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대부분 북한 꽃제비 출신, 해외로 떠돌아
북송 위협과 생활고에 시달리며 버텨


지난 2013년 당시 라오스에서 탈북청소년 9명이 북송돼 국내외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한반도 분단이 초래한 비극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의지할 데 없이 굶주린 북한 어린이들이 오늘도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의 거리를 헤매고 있다. 이들은 천신만고 끝에 한국에 와서도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당시 라오스의 추방으로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 대부분이 이른바 꽃제비 출신의 고아로 알려지면서 해외를 떠도는 탈북 고아들의 비참한 운명에 또다시 관심이 쏠렸다.

현재 많은 탈북자가 중국과 동남아에서 북송 위협과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한국 또는 미국행을 위해 떠돌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보호자가 없고 나이 어린 탈북 고아들의 삶은 한마디로 참혹하다. 3년 전에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처럼 제3국을 떠도는 탈북 고아의 대부분은 구걸 행각을 하며 버텨온 북한 꽃제비 출신이다.

탈북 고아는 대부분
꽃제비 출신


꽃제비라는 말은 떠돌이, 방랑자란 의미의 북한 속어다. 주로 20대 초반 이하의 떠돌이 청소년을 가리킨다. 우리로 치면 청소년 노숙자인 셈이다. 꽃제비 중에는 일부 가출 청소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모가 사망했거나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이다.

북한에서 꽃제비는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농경지는 적고 대신 대규모 공장이 밀집해 있는 함경북도 지역에서 제일 먼저 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함경북도에서는 주민 식량 미공급 상황이 발생하면서 시장과 역전에 먹을 것을 구걸하는 아이들이 등장했는데 이를 꽃제비의 기원으로 보는 것이다.

이후 동유럽 사회주의의 붕괴와 잇따른 자연재해로 최악의 식량난을 겪었던 1990년대 후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수많은 가정이 해체되면서 북한 각지에는 꽃제비들이 차고 넘쳤다. 이 시기 북한에서 더는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한 꽃제비들이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 중국과 러시아 등으로 대거 탈출하면서 탈북 고아들이 등장했다.

중국 내 탈북 고아
최대 2만 명까지 추정


북-중 국경을 넘은 탈북 고아들은 처음에는 다리 밑이나 버려진 공장건물 등에서 잠을 자곤 했다. 하지만 중국 공안의 단속이 심해지자 많은 탈북 고아들이 산속에 땅굴을 파고 모여 사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탈북 고아를 돕는 활동가들에 따르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탈북 고아들은 함경북도 건너편인 중국 투먼(圖們), 옌지(延吉) 지역에 몰려 있었으나 최근에는 북한 양강도와 마주한 중국 산악지역인 창바이(長白)현으로 이동했다.

당시 라오스에서 붙잡혀 북송된 탈북 고아 중 일부도 양강도 출신이며, 주모 선교사를 만나기 전까지 창바이 지역에서 유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꽃제비 출신으로 꽃제비의 삶을 다룬 책 ‘소년, 자유를 훔치다’를 쓴 김혁(35)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있는 꽃제비들에게도 네트워크와 정보 교류가 있다”라며 “끼리끼리 모여 밤에는 산에서 자고 낮에는 교회와 시장 등을 돌며 먹을 것과 옷가지를 구걸한다”고 말했다. 제3국, 특히 중국에 있는 탈북 고아의 숫자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없고 1만 명을 넘지 않는다는 주장과 2만 명을 훨씬 넘는다는 분석 등 전문가마다 추정치가 다르다.

한 활동가는 “최근 북-중 국경통제가 강화되고 많은 꽃제비가 중국 공안에 잡혀 북송되면서 중국 내 탈북 고아의 수는 크게 줄었다”라며 “현재는 5천 명도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에도 러시아와 동남아 등에서 떠도는 탈북 고아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주재 한국 공관을 통한 한국행이 어려워지면서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를 떠도는 탈북 고아들이 증가했다.

각종 범죄에 노출…오랜
유랑생활에 정체성 혼란


무국적자인 데다 나이가 어린 탈북 고아들은 제3국에서 폭력과 인신매매 등 각종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중국에서 탈북 고아를 돌보는 선교사 A 씨는 보호자가 없는 탈북 고아들은 중국 조직폭력배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며 중국 조폭들은 죽어도 아까울 것 없는 이들을 청부살인과 패싸움 등 각종 폭력행위의 돌격대로 내세운다고 전했다.

일부 탈북 고아들은 인신매매꾼들에게 잡혀 노예처럼 팔려 다니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A씨는 탈북 고아들만 붙잡아 팔아넘기는 인신매매꾼들도 있다며 남자애들은 벌목장이나 탄광에 보내고 여자애들은 술집에 팔아먹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미얀마-중국 국경의 마약 재배 농장에 노예로 붙잡혀가거나 장기매매 상인들에게 팔려간 탈북 고아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탈북 고아들은 범죄의 희생양이 될 뿐 아니라 스스로 범죄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탈북 고아들의 한국행을 돕는 활동가 노모씨는 꽃제비의 대부분은 어떻게 보면 인간보다는 들개에 가깝다며 글도 모르는 애들이 얼마나 머리가 잘 돌아가고 생존력이 강한지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희망도 없고 오로지 생존만이 목적인 일부 꽃제비들은 도둑질과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탈북 고아 중에 정체성과 책임감이 없고 인성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어린 나이에 중국으로 건너간 탈북 고아들은 북한에서 태어났을 뿐 자신들이 북한 출신인지 중국 사람인지도 잘 모른다며 중국말을 잘하고 중국생활에 적응한 탈북 고아들은 중국인 유랑아와 전혀 구분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윤광제 작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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