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참모진을 희생양으로 돌파구 마련 의구심 일어청와대 5급 이상 직원중 84% 차지 … 국정경험 미숙 등 논란 불러야당에 신당까지 가세 인적쇄신 요구 … 일부선 ‘파워게임’ 분석도386세대. 90년대 중반을 기준으로 60년대에 출생해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를 지칭한 말이다. 지금은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의 나이로 사회 각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특히 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개혁성향의 운동권 출신중에는 정치권에 투신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연령과 정치경험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은 정치권에서 비주류를 면치 못했다.그러나 지난해 대선때 역시 정치권의 비주류로 분류됐던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들 386세대들도 현정권의 핵심 세력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대선 당시 노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하면서 노 대통령 당선에 공헌한 이들 386 참모진들이 대거 청와대에 입성했기 때문이다.노 대통령도 이들 386 참모진들을 ‘정치적 동업자’로 추켜세우며 핵심 요직에 두루 포진시켰다. 지난 2월17일 발표된 청와대 비서관 31명 명단에는 30~40대가 27명을 차지할 정도였다.특히 이 명단에는 이광재(국정상황), 서갑원(의전), 최도술(총무), 이호철(민정1), 윤태영(연설), 김만수(보도지원), 천호선(참여기획), 안봉모(국정기록), 양길승(제1부속)씨 등 오래 전부터 노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해온 참모진들이 다수 포함됐다.또 유신시대 긴급조치와 맞서 싸우다 투옥된 경험이 있는 장준영(시민사회1), 김용석(시민사회2), 양민호(민원)씨 등 70년대 운동권 출신들도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 이처럼 참여정부 첫 청와대비서실 인사는 386세대와 70~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이 비주류에서 일약 주류 대열로 합류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하지만 이러한 인사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결코 곱지 않았다.

‘젊고 개혁적’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았으나 ‘측근인사’ ‘코드 인사’ 등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던 것.여기에 국정경험이 미약한 이들 386세대 참모진들의 아마추어리즘과 갖가지 구설수가 제기되면서 386 참모진과 노 대통령 측근세력들은 점점 입지가 축소되기 시작했다.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최도술씨가 SK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고, 양길승 전부속실장도 향응 몰카 파문으로 낙마했다.특히 양 전실장 사건이후 여야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에게 청와대 비서진의 인적쇄신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스로 ‘정치적 동지’로 규정한 이들 386세대 참모진들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뢰감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양 전실장의 낙마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일부 비서진(이해성 최도술 문학진 박재호 김만수 박기환씨 등)의 공백으로 단행된 8월17일 청와대 비서진 인사는 노 대통령의 이른바 ‘코드인사’ 전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천호선, 서갑원, 김현미씨 등 기존 비서관들이 각각 정무기획, 정무1, 정무2 비서관으로 자리이동하는 등 386 측근들이 핵심요직에 다시 전진 배치됐던 것.야당은 ‘코드인사의 전형’ ‘전문성을 도외시한 순환인사’ 란 비판을 제기했고,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안팎에서도 ‘인재풀의 한계에 부닥친 인사’라는 냉소가 흘러나왔다.청와대 비서관급을 포함해 5급이상 직원들도 386세대가 다수(84%)를 차지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은 지난 11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청와대로부터 제출받은 직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5급 이상(정무직 포함) 직원은 총 281명이며, 이중 236명이 386세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김 의원은 이날 “정무직을 포함한 5급 이상 직원 중 50세 이상이 되는 사람은 27명에 불과했다”며 “정책에 있어 국가 최고의사 결정기관이라 할 수 있는 청와대는 노·장·청이 조화된 인적 구성이 필요한데 경륜을 갖춘 사람이 너무나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현재 노무현 정부의 실정이 심각한 상황에 이른 데는 청와대내 인력구조가 젊은층에 편중돼 지나치게 개혁적인 방향으로 흐른 탓도 있다”며 “386 편중의 청와대 인력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386세대가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현 청와대 비서진 구성에 따른 편중인사 및 코드인사 논란은 재신임 정국이후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통합신당도 청와대 인적쇄신 및 국정쇄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인적쇄신 중심에는 ‘386 참모진 물갈이론’이 자리잡고 있다.정치권 일각에서는 ‘386 물갈이론’ 배경에는 ‘재신임’이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노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신당이 386 참모진을 희생양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노림수가 담겨 있을 것이란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특히 이 실장이 안희정 전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부소장과 함께 ‘우광재, 좌희정’으로 불릴 정도로 노 대통령의 386 핵심측근으로 통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이러한 의혹은 점차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민주당 일부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신당과 청와대 386세력간의 2차 파워게임 및 총선정국과 맞물린 또다른 정치적 노림수가 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당선이 불투명한 수도권 소속 일부 신당 의원들이 청와대 입성을 노리고 386 참모진을 찍어내려 하는게 아니냐는 게 의혹의 골자다.이와관련 수도권의 한 신당 의원은 “노 대통령 당선후 적지 않은 친노 의원들이 청와대 입성을 기대했지만 386세대 참모진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던게 사실”이라며 “내년 총선 승리가 불투명한 신당 의원들 중에는 이번 인적쇄신 과정에서 청와대 입성을 노리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이처럼 ‘386 물갈이론’은 재신임 정국 및 내년 총선구도에 따른 여야 정치권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맞물려 정가의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형국이다. 또 이러한 인적쇄신 논란과 청와대 386 참모진의 향후 거취문제는 이 실장의 사표를 노 대통령이 어떻게 처리할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APEC 정상회의를 마치고 24일 귀국할 예정인 노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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