 자신이 민주당 대변인이 된 이후에도 노 대통령을 비판하면 가만있지 않겠다 는 등 협박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만 해도 같은 길을 걸어갔던 두 사람.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비난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한 사람은 대통령의 실정을 비난하는 입장에 놓여있고, 다른 한 사람은 대통령을 ‘옹호’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문제는 두 사람 중 누구 말이 사실이냐는 데 있다. 유대변인의 ‘돈벼락’ 얘기가 만약 사실이라면 이전회장이 모를 리 없을 테고, 이전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유대변인이 근거없는 말을 했다는 것인데 쉽게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여하튼 한때 한배를 탔던 두 사람은 각자 항해노선을 바꿨다, 정치적 소신인가, 배신인가, 맹목적 충성인가를 둘러싼 두 사람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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