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귀국때 자연인으로 나라 걱정하는 마음에서 할 말은 할 것” 전언펜클럽 ‘창사랑’, 11월 대규모 전국집회 갖고 정계복귀운동 추진키로재신임 정국 상황에서 이뤄지는 이회창 전총재의 귀국을 대하는 정가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 이후 이전총재의 정계복귀 여부가 정가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전총재의 최측근 핵심참모였던 한 인사는 “이번 귀국때 정치인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할 말은 하실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계복귀는 국민적 지지가 있으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정계복귀 가능성을 열어 놨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전총재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계복귀 불씨가 지펴지고 있다.

특히 이전총재의 팬클럽인 ‘창사랑’이 19일 대규모 집회와 함께 11월 전국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이전총재의 정계복귀를 희망하는 여론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 대선때 이전총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최측근 인사는 재신임 정국상황에서 이뤄지는 이전총재의 귀국에 대해 “어느 때보다 정계복귀 여론은 높을 것이지만, 아직은 뭐라고 말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정국이 혼돈스러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자연인으로서 하실 얘기가 있으면 하지 않겠느냐”며 이전총재가 귀국 후 모종의 정치적 행동이나 발언을 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이달 25일 차남 수연씨의 결혼식과 30일 선친 1주기 추도식 참석차 귀국하는 이전총재의 귀국 중 행보에 한나라당은 물론 정치권 전반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특히 이번 귀국이 재신임 정국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전총재의 정계복귀를 둘러싼 정치권 논란은 더욱 뜨겁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전총재는 귀국 후 열흘쯤 머물게 된다. 따라서 국내에 체류할 열흘 동안 이전총재는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정계복귀설’의 도마위에 오를 수 밖에 없다. 최병렬 대표체제가 안착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이전총재의 정계복귀에 대해 공식적으론 말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다만 “정계를 떠난 분인데…” 라며 말꼬리를 흐릴 따름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이전총재의 정계복귀를 내심 기대하는 세력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오랫동안 당직자 생활을 해 온 한 관계자는 “이전총재만큼 잠재적 지지세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지금이야 수면 아래 잠복해 있지만 이전총재가 복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 무서운 기세로 다시 결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병렬 대표 체제이긴 하지만 최대표가 노대통령의 대안이 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가장 현실적 대안은 이전총재일 수밖에 없다”며 “대안이 없기 때문에 신임하는 여론이 높다면,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전총재를 앞세워 불신임 여론을 몰고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전총재의 측근인사 중 상당수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총선행보가 이전총재의 정계복귀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창심’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 때문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미 ‘이회창 대안론’이 서서히 확산돼 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전총재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동안 이러한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총재의 최측근 참모였던 한 인사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전총재의 정계복귀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인사는 “그분(이전총재) 성향상 정계복귀 가능성이 희박한 건 사실이지만 복귀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만약 복귀를 한다면 몇가지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선은 나라가 극도로 혼란스러워야 하고, 이를 추스를 수 있는 대안으로 노대통령이 아니라면 이회창 밖에 없다는 여론이 확산돼야 한다”며 “국민들의 지지에 의한 정계복귀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유일한 대안으로서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되면 복귀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여론의 향배에 따라 이전총재의 정계복귀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노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으로 인해 ‘노사모’가 급속도로 결집하고 있다면, 이전총재의 팬클럽인 ‘창사랑’도 만만찮은 기세로 재결집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전총재의 정계은퇴 선언과 맞물려 활동을 중단했던 ‘창사랑’은 노대통령의 재신임 선언 직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비상대책운영위원회를 열어 19일 전국모임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이전총재가 귀국하는 20일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20일 중앙사무실을 개소하고, 11월 중순경 ‘창사랑 전국집회’를 여는 등 이전총재의 정계복귀 추진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또 창사랑 회원 개인자격으로 법원에 제출한 당선무효 소송도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창사랑 회원은 2만여명. 하지만 활동이 본격화되면 회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노대통령의 신임을 반대하는 국민들이 일부 합세할 경우 이전총재의 정계복귀 운동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창사랑측은 이전총재의 정계복귀를 염원하는 내용의 책 ‘내마음 속의 대통령’을 펴내 인터넷 주문 판매 또는 무료 작업에 나섰다. 따라서 정가 일각에서는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를 앞둔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전총재의 정계복귀가 말처럼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극히 드물다. 복귀설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긴 하지만 그에 따른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우선은 한나라당 내 최병렬 대표를 비롯한 주류들의 반발기류가 만만치 않다. 최대표가 이전총재의 정계복귀에 반대하고 있는 데다가 차기 대권을 노리는 후보들도 복귀 가능성에 대해 불쾌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SK 비자금 파문 관련, 현재 진행중인 최돈웅 의원의 100억원대 비자금 수수 의혹 수사가 자칫 이전총재의 대선자금 문제, 비선라인 문제 등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는 점도 그의 정계복귀를 주춤거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검찰은 최의원 및 주변인사들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이 돈의 사용처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혀 이에 따른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최의원이 이회창 후보의 최측근 인사이자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이었기 때문에 이 돈이 이회창 후보의 비선운동조직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이전총재의 정계복귀 가능성을 일거에 차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전총재 측근 인사는 “최의원 수사가 마치 이전총재의 정계복귀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식으로 흘러가는 것이 수상하다”며 “누군가가 이전총재의 정계복귀를 아예 차단시키려고 하는 음모가 숨어있는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대통령의 재신임 논란으로 혼돈을 거듭하고 있는 정국 상황에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이전총재의 일시귀국이 과연 정계복귀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를 두고 정치권 기류가 심상찮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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