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달항아리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노화랑에서 2017년 닭의 해 새해맞이 전시로 ‘한국미술사의 절정’이라는 특별전을 오는 15일부터 28일까지 마련한다.

가장 한국적인 명작을 모아 꾸민 이 특별전은 지난 2004년 ‘20세기 7인의 화가들’이란 전시를 기획했던 이태호 교수에게 노화랑이 특별히 부탁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전시회다.

조선 후기 백자 달항아리부터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수화 김환기(樹話 金煥基, 1913~1974)까지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1745~1806), 대향 이중섭(大鄕 李仲燮, 1916~1956), 미석 박수근(美石 朴壽根, 1914~1965) 등 지난 300년간 다섯 거장들의 대표작 열여섯 점으로 ‘한국미술사의 절정’전을 꾸몄다.

민족의 자존감으로 내세울만한 18세기 ‘조선미(朝鮮美)’와 그 조선미를 토대로 삼은 20세기 세 화가의 ‘한국미(韓國美)’, 곧 한국미술의 동질성 내지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도록 기획했다. 16점으로 꾸민 소규모이지만, ‘한국미술사의 절정’에 걸맞은 대형 기획전시회다.

잘 알다시피 조선 후기 백자 달항아리는 그 천연스러운 형태감과 무늬 없는 담백한 백색으로 한국미술사의 큰 자랑거리로 꼽히는 문화유산이다. 겸재 정선의 <박연폭도>는 <금강전도>, <인왕제색도>와 함께 우리땅을 그린 진경산수화의 3대 걸작으로 꼽힌다. 폭포의 소리감을 수묵으로 과장해 담은, 정선의 진경사랑이 담뿍 담긴 명작이다. 영·정조 시절 어진 화가로 조선시대에 최고의 묘사력을 갖춘 단원 김홍도의 회화작품으로는 그 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죽하맹호도>를 선택했다. 그림에 쓴 황기로의 화평처럼, 진짜 호랑이도 놀랄 만큼 사실감 넘친 작품이다.

근·현대 20세기 작품은 이중섭의 은지화 <다섯 아이들> <여섯 아이들> 2점과 유화 <복사꽃 가지에 앉은 새>, 박수근의 유화 <산동네> <독서하는 소녀> <여인> <초가집> 4점, 김환기의 유화 <산월>과 4점의 점화 <무제>를 선정했다.

이중섭의 은지화 두 점은 1950년 전쟁 때 왜 유명해졌는지를 적절히 보여준다.

<벚꽃과 새>로 알려진 <복사꽃 가지에 앉은 새>는 이중섭의 봄 냄새를 느끼게 해주는 자연 그림이다. 지난 국립현대미술관이 마련한 이중섭 탄신 100주년 전시에서 그 유명한 소 그림들을 제치고 관람객이 뽑은 이중섭 대표작 1위였다. 그만큼 이중섭 회화세계의 새로운 해석을 가능케 해주는 걸작임에 분명하다.

최근 우리 미술시장의 지존으로 떠오른 김환기의 걸작으로는 달항아리와 함께 사랑한 <산월>과 1974년의 점화 <무제>(09-Ⅴ-74 Whanki New York #332) 등을 선택했다. 푸른 달그림 <산월>은 겨울을 견딘 정월보름달 같고, <무제>는 김환기가 즐겨 그리던 봄 매화의 추상화인 듯하다. 이중섭의 <복사꽃 가지에 앉은 새>와 함께 전시공간은 봄맞이 분위기를 한껏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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