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대응 3야 말바꾸기는 연환계에 속아 화공 자초한 꼴 이라크 파병문제에 관한 정부의 낮은 포복자세 돋보여“국민을 도외시한 단기적 당략은 결국 정당 스스로를 무덤에 파묻는 행위로 귀결되며, 국가발전을 도외시하고 국민에게만 영합하는 당략은 국민을 무덤 속으로 끌고 가는 결과를 가져온다….”지난 주간에는 마치 `제갈공명의 동남풍` 마냥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태풍이 정계에 휘몰아쳤다. 정계의 잡다한 소리들을 일거에 날려보낼 듯한 엄청난 충격파를 몰고왔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처음에는 그 바람이 자신들을 권력의 하늘로 띄울 수 있는 바람인양 착각했으나,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다음에는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옥죌 수도 있는 엄청난 위력의 태풍-매미일 수도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통합신당 역시 애초에는 불리한 태풍인 줄 알았다가 생각해 보니 자신들을 구하는 신풍인 것 같으니까 국민투표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각 정당들의 ‘단타매매’ 같은 근시안적·당리당략적 행동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과 연계되지 않은 `포괄적 재신임 결단`이라는 애매 모호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 노대통령은 지난 10일, 애초에는 최도술씨 사건으로 인한 자신의 도덕성에 대한 상처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재신임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11일 기자회견에서는 국회의 행자부장관 해임건의, 감사원장의 임명동의안 부결, 언론의 비우호적 정부비판 등에 국정혼란의 책임을 돌렸다.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정치개혁과 부패고리의 청산에 초점을 맞추었다. 따라서 무엇 때문에 재신임을 받으려는 것인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면서 그 이유가 불분명해졌다.

이에 국민들은 제각기 나름대로 이유를 해석했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야당과 언론이 발목을 잡으니 재신임을 통해 국민의 힘을 동원해 정치를 제대로 해보자는 것이다. 반면에 비판론자들은 측근들의 비리가 확대되니 노대통령 본인에게 미치는 불길을 차단하고자 재신임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하거나, 지지율 회복을 위한 <정치쇼>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제갈공명의 동남풍 전략’은 강 위에 있는 위나라 조조의 배들을 밧줄로 서로 묶어놓는 `’연환계’`를 펼친 후에 `’화공’`으로 수장시키는 것이었다. 통합신당은 이러한 국면에서 국민투표에 소극적인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은 수구적인 세력들이므로 차라리 3당이 합당하라고 싸잡아 공격하면서 `재신임 결단이라는 동남풍` 하에서의 ‘연환계-화공’`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강력한 정치개혁을 주장하는 맞바람 전략으로 인해 그 효과가 반감되었다.

최대표는 내년부터 완전 선거공영제, 선거사범에 대한 단심제, 국회의원 후원액 한도액 축소, 정치자금 입출금 내역 공개제 등의 도입을 주장하면서 도덕적인 이슈 선점 경쟁을 벌였다. 최대표는 이외에도 14일의 국회연설에서 5대 국가위기 해결과제로서 법인세 인하 등 기업의 투자환경 개선책, 불법파업근절, 특목고 및 자립형 사립고의 확대, 신산업 개발투자 확대 등을 주장하면서 민생문제에 대한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반면에 민주당의 박상천 대표는 연설문 34쪽 중에서 30쪽을 정치현안에 치중하고 경제 및 민생 현안에 대한 언급에는 4쪽만 할애했다. 민주당이 중도개혁적인 노선의 이미지를 강화하려면 정치 및 행정시스템에 대한 개혁을 강도 높게 주장하거나 민생문제에 대한 신선하고 인상적인 대안들을 제시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훨씬 효과가 컸으리라 보인다. 민주당은 이념적 스펙트럼이 중간에 위치하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 대해 비판을 하는 `네거티브 전략`보다는 긍정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포지티브 전략`이 당세 확장에 도움이 되리라고 보인다.

서로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전략은 중도의 민주당 보다 좌우에 위치한 통합신당이나 한나라당이 사용할 때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전략이다. 중간에 있는 정당이 좌우 양쪽을 공격하는 전략은 힘이 들고 초점이 분산되는 비효율적 전략이기 때문이다.정당의 당리당략은 국민을 위하고 국가발전에 도움이 될 때에만 진정한 당리가 될 수 있다. 국민을 도외시한 단기적 당략은 결국 정당 스스로를 무덤에 파묻는 행위로 귀결되며, 국가발전을 도외시하고 국민에게만 영합하는 당략은 국민을 무덤 속으로 끌고 가는 결과를 가져온다. 민주국가의 정치인은 국리민복과 장기적인 당리당략에 대해 예민한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지난주에는 <이라크 추가파병>이라는 우파적 결단과 <송두율 교수 사건>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구하는 좌파적 언급이라는 아주 대조적인 정치사건들이 동일한 노무현 정부에 의해 전개되었다.

노대통령은 13일 국회 시정연설시 “송교수 처벌과 수사문제는 분단시대의 극단적인 대결구도 속에서 만들어진 법과 상황에서 거론되고 있으나 세상은 많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대결과 불신, 증오의 시대가 아니라 민족과 화합, 포용의 시대이다” “처벌해도 이 양면에 대한 성찰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정부가 기획초청을 하거나 청와대가 관여한 바가 없다” 라고 호소한바 있다. 그런데 많은 진보적인 지식인들도 송교수의 솔직하지 못함을 비판하고 송교수를 초청한 민주화기념사업회의 이사장도 어느 정도 후회하는 발언을 하곤 했는데 노대통령은 시정연설 원고에도 없었던 송교수 건을 왜 갑자기 거론하며 넓은 이해를 호소했을까? 국정원은 분명히 송교수 입국시 조사하기 전에는 어떤 것도 보장하지 못한다고 미리 밝혔다고 주장한다. 국정원 2차장이 지난 한 두달 전 독일에 간 것이 송교수 입국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고 국정원 측에서는 주장한다.

국정원 측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국정원은 최소한 송교수의 입국을 찬성하지 않았거나 능동적으로 반대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송교수는 왜 입국을 강행했으며, 이 지경에 이른 지금 노대통령은 왜 송교수 사건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호소하는 것일까?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은 노무현 참여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정책의 이념적 스펙트럼의 다양성과 전략의 유연성을 나타내주는 사건이다. 이라크 파병문제에 관해 정부는 극도로 신중하고 낮은 포복자세를 취하는 전략을 보여주었다. 유엔결의안 통과까지 기다리거나 이라크 파병문제의 이슈화를 철저히 피해 온 결과, 여태까지는 사회갈등의 표출을 최소화하고 찬성분위기를 유도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파병 예정지인 이라크 모슬 지역의 치안상황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하지 않았고, 전투병 파견문제가 아직 미결상태이기 때문이다. 국회통과 과정에서 이 문제의 이슈화가 진행되겠지만 정부의 야금야금 전진전략 및 공병부대 파견을 포함하는 부대성격의 온건화 전략, 명칭 표현을 군정지원부대로 하는 등의 현실적인 접근법들이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글쓴이 약력
■1955년생(48)■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동대학원 정치학 박사■한남대 사회과학연구소장 국방전략연구소장■충청지역 국제정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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