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논란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총선을 겨냥한 각당의 신경전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0일 노무현 대통령의 폭탄선언 이후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재신임’ 논란도 따지고 보면 총선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한 청와대와 정치권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최근 <일요서울>이 입수한 ‘부산지역동향보고서’ 역시 내년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가 될 부산지역 동향에 대한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부산지역 민주당 지구당 관계자들이 9월말쯤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지역여론을 비롯한 친노성향 인사들 동향, 총선 전망, 지역구 출마예상자 등이 자세히 적시되어 있다.

본지 확인 결과 이 보고서는 민주당의 공식 보고서가 아닌 부산지역 지구당 실무자들이 정치권의 전반적인 동향 파악 차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대통령 평가, 예상 보다 심각 … ‘과거 집권했으면 독재했을 것’신당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 강해, 내년 총선 전멸할 가능성도대부분 친노성향 인사들 전국구·권역별 비례대표에 기대 걸고 있는 분위기A4용지 10매 분량으로 된 이 보고서에는 △지역여론 △친노성향 인사들 동향 △한나라당 현역의원들에 대한 평가 △총선 전망 및 지역구 출마 예상자 등이 상세히 적시되어 있다.지역여론과 관련해서는 노무현 대통령 및 신당에 대한 평가, 주류층 등 각계 반응으로 구분되어 있다.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고, 정권의 위기 상황이 느껴질 정도라고 단정했다.

‘불안정하다’ ‘국정운영능력이 부족하다’ ‘노조 편향적이다’ 등의 표현은 이제 식상할 정도이고, ‘20∼30년 전에 집권했더라면 박통·전통보다 훨씬 더 독재를 했을 사람’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 등의 극단적 표현이 일반 세인들 사이에서 나돌고 있을 정도라고 보고서는 기술하고 있다.보고서는 또 일부 20∼30대와 서민층에서는 ‘자기 사람없이 그런대로 깨끗하게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 대통령과는 달리 탈권위주의적이고 서민적이다’ 등의 긍정적 평가도 있으나 여론의 대세를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적시했다.신당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서는 과거 ‘3김정치’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질서에 대한 기대감이 많았으나 노 대통령의 언행과 친노세력의 분열주의적 모습 등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분당전에는 ‘신당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는 기대섞인 전망이 주류를 이뤘으나 막상 분당이 된 이후의 반응은 ‘잘 되겠느냐’ 라는 비아냥과 함께 ‘권역별 비례대표를 제외하고 전멸하는 것이 아니냐’ 는 최악의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는 것.보고서는 지난해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 부상이후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15%선을 크게 벗어나지 못 할 것으로 예단했다.지식층을 비롯한 부산지역 주류층은 대부분 신당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고, 일부는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적시했다.보고서는 또 기업인들이 예상과는 달리 현정권에 대한 접근을 꺼리면서 관망적 자세를 취하고 있어 정치자금 조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김영삼 전대통령 집권 이후 제조업 유치 실패에 따른 산업공동화 현상, 화물연대 파업, 태풍 ‘매미’로 인한 대규모 재산피해 등으로 현재 부산 경제는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고, 이로 인한 제조업, 물류 등 서비스사업의 불황은 많은 직능단체들로 하여금 현정권에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 내용의 골자다.

친노성향 인사들의 동향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시되어 있다.다음은 보고서에 적시된 친노인사들의 동향과 관련한 주요 내용이다.현정부 출범이후 조성래·정윤재·최인호씨 등은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 등 청와대 부산라인과의 협력하에 활발히 활동해 온 대표적인 인사로 꼽힌다.하지만 조성래 변호사는 김원기 고문등 중진인사들에게 미덥지 못한 모습을 보여왔고, 수임료의 대폭 증가로 인한 구설수가 청와대에 포착되었다는 설이 나돌고 있어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정윤재 위원장도 갖가지 구설수로 청와대 386그룹으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다.따라서 얼마전 사면·복권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한 김정길 전장관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9월 27일 조성래-정윤재 주도의 부산정개추 모임에 김 전장관이 불참한 것은 조-정 라인과 김 전장관 라인간의 갈등 양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국구 내지 권역별 비례대표 우선순위권을 놓고 조 변호사와 경쟁 관계인 신상우 평통부의장은 김 전장관과 행보를 같이하고 있는 분위기다.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한 이해성 전 청와대홍보수석은 정형근 의원 지역구인 북·강서갑을 검토하다가 최근 중·동구로 선회한 듯한 행보를 걷고 있다.신상우·한이헌 전의원 등은 허태열 의원의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으나 정작 본인들은 출마 의지가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한나라당 현역의원들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서는 부산일보 여론조사, 정당 관계자들의 평가 등을 참조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보고서에 따르면 정의화(중·동구), 박관용(동래), 김진재(금정), 권철현(사상)의원 등은 대체로 양호한 평가를 받은 반면 정문화(서구), 김병호(진갑), 안경률(해운대기장을), 권태망(연제)의원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도종이·권태망 의원은 재력이 탄탄하고 당 지도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일부 전망이 있고, 안경률 의원은 지난 6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김진재 의원을 중앙위원으로 밀면서 생긴 잡음 등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상태라고 보고서는 적시했다.

또 박종웅·김무성 의원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있는데 특히 문재인 수석과 가까운 박 의원에 대해 민정계를 비롯한 보수인사들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적시했다.정형근 의원과 관련해서는 ‘공작정치에 능하다’는 평가가 일부 지식층과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나돌고 있으나 보수세력들로부터 안정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있고, 당안팎에서 뚜렷한 대항마가 없는 관계로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다.총선 전망과 관련해서는 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신당 이미지가 동일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요인이 없는한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게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보고서에 따르면 신당은 ‘총선용 정당’ ‘포말정당’ 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고, 한정된 인재풀과 내부갈등설 등도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일각에서는 9월 8일자 부산일보 여론조사(72.1% 신당이 1석이상 획득, 48.2% 1∼3석 이상 획득)를 바탕으로 신당이 2∼3석 확보는 가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친노성향 인사들은 전국구 내지 권역별 비례대표(2∼3석 할당 예상)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여서 향후 전국구 쟁탈전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출마예상자와 관련한 내용도 담겨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관용 국회의장 지역구(동래)를 놓고 한나라당내 인사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신당의 노재철씨, 자민련 유문현 위원장, 박재율 부산참여자치연대사무처장, 배금자 변호사, 정재성 변호사 등이 자천타천 후보군에 올라 있다.정문화 의원의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서구에는 홍인길 전의원이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 박찬종 전의원 등 중량급 인사들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부산의 신정치 1번지로 부상하고 있는 연제구(권태망 의원)에는 이기택 전의원을 비롯해 김기재(전국구) 의원, 박대해 연제구청장, 박순보 전전교조부산지부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중산층과 고학력자 밀집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수영구는 현역인 유흥수 의원이 4년만에 후원회를 개최하는 등 출마의지를 다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류태건 위원장, 허진호 부산변호사협회장, 노혜경 노사모 출판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진갑은 최병렬 대표 특보인 김양수씨가 김병호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 태세고, 신당에서는 김영춘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진을(도종이 의원)에는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이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거론되고 있고, 강병중 전 부산상공회의소회장, 변영철 변호사, 황백현씨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이밖에 노 대통령 측근인 문재인(북강서갑) 수석, 이해성(중동) 전청와대홍보수석, 허성관(사하갑) 행자부장관, 박재호(서구) 전청와대비서관 등도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부산지역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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