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의 해체·계열사로 편입·이재용 체제 출범

삼성 서초 사옥. <뉴시스>
특검 종료 후 해체…인력 재배치 고민
컨트롤타워 부재,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삼성이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을 통해 최순실 일가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국민 여론은 삼성 미전실이 정경유착의 고리, 재계의 비선실세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이는 반(反) 기업 정서까지 불러일으켰다.

결국 지난해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미전실 해체를 약속했고 지난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와 함께 미전실 ‘전격 해체’를 발표했다.

일각에선 이번 해체와 관련해 뒷말을 낳는다. 미전실은 그룹 소속이 아닌 전자 소속이다. 지주사 전환을 앞 둔 상황에서 미전실 해체는 불가피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미전실의 모태는 1959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만든 회장 비서실이다. 이 창업주는 계열사가 삼성물산, 제일제당, 안국화재 등으로 늘어나자 비서실을 만들고 계열사간 정보교류 등 업무를 맡겼다.

조직관리에 뛰어난 일본 기업 미쓰비시를 벤치마킹해 만든 비서실은 초창기 20명의 인원에서 1978년, 250명으로 늘어나며 그룹 내 입지를 넓혀 나갔다. 특히 소병해 전 비서실장이 재직한 12년 동안은 회장 보필과 그룹 내 인사·감사·기획 등 전 분야를 감독했다.

그 후 비서실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하며 규모가 일부 축소됐으나 1998년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본부(이하 구조본)로 부서명을 변경하고 그룹 내 주요의사 결정에 관여했다. 당시 구조본은 이학수 전 구조본 본부장을 필두로 구조조정과 계열사 간 조율 등을 도맡았다.

축소·해체 반복

그 후 구조본은 굵직한 삼성 사건들 중심에 있었다. 그러다 2008년 일명 ‘삼성X파일’이라 불리는 이 전 구조본 본부장이 정계에 로비한 사실이 드러나며 전략기획실로 축소·개편된다. 하지만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이 회장의 대국민사과와 함께 폐지된다.

그러나 2년 뒤 2010년 이 부서는 현재의 이름, 삼성 미래전략실로 부활한다. 부활한 미래전략실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그룹의 중추 역할을 맡아왔다. 각 계열사에서 파견온 고참급 사원들이 주로 근무하며 전략팀, 기획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 경영진단팀, 금융일류화지원팀 등으로 구성됐다.

일부 언론들과 해외기업들은 미전실을 빼고 오늘날의 삼성을 말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삼성 역사에서 해체와 부활을 반복하며 미전실이 그룹의 컨트롤 타워를 맡아왔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청문회장에서 이 부회장의 ‘미전실 해체’ 선언은 많은 이들의 의구심을 들게 했다. 하지만 이번 삼성의 미전실 해체 의지는 ‘꽤’ 단호하고 확고한 듯 보인다.

지난 6일 삼성이 특검이 끝나는 대로 미전실을 전격 해체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전실은 3대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으로 흡수될 예정이다. 주요 계열사의 전략기획 및 인사 부서는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 바이오계열사 등을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재편이 완료되면 삼성그룹은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 경영 활동이 강화될 것이며 업무 중첩이 발생할 시 주요 계열사의 경영지원 부서가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관계자에 따르면 기존의 미전실 핵심인 최지성 미전실 실장과 장충기 미전실 차장은 물러날 것이라 예상된다. 2008년에도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며 수뇌부가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또 나머지 미전실 멤버들은 주력 계열사이자 이 부회장이 있는 삼성전자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새 구조를 불안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삼성의 강점이었던 계열사 간의 원활한 이해관계 조정, 자원의 효율적 배분, 신속한 의사결정과 집행 등이 미전실과 함께 사라질까 걱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걱정과 반대로 삼성 내부인사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을 완전히 해체하고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경영스타일로 탈바꿈하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런 식의 변화는 삼성공화국이라는 비판과 정치적 외압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포석으로 전해진다.

핵심 인물 물러날 것   

삼성은 미전실 해체와 더불어 연기됐던 사장단 인사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 이 부회장의 ‘뉴삼성’에 걸 맞는 새로운 인재가 대거 투입될 것이라 예측한다.

삼성 내부에서도 갤럭시노트7 사태 수습과 ‘구삼성’의 상징인 미전실이 해체되면 전사적 쇄신이 불가피 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투명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사외이사제도의 운용과 주주 친화정책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 출신 사외 이사를 이사회에 추천하는 등의 움직임이 이미 그룹 전 계열사로 확대될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새로운 인물이 투입된 각 계열사 이사회는 후에 설립될 지주회사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사회공헌방안도 심사숙고하고 있다. 하지만 오너의 사재출연 형태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이 회장이 삼성이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사재출연을 했던 사례를 미뤄 이번에도 이 부회장이 2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출연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그룹 측은 이 부회장의 사재를 출연 방식의 사회공헌방안은 검토된 것이 없지만 특검이 마무리되는 대로 발표될 쇄신안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손실 주장과 관련, 보상책을 내놓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이라 답했다. 

한편 삼성그룹은 지난해 12월 나눔과 꿈이라는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첫 이 부회장 표 사회공헌으로 ‘기부는 전문가가 하고 기업은 최대한 지원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회복지기간, 환경·문화 단체 등 최종 선정된 51개 단체는 삼성에게 최대 5억 원씩 지원받아 3년간 각 분야에서 사회공헌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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