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너에게 가까이(2009)’, ‘너는 거지란다(2011)’ 등 여러 단편 영화들로 주목을 받아왔던 김소연 감독이 영화 ‘문영’을 통해 첫 장편영화에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그는 인간이 겪어야 하는 여러 상처들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고 이해와 성장하는 과정을 울림 있게 그려내 다음 작품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김 감독을 만났다.
 
지난달 12일 개봉해 관객들에게 인상적인 감성을 전달한 영화 ‘문영’의 김소연 감독은 지난달 9일 [일요서울]을 만나 이번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뒷이야기와 영화에 대한 열정과 소신을 전했다.
 
우선 김 감독은 개봉하게 된 것에 대해 “좋은 부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서도 “작품에 대한 평가는 좋게 봐 주신 분들의 경우 많은 부분을 배우나 캐릭터에 대한 얘기들을 장점을 봐주셨다. 그것이 제 영화가 가질 수 있는 큰 장점이자 힘”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영화 홍보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배우 김태리에 대해 “제가 굳이 알아봤다는 것은 인연인 것 같다. 재능을 갖고 있는 배우다. (함께하지 못한 것에) 전혀 섭섭하지 않다”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김 감독은 개봉에 대해 큰 기대를 안했음에도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게 된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눈치다.
 
덕분에 자신이 그려낸 영화 ‘문영’에 대한 애착 역시 남달랐다.
 
“문영이(김태리 분)도 그렇고 희주(정현 분)도 그렇고 상처가 있는 캐릭터들인데 살면서 상처하나 쯤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라며 김 감독은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대화를 통해 지금과는 다른 걸음을 한 걸음 내 딛고 살아가는 것이 소통이고 중요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을 통해서 성장이라는 단어는 거창하지만 만남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영화 ‘문영’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감성을 풀어냈다.
 
특히 그는 “어떤 메시지라기보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두 사람이 어떻게 됐을까 안부나 이후를 궁금해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두 사람이 진짜 있는 것처럼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김 감독은 이번 작품의 캐릭터들을 엉뚱한 곳에서 차용한 것이 아닌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특징을 접목시켜 관객들과의 공감대를 넓혔다.
 
그는 “현실성이라기보다는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어떤 사람,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 자체에 관심이 있다.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며 “설명을 많이 하지 않아도 캐릭터의 감정이나 갸우뚱한 의문들을 유추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이 만든 문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는 “문영은 우선 자신의 아버지가 자식을 잘 키워야 하는 의무에도 잘 못해 상처를 주고 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연민은 있다. 다만 그게 아버지의 면죄부는 될 수 없었다”면서 “저도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 데 모티브가 될 수 있지만 문영의 경우는 저도 어렸을 때 가지고 있던 치기 어린 면이 있었는데 안 그래도 되는 삐딱하게 받아드려서 확대 해석하고 소통을 하지 않음으로서 오히려 더 상처를 받는 모습들에서 문영이라는 캐릭터가 나온 것 같다”고 풀어냈다.
 
특히 문영은 과거 캠코더를 가지고 다니던 김 감독이 살아오면서 자신의 행동과 기억들 속에 잉여로 남아 있는 모습들이 투영돼 있다.
 
반면 희수에 대해 그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언니가 있었다. 오래된 남자친구랑 의지해서 살다가 성 정체성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의지했던 남자를 잃기는 싫고 그 이면에 여자를 좋아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캐릭터로 형상화 했다”고 털어놨다.
 
다소 복잡한 캐릭터들이지만 특히 김 감독은 희수로 인해 재미있어졌다며 “저는 희수가 겉으로 보기에 엉뚱해 보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배우 정현 씨가 유쾌하게 풀어주신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에 대한 칭찬은 쉬 멈추지 않았다.
 
