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책 국내기업에 득일까

애플, 화해의 손 먼저 내밀며 한발 물러서
 
삼성·LG 미국 내 공장 건설 검토, 대처 나서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일자리 창출’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책이 애플과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의 아이폰을 자국에서 생산하도록 아이폰 불매운동에 이어 강도 높은 조치 등을 예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인 것. 압박에 못 이긴 애플이 미국 내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밝히며 한발 물러났지만 이민자정책과 해외현금 등으로 마찰은 계속 될 전망이다. 이에 국내 스마트폰 및 가전제품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대 경쟁사인 애플과 트럼프의 눈치를 살피며 미국 내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일요서울은 애플과 트럼프의 기싸움이 국내 전자제품 제조사에 끼칠 영향 등을 살펴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제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통해 선거운동 때부터 강조했던 미국 제품 구매, 미국인 고용 등을 거듭 언급하며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책 현실화를 명확히 했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애플의 아이폰 불매운동을 시작으로 해외 생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며 애플사의 자국 생산을 유도했다.
 
앞서 트럼프는 애플 제품의 해외공장 생산을 비판하고 중국산 제품에 수입관세를 45% 부과하겠다는 등의 엄포를 놓으며 중국에 칼날을 겨냥한 바 있다. 이는 경제 경쟁국으로 급성장한 중국에 대한 견제로 풀이된다.
 
삐그덕거리는 애플과 트럼프
 
이로 인해 애플과 트럼프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돌았다. 트럼프는 최근까지도 삼성의 갤럭시 S3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의 갤럭시 S3 사용이 단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용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애플에게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불매운동에 이어 해외생산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긴다고 공언한 트럼프 때문에 중국의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애플은 아이폰 위탁생산 업체인 폭스콘과 페가트론에 미국 공장 신설을 요청했다. 하지만 두 생산 업체는 인건비와 기타 비용 증가의 이유 로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애플은 트럼프가 미국에 공장을 세워 일자리를 창출할 경우 세제 감면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화해의 손길을 먼저 내밀며 대립을 피하는 선택을 했다. 팀 쿡 애플 CEO는 미국에 생산공장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 이에 업계에서는 삐그덕거리던 관계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민자정책과 해외 현금 등의 마찰은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애플의 향후 조치를 살피며 미국 내 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위협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멕시코에 대한 35% 관세 부과 예고로 향후 대미 진출 및 수출 전략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이는 LG전자 매출의 25%, 삼성전자도 연간 70조 원을 미국 시장에서 거둬들이고 있어, 미 시장 진출에 문제가 생기면 회사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두 회사 임원진은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안에 공장 건설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LG전자는 지난 8일 미국 뉴저지주에 총 3억 달러를 투자해 연면적 6만3000㎡ 규모의 신사옥을 오는 2019년까지 짓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LG전자는 신사옥 건립을 통해 2000여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과 매년 2600만 달러 이상 지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LG전자는 당초 뉴저지에 8층 규모의 신사옥을 짓기로 결정한 뒤 2013년 착공식을 개최했지만 신사옥 건물이 너무 높다는 현지 환경단체의 지적에 따라 계획이 미뤄진 바 있다. 상황이 급박해진 만큼 LG전자는 환경단체 측의 주장을 일부 수용해 기존 8층에서 5층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하면서 신사옥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2018년 초 가동을 목표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연산 200만대 규모의 생활가전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는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추측일 뿐 미국 내 공장 건설은 검토 중에만 있으며 구체화된 것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신사옥 건립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될 경우 삼성전자 역시 신사옥 건립 등을 구체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책이 국내 기업에게 ‘기회’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내 중국 전자제품 업체의 공백, 애플과 트럼프의 마찰이 계속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전문가들은 기회를 얻기 위한 리스크 많은 투자를 감당해야 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는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는 애플이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경우 인건비와 부품조달 물류비용 등이 35% 상승해 시중에서 판매 중인 아이폰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회 얻기 위함이지만 리스크도 많은 투자
 
애플의 가격 경쟁력이 문제로 꼽힌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지향하는 업체로 미국 내 공장 이전 시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어 가격 경쟁력에서 살아남을지 미지수로 남았다.
 
또 국내 기업들은 인력비 절감을 위해 멕시코 등에 이미 지은 공장을 이전 뒤 어떻게 활용할지, 미국 어떤 지역에 공장을 설립할지 등을 고심하고 있어 향후 미국 공장 신설 계획 발표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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