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아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정기 예금이 해지됐다면 은행은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요즘은 보이스피싱 범죄수법이 날로 교활해져서 심지어는 은행 간부들이 당하는 경우도 있다. 연변사투리가 섞인 어설픈 범행수법은 이제는 추억 속 개그에 불과할 정도로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014년 자신을 서울중앙지검 검사라고 설명한 범인으로부터 "대포 통장 범죄에 연루됐다"는 전화를 받고 계좌번호와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알려줬다. 이후 A씨가 갖고 있던 정기예금은 해지되고 예금에 들어있던 4,700만여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통장으로 분산 이체됐다. A씨는 뒤늦게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고 B은행을 상대로 "47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1심 법원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가 B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청구소송에서 A씨에게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즉 보이스피싱이 일상적인 범죄로 굳어진 상황에서 당사자뿐 아니라 고객 돈을 굴려 영업하는 은행들도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원은 B은행이 A씨의 예금을 해지 처리하면서 현행법상 규정된 전화나 대면 방식으로 본인 확인을 하지 않고 문자로만 관련 사실을 통보해 고객에 대한 의무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예금이 단시간에 18차례에 걸쳐 이체되는 등 금융위원회가 예로 들고 있는 '이상 금융거래'에 해당하는데도 이를 막기 위한 임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주의를 다하지 못한 채 범인으로부터 속아 자신의 공인인증서 번호를 알려줬기 때문에 손해에 대한 과실이 60%에 해당되므로 은행의 배상 책임은 40%로 제한했다. 이번 소송은 정기예금이기 때문에 은행 측의 과실이 인정된 것이다. 만일 일반 예금이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러한 보이스피싱의 근본적인 예방책은 절대로 예금 관련 개인정보나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 금융거래 정보를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現)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現)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現)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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