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유세기간 번번이 사실을 왜곡했다. 그래서 그는 ‘사기꾼’ ‘거짓말쟁이’이라고 폄훼되곤 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난 뒤에도 계속 사실을 비틀었다. 그의 사실 왜곡은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1949년 출판한 정치소설 ‘1984’를 떠올리게 한다.
오웰의 ‘1984’는 전체주의 국가 ‘오시애니어’의 잔혹한 독재체제를 그렸다. ‘오시애니어’는 마을 인근에 포탄을 쏘아대면서 적의 포탄이라고 속여 국민들을 전시체제로 억누른다. 진실부(眞實部:선전부)와 당(黨)의 대형(大兄: Big Brother: 정보요원)들은 국민들을 감시하며 ‘전쟁은 평화’ ‘자유는 노예’ ‘무지는 능력‘이라고 세뇌시킨다. 국민들에게 “귀로 들은 것과 눈으로 본 것 모두 지워버려라”고 강요한다. 객관적인 진실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고…당(黨)이 진실이라고 하면 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객관적인 사실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함으로써 오웰의 ‘1984’을 연상케 한다는 데서 흥미롭다. 그는 1월20일 대통령 취임식에 참가한 청중 숫자를 언론이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취임식 날 모여든 군중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09년 첫 취임식 때보다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 기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8년 전 오바마 취임식 청중이 트럼프 취임 때보다 3배나 더 많았던 것으로 집계했다. 그런데도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취임식 참가자들이 미국 “취임식 역사상 가장 많았고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었다”고 왜곡하며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스파이서 대변인의 사실 왜곡에 이어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한 술 더 떴다. 그 녀는 스파이서 대변인의 주장이 “선택적 사실(alternative facts)”에 입각한 것이라고 변호했다. 콘웨이의 “선택적 사실”이란 뜻은 한 가지 사안을 놓고 평가할 때 각기 판단하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트럼프 취임식 참가 군중도 선택적 시각에 따라서는 오바마 때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억지였다. 3분의1 밖에 안 되는데도 더 많다니 기가 막힌다. 콘웨이의 ‘선택적 사실’ 발언 후 오웰의 소설 ‘1984’ 판매는 갑자기 9500% 급증했다고 한다. 콘웨이의 ‘선택적 사실’ 발언이 ‘1984’의 ‘빅 브라더’ 주장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실상 콘웨이의 “선택적 사실” 변호는 객관적 사실이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고...당이 진실이라고 하면 진리”이라고 믿어야 한다는 ‘빅 브라더’의 말을 복창한 감을 금할 수 없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참가 청중 숫자도 트럼프가 많다고 하면 많은 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다. 미국인들은 “귀로 들은 것과 눈으로 본 것 모두 지워버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말만을 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날 날씨에 대해서도 사실을 왜곡했다. 그는 자기가 취임사를 하기 전 비가 좀 뿌렸지만 취임사를 시작하자 비가 멈췄고 햇볕으로 화창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워싱턴의 겨울비는 트럼프의 18분 취임 연설 내내 멈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영토에서 출생하지 않았다고 왜곡해 곤욕을 치렀다. 그 밖에도 그는 사실과 다른 말을 자주 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 일단 취임했으면 더 이상 거짓말 해선 아니 된다. 대통령을 불신하게 할 뿐 아니라 초강대국 미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떨어뜨린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오시애니어’ 처럼 미국을 ‘빅 브러더’의 독재로 통치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 주도로 세계2차대전 후 70여년 유지해왔던 국제질서를 혼돈으로 몰아넣는다. 트럼프는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란 진리를 기억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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