김 감독은 “복잡하고 어려운 캐릭터라고 생각은 안한다. 대본 속 사람들에게 그 정도의 혼란이나 상처는 일이 됐던 직장이 됐던 연인관계가 됐던 있을 법한 일들이라고 생각을 한다. 현실 세계에서 특이하게 바라볼 필요가 없는 캐릭터였다”면서 단지 사람들이 아닌 상황들이 특이할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영을 연기한 김태리에 대해 “말까지 안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했다. 조금 더 표현하고 싶어 하는 부분을 제가 감췄으면 좋겠다고 해서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제가 생각했던 부분이었다”면서 “감추려고 하는 게 표현 방식이지 감정을 감출 수는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더욱이 김 감독은 김태리가 잘 소화해 냈다고 치켜세우며 지하철 역 안에서 자신의 엄마와 비슷해 보이는 여성을 향해 엄마라고 소리치며 매달리는 장면에 대해 “마지막에 굳이 엄마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 당시 문영이가 감정적으로 몰렸었기 때문에 엄마여야만 하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명칭이 엄마지만 문영이가 캠코더로 찾고 있는 대상이 꼭 엄마를 찾고 있다기보다는 아버지와의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고 도피처를 찾고 있을 텐데 (막연히) 엄마였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문영과 희수의 관계에 대해 “문영이는 결코 희수라는 사람이 어떤 존재일지는 모를 것이다. 성인 돼서 돌이켜 봤을 때 희수라는 언니를 만나서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규정 짓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문영이 그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안 만들었는데 마음을 열고 교류를 했던 사람, 그냥 언니 그 이상의 관계를 가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영화 제목처럼 ‘문영’이라는 캐릭터를 선두에 세웠지만 희수와의 유대감은 끈끈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희수가 문영이에게 더 의지했다. 희수가 약간 발산하는 성향이라면 문영이는 수렴하는 성향이다. 희수는 힘든 상황에서 문영이를 만나면서 떠들고 놀고 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며 결코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위로받고 위로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였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만큼 다소 복잡한 성향과 상황들 속에서도 문영과 희수를 자신의 기대 이상 이끌어 내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 감독은 문영을 통해 진한 여운은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 대해 ‘다소 서툴다’는 겸손함으로 대신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사는 게 서툴러서 문영이가 10대 시절 자신의 장점을 잘 몰랐듯이 저도 좀 더 지나봐야 알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이야기 자체로도 영화가 끝나고 나서 다음이 궁금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문영처럼 현실적인 이야기 일 수도 있고 다음 영화가 어떻게 찍게 될지는 모르지만 거짓말일지라도 거짓말 같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잠시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는 김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뭘 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지금으로서는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영화를 하는 것이 잘 살 수 있는 것도 같다”면서 “이 영화 문구가 ‘사실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잖아요.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사는 게 잘 사는 삶인데 저는 그것을 잘 못하는 사람이고 영화를 통해서 어려운 상황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아니라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영화인으로서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관객들이 볼 주안점을 묻자 “보시고 싶은 대로 보시면 된다”며 해석과 공감조차 누군가의 의도된 방향성을 갖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2017의 계획에 대해 “올해 일단 제 글을 하나 쓰고 있다. 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할 것 같다. 생계를 잘 꾸리고 기반을 다지는 해가 될 것 같다”며 당장 작품에 들어갈 수 없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영화를 직업으로 살고 싶은데 먹고 살아야 하니깐 스테프 일을 하고 있다. 2017년에 계약한 스태프 작품이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고 말해 젊은 감독들이 감내해야 하는 현실적 고충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영화 ‘문영’의 이후 이야기에 대해 “정답은 아니지만 아마도 문영이는 갑자기 밝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수화하면서 벙어리처럼 살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후속편을 만들 생각은 없지만 만약 만든다면 문영이보다는 희수 얘기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 ‘문영’은 카메라에 사람들의 얼굴을 담는 말 없는 소녀 ‘문영’이 추운 겨울 술주정하는 아버지를 피해 뛰쳐나와 우연히 연인과 울며 헤어지는 ‘희수’를 몰래 촬영하다가 들키게 되고 서로가 각자의 상처를 드러내며 마주하게 되며 겪는 성장통을 그려냈다.

<사진=송승진 기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