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변동 폭 설정 후 기존과 반대로 대응해야
향후 국제협상에서 트럼프 행보 예의 주시


연초부터 환율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이 올 들어 단숨에 약 5%나 내려가(원화가치 상승) 도대체 환율이 앞으로 어디로 튈지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사실 주식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은 올라도 문제고 내려도 문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즉 원화가 약세로 기울면 수출기업에게는 좋겠지만 한국주식을 사는 외국인 관점에서는 환 손실이 예상되므로 주식매수를 주저하게 된다.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이 나빠지는 셈이다.

반대로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 외국인들은 주식매수를 기꺼이 늘려볼 만하지만 이 또한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수출기업들이 원화강세를 이겨낼 정도로 기초체력이 뒷받침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환율 때문에 정작 기업 실적이 나빠진다면 외국인은 물론 국내투자자들도 주식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결국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세계경기 개선과 수출물량의 증대로 국내외 투자자 공히 주식투자의 매력이 높아지는 경우이다. 그래서 환율, 그 자체보다는 세계경기의 펀더멘털이 중요하다.

이러한 환율시장을 둘러싼 증시환경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기준을 두고 어떤 투자전략을 세우는 게 좋을까?

첫째는 올해는 아무래도 환율의 오르내림 폭이 예년보다 클 듯하고 그 규칙성도 예상되는 만큼 아예 반대 방향 전략을 추천하고 싶다. 즉 원화가 약세로 기울면 주식을 좀 더 사고 거기서 더욱 약세로 가면 더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는 전략이다.

물론 원화 환율이 강해지면 그 반대의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어차피 환율은 당분간 큰 폭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공산이 크다. 그러니 미우나 고우나 환율 눈치를 보면서 역발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다.

원래 장기적으로 한국 주식은 원화가 강할 때(원/달러 하락 시)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까지는 예전과 같은 뜨거운 수출 경기를 상정하기 어렵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적극적인 바이코리아(롱 포지션)를 이끌 환경도 아니다. 그러니 환율게임 양상의 현실증시에서 역발상으로 대응하자는 얘기다.

둘째는 그렇다면 그 환율의 변동 폭을 대략 어느 정도로 잡아 놓는 게 합리적일까 하는 문제다.

일단 원화 환율은 우리 마음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달러 변동성이 중요하니 올해 달러가 얼마나 강세, 또는 얼마나 약세로 갈 것인가가 핵심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미국 금리인상 등의 이유로 달러강세 압력이 여전히 시장에 묵직하게 존재한다고 본다. 각국 통화정책은 여전히 달러강세를 지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우리는 올해 달러인덱스(런던거래소 기준)가 97에서 105정도에서 변동할 것으로 전망한다.

셋째는 미국 증시를 중심으로 환율변동을 가늠하고 투자전략을 짜는 게 올해는 가장 편할 것이란 생각이다. 이는 당분간 달러가 무엇보다도 미국 증시에 따라 변동을 크게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동안은 어떤 달러강세 압력도 수면 아래에 깔려 달러약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만약 1분기 정도까지 미국증시가 강하다면 미국 주가가 본격 조정을 받은 다음에 천천히 접근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뜻이다.

만약 지금 주식을 많이 들고 있는 투자자라면 미국 증시가 단기 꼭지를 찍었다고 판단될 때 함께 주식을 팔고 그 다음, 주가하락과 함께 달러가 충분히 강세를 보일 때까지 신중하게 기다리는 게 옳다는 것이다.

넷째로 올해는 앞서 나열된 환율 요인 외에도 트럼프라는 변수 하나가 더 있다.
지난 1월 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과 일본, 독일 등의 환율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는 아마도 오는 3~4월로 예정된 몇 가지 국제협상을 앞둔 포석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달러, 그리고 우리 원화도 보다 구체적인 미국의 의도가 드러나는 오는 3월까지는 방향성이 약할 것이다. 선진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나 4월 미 재무부 ‘환율조작국 보고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시기를 전후로 환율방향성이 보다 뚜렷해질 공산이 크다.

미국의 중국 등에 대한 환율조작 시비가 아예 물 건너갈 수도 있고 무리한 공세가 다시 표출될 위험도 남아 있다.

아무튼 정리하자면 이렇다. 일단 올해 환율 변동의 상하단 선을 나름대로 설정해 놓고 그 안에서 포지션의 변화를 가져가자.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그 범위를 조금 좁게 잡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그 복잡한 메커니즘에 따라 결정되는 환율을 미리 예단해 투자행동을 펼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단순하게 미국 증시(위험자산)를 기준으로 행동하자는 것이다.

달러라는 안전자산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확실한 변수가 미국 주가일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미국주가의 상승기조가 꺾이는 시점에 촉각을 세워야 한다.

미 주가가 의미 있게 조정을 보이는 과정에서는 달러가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고 이는 원화약세(원/달러 상승)와 외국인의 한국 증시 매도과정의 지속을 뜻한다.

그 다음에 원/달러의 하락 스텝과 주가 반등의 시점을 노려야 한다. 아마 이쯤 되면 어느덧 하반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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