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강원석 교수 ‧ 시인

소슬한 바람소리 잦아드니 외등 아래 사락사락 눈이 내린다초를 켜서 어둠을 밀치고 책을 읽어 외로움을 녹이면 긴 겨울밤도 초 한자루 태우고는 바삐 떠난다 - 詩 ‘겨울밤’ 중
 
[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 한 사내가 있다. 21년 동안 정치계에 몸담았고 법학 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공인 10단 이상의 무술 실력에 태권도 사범 자격증이 있다. 다야한 분야에 관심을 갖기는 쉽지만 다양한 분야에 재능을 갖는 것은 어려우며 다양한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며 인정을 받기란 더 어려운 법. 그런 사내가 최근 시집을 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심지어 그의 시는 마치 동시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주변을 묘사하는 시들이 많다. 이처럼 이합집산이 잘 되지 않는 이력을 갖게 된 배경과 관심사 ‧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번 주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시인이며 동국대학교 법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강원석 작가를 만나 시집을 내게 된 계기와 재미있는 에피소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강원석 작가는 정치학, 행정학, 법학을 전공했고 초등학교 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져 청와대 등 공직에 21년 간 몸담았다. 어릴 때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본격적으로 시를 쓰게 된 건 약 2년 정도 전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시를 써서 주변의 지인들에게 보냈더니 지인들이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시가 가슴에 와 닿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던 중 한 지인이 시가 너무 좋으니 시집을 내라고 권유했다. 시집을 낸다는 것에 대해 꽤 오랜 시간 고민을 했지만 시라는 것이 와인처럼 오래 숙성해야 되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해서 시집 ‘그대가 곁에 없어 바람에 꽃이 집니다’가 출간됐고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교보문고 2016년 시 부문 인터넷 베스트셀러 8위에까지 올랐다.
 
시인으로서 등단하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시집을 내거나 신인문학상에서 상을 받으면 된다. 강 작가의 경우는 시집을 먼저 내고 서정문학에서 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시를 한 폭의 수채화처럼 묘사하는 수채화 시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대학원에서 겸임교수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법무법인 비전인터내셔널의 고문이기도 하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도 5개 정도 된다. 그 중에서도 강 작가의 가장 특이한 이력은 태권도, 무술 등을 배워 유단자인데 그 합이 대략 공인 18단 정도 된다는 것. 시인이면서 교수이면서 유단자인 셈이다. 강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강 교수 스스로도 나처럼 성격이 전혀 서로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정말 드물 것 같다고 자평했다.

 

운동을 좋아하고 약한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서 무술을 배웠다는 강 작가가 몇 가지 에피소드를 풀어 놓았다. 지난 93~94년도에 부녀자 인신매매가 횡행해 뉴스에서도 연일 보도된 적이 있다. 사람들이 일찍 귀가함은 물론 여성들은 검은 봉고차만 봐도 가슴이 철렁하던 그런 시기였다. 그는 어느 날 밤 12시 경 동호대교 밑을 지나다가 한 여자가 헐레벌떡 뛰어가고 그 뒤를 남자 2명이 따라가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여자는 건너편에 있던 그를 발견하고 뛰어왔고 남자들도 따라왔다. 여자는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로 괴로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고 강 작가는 그 자리에서 두 남자를 향해 펀치를 날렸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여자는 강 교수의 연락처를 물었지만 당시는 삐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또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었는데 이 또한 90년대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에는 거지가 지하철에서 돈을 구걸하는 일이 많았다. 어느 날 전철을 타고 가는데 한 거지가 돈을 구걸하는 도중 눈을 감고 있던 아주머니에게 손바닥을 내밀었고 눈을 감고 있던 아주머니가 손을 살짝 밀쳤는데 그 바람에 손에 있던 동전들이 모두 흩어져 버렸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거지가 갑자기 손에서 커트칼을 꺼내 아주머니를 위협했다. 그 때 지하철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고 구경만 했다고 한다. 그 순간 강 교수가 돌려차기를 날려 거지의 손에 있던 커트칼을 떨어뜨리고 큰 소리로 꾸짖었더니 거지가 그 자리에서 줄행랑을 쳤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강 교수는 서른네살 때부터 시작해서 두 번에 걸쳐 국회의원에 도전을 한다. 하지만 그 당시 나이가 너무 어렸고 정치에 대한 경험이 없다보니 그 도전은 실패의 쓰라림을 맛본다. 국회의원이 되는 데는 실패했지만 오랜 공직생활 끝에 이런 말을 한다. “정치인은 사생활이 없고 정치판이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일이 많다 보니 정치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끼게 됐다. 지금은 정치를 떠났고 정치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강원석이라는 한 개인이 정치를 통해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겠지만, 이제는 정치가 아닌 나 스스로의 삶을 보람 있게 살아가는 와중에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음으로서 나의 영혼을 풍족하게 하고 또 그 지식을 바탕으로 책을 쓰기도 하고 그런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시낭송하는 강원석 작가
강 작가는 지난 몇 년 간 생활 형편이 어려운 한 학생을 도와왔다. 매달 그 학생에게 생활비를 보태준 것이다. 그 여학생은 강 작가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서 아동심리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우리나라 유수의 아동복지단체에 들어가 일하고 있다. 그 소녀는 강 교수의 자녀에게도 자극이 돼 주고 귀감이 돼 주어 강 교수의 딸도 그 언니를 본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그 학생이 대학교에 들어가서 아르바이트를 한 모양이예요. 아르바이트를 해서 어렵게 번 돈으로 제 넥타이 등 여러가지 선물을 사주었어요. 그 때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듭니다.”
 
그는 평상시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심지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그 짧은 순간에도 책을 펼쳐 읽으면 낭비되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책을 사랑하고 책을 많이 읽어 그를 통해 얻어진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 유의미한 가치를 줄 수 있는 책을 집필했고 또 그러는 과정의 연속선상에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행복의 요소 중 돈이라는 것은 그에게 있어 그리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돈이 조금 모자라 불편하냐, 돈에 여유가 있어 불편하지 않느냐 그 차이일 뿐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물질적인 부분보다는 스스로의 삶을 얼마나 만족하면서 살아가느냐 하는 정신적인 부분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는 “가끔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줄 때 만약의 사태라던지 그런 부분이 두렵지 않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았을 때 계속해서 하게 될 후회와 자책감이 더 큰 괴로움으로 남아 나를 괴롭힐 것이라 생각해 그들을 도와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그 일의 귀천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생각한다. 어떤 일을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하는 가가 중요하며, 그리고 그의 영혼이 풍족한가 아니면 풍족하지 않은가가 행복을 판가름 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